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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재 사건'이 남긴 시그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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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다 더 영화같이 끝난…이제 추억할 필요 없다>

2011년 이춘재 DNA 등록
범인확정에 8년이나 더 걸려
경찰 부실수사, 지금도 여전
엄정·공정한 수사 필요

억울한 옥살이 윤씨 재심 중
희생자·피해자 보상 있어야

'이춘재 사건'이 남긴 시그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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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사상 최악의 미제사건으로 꼽히던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이 33년 만에 전모를 드러냈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끝내 진실을 파헤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그간 누구에게 희생됐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겪어야 한 희생자 가족의 고통과, 당시 경찰의 잘못까지 낱낱이 밝혀지며 아픈 상처도 남겼다. 수사는 마무리됐지만 사건이 아직 진행형인 이유다.


과학수사의 힘… 지속적 역량 강화 요구

이춘재 사건은 무엇보다 과학수사 역량 강화의 필요성을 알려준다. 사건이 발생한 1980년대 후반 국내 과학수사 기법은 걸음마를 뗀 단계였다. 이춘재는 3차례나 걸쳐 조사를 받았지만 현장 음모와 혈액형 및 형태적 소견이 상이하다는 감정 결과를 받으며 수사 선상에서 제외됐다. 현재의 과학수사 역량이 갖춰져 있었다면 희생자는 크게 줄었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는다. 이후 2011년 11월 수감 중이던 이춘재의 DNA가 DB에 등록됐지만 기존 증거물에서 검출한 DNA로 그를 찾아내는 데는 8년의 세월이 더 필요했다. 경찰 등 수사기관이 과학수사 역량을 키우기 위해 계속 노력해야 한다는 명제가 이춘재 사건을 통해 다시금 확인된 셈이다.


'이춘재 사건'이 남긴 시그널 배용주 경기남부청장이 2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서 이춘재 연쇄살인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피해자 및 유가족 등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경찰의 부실 수사… 언제쯤 사라질까

사건 당시 경찰의 부실 대응은 큰 희생을 초래했다. 경찰은 사건 발생 초기 각 사건을 개별 사건으로 판단해 수사를 진행하다 4차 사건 이후에야 비로소 수사본부를 편성했다. 이춘재 소행으로 밝혀지며 화성 초등생 실종사건에서 살인사건으로 명칭이 변경된 사건의 경우 피해자의 유류품이 발견됐음에도 가족에게 알리지 않는 등 경찰관의 위법행위도 확인됐다. 당시 초동 조치나 증거 수집 또한 매우 부실하게 이뤄졌다. 비단 30년 전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고유정 전 남편 살해사건은 물론 2018년 '어금니아빠' 이영학 살인사건 등 여전히 셀 수 없이 많은 사건에서 초동수사 부실이 확인된다. 검경 수사권조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경찰의 수사 권한은 더욱 확대된다. 그만큼 경찰의 적극적 초동 조치, 엄정하고도 공정한 수사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희생자의 고통은 어떻게

이춘재 8차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모(53)씨에 대한 재심이 현재 진행되고 있다. 윤씨는 경찰의 폭행ㆍ가혹행위를 이기지 못하고 거짓 자백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춘재가 8차 사건도 자신의 소행임을 인정하고 경찰 또한 재수사를 통해 이를 인정했다. 30년 동안 실종된 줄만 알았던 화성 초등생도 이춘재에 의해 희생된 것으로 최종 확인되면서 유족은 국가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고통의 세월을 겪어야 한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기관의 보상과 위로는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게 됐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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