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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법썰] 구치소에 갇혀 도쿄 못간 '키다리 아저씨'

수정 2021.08.19 09:34입력 2021.08.19 08:24
[서초동 법썰] 구치소에 갇혀 도쿄 못간 '키다리 아저씨'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지난 12일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이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자신의 재판에서 보석을 요청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재계와 체육계의 반응들은 대부분 이랬다. "몸보다 속앓이가 더 상당하셨을 것 같다."


변호인은 "70세 고령인 최 회장이 서울구치소에 있는 동안 당뇨 등 질환이 나빠졌고 체중이 10㎏ 이상 감소하는 등 건강이 악화됐다"고 했다.

최 회장은 20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서울구치소에는 지난 2월 구속돼 수감 중이다. 그는 법원이 보석 신청을 받아들일지 여부와 관계 없이 곧 석방된다. 곧 심급마다 정한 구속기간 6개월이 끝난다. 다음달 초에는 구치소를 나올 수 있다.


몸은 가벼워지겠지만 그의 마음은 여전히 무거울 것이다. 도쿄에 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대한펜싱협회장으로 지난달 23일~지난 8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올림픽에 갈지 검토했지만 구속되면서 불발됐다.

[서초동 법썰] 구치소에 갇혀 도쿄 못간 '키다리 아저씨'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서초동 법썰] 구치소에 갇혀 도쿄 못간 '키다리 아저씨'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이 2018년 펜싱인의 밤 행사에서 선수, 관계자들에게 격려 인사말을 하고 있다

최 회장은 자타공인 '펜싱 열렬팬'이자 든든한 후원자다. 선수, 관계자들은 그를 '키다리 아저씨'라 부른다.


최 회장은 2018년 3월부터 대한펜싱협회장으로 활약했다. 지난 1월에는 연임돼 2025년 1월까지 펜싱협회를 더 이끌게 됐다. 그는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 올림픽 등 우리 선수들이 출전하는 국제대회를 직접 찾아 응원할 정도로 열의가 대단하다.


2019년 7월에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를 직접 가서 경기를 봤다. 우리 남자 사브르 대표 오상욱이 대회 2관왕과 함께 세계랭킹 1위에 오르는 것을 보고 격려했다. 이어 마치 자기 일처럼 지인들에게 "오상욱은 세계 베스트"라고 자랑하기도 했다.


펜싱 발전을 위해 지갑도 과감히 열었다. 최 회장과 SK텔레콤은 2003년부터 올해까지 총 242억원을 후원하며 우리 펜싱을 세계 최정상급까지 끌어올렸다. 펜싱 칼을 만들 부품이 없어 유럽에까지 가서 구해와야 했던 펜싱 불모지였던 우리나라에서 만들어낸 기적이었다. 이런 공로를 인정 받아 지난해 4월에는 제25회 코카콜라체육대상에서 상을 받았다. 펜싱인으로는 첫 수상이었다. 최 회장은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선수들이 메달을 따면 사비로 포상금을 주려 했던 것으로도 알려졌다.


최 회장의 펜싱 사랑의 원천은 애국심과 자긍심이다. 해병대 258기인 최 회장이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무대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을 보는 눈은 남다르다. 국제대회 시상대에 우라 선수가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올라섰을 때 짜릿함을 느낀다고 한다. 선수들과 만나면 항상 "가슴에 단 태극마크를 항상 기억하라"고 당부했다.


이런 그가 도쿄에 가지 못한 것은 분명 아쉬운 일이다. 최 회장이 부재한 가운데 우리 펜싱대표팀은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과 은메달을 하나씩, 동메달 3개를 따내며 효자종목 노릇을 제대로 했다. 개인전에서 금메달이 없었던 점이 아쉽다. 최 회장이 있었다면 달라졌을 지도 모른다. 수장의 격려는 선수를 춤추게 하기도 한다. 대한양궁협회장인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도쿄에서 여자양궁 대표 안산과의 전화통화에서 "믿는다"고 격려했고 힘을 얻은 안산은 개인전까지 석권, 대회 3관왕에 오르는 것을 우리 국민 모두가 봤다.


죄를 지었다면 벌을 받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다만 선고 전에는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도록 하는 우리 법의 원칙은 한번 다시 돌아봐야 되지 않을까. 우리 헌법은 신체의 자유와 무죄 추정의 원칙을 규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피고인들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쥔다. 최 회장에게도 같다. 3년 뒤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다음 올림픽이 열린다. 그때도 구속돼 파리에 못 가는 회장님들이 속출할 지도 모른다. 그 전에 이번 최 회장의 사연은 한번쯤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 문제임에 틀림 없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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