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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아웃 'n']익명이란 가면 쓴 악마들…엄중 처벌 경각심 일깨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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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上> n번방이 할퀴고 간 자리

성 착취물 죄의식 없이 제작·유포
n번방 주범들, 사회에선 보통사람

오프라인·온라인 180도 다른 자아
익명 공간 폭력성 6배 높게 나타나

처벌 강화 못지않게 재발방지 중요
잘못된 사회적 성 인식 바로 잡아야

[로그아웃 'n']익명이란 가면 쓴 악마들…엄중 처벌 경각심 일깨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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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송승윤 기자, 이정윤 기자]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은 온라인상 익명성을 무기로 한 디지털 성범죄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일상에서 평범하게 지내던 그들은 익명의 가면을 쓰기만 하면 괴물로 돌변했다. 이곳에선 무슨 짓을 해도 잡히지 않을 거라는 믿음 때문이다.


n번방 사건의 핵심 인물은 모두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들이었다. '갓갓' 문형욱(24)과 대학 생활을 같이 한 학과 사람들은 하나같이 "평범해서 딱히 특이한 점이 떠오르지 않는다"고 그를 기억했다. '박사' 조주빈(24)은 오히려 성실한 모범생에 가까웠다. 조씨는 4.5만점에 4.0대의 우수한 성적을 유지하고 봉사활동도 꾸준히 해왔다. 학보사 편집국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이들의 평범한 면면은 디지털 공간의 익명성이 얼마나 무섭게 이용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의 자아가 180도 달라지는 것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익명 공간에선 자신의 정체성이 사라지게 돼 '대체 자아'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그 공간에서는 평소보다 폭력성이 6배 정도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말했다.


[로그아웃 'n']익명이란 가면 쓴 악마들…엄중 처벌 경각심 일깨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n번방 사건은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높이는 계기도 됐다. 주요 피의자들의 수법이 낱낱이 공개되면서 성 착취물 유포와 공유 행위에 대한 인식 전환이 이뤄진 것이다. 주요 피의자들이 차례로 검거되며 n번방 연루자들의 착각과는 달리 사이버 범죄가 완벽한 '도피처'가 될 수 없다는 사실도 재확인됐다. 현실 범죄 못지않게 온라인 범죄에도 엄중한 처벌이 뒤따른다는 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


n번방 사건이 벌어진 이후 수사기관을 비롯한 관계기관도 앞다퉈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성범죄 처벌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된 'n번방 방지법'도 19일부터 시행됐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불법 촬영 동영상을 소지 또는 시청만 해도 최대 징역 3년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기존에는 아동ㆍ청소년 이용 음란물을 소지하는 행위만 처벌 대상이 됐다. 성 착취 영상물 제작ㆍ유포도 5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서 7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양형 기준이 상향됐다. 이 외에도 성적 촬영물을 이용한 협박ㆍ강요 가중 처벌 등의 내용이 담겼다.



전문가들은 처벌 강화 못지않게 사회에 만연한 잘못된 성 인식을 바로잡는 계기로 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강력한 처벌도 필요하지만 잠재적 가해자가 다시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사회적 인식 전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결국 디지털 성범죄도 상대의 성에 대한 존중이 있어야 해소될 것이고 이는 사회적 노력이나 교육을 통해 도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송승윤 기자 kaav@asiae.co.kr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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