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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혐오 대상인가요" 일상 속 여혐, 막을 수 없나 ②[강남역 살인사건 4주기]
최종수정 2020.05.18 05:50기사입력 2020.05.18 05:50

여성혐오 일상화…불특정 다수 노리는 '묻지마 범죄'도 여성 집중
여성들, 혐오 표현 접한 뒤 "페미니즘 알고 싶어져"

"여성이 혐오 대상인가요" 일상 속 여혐, 막을 수 없나 ②[강남역 살인사건 4주기] 지난 2016년 5월23일 오후 서울 서초경찰서 앞에서 SNS를 통해 모인 20대 여성들이 최근 강남역 인근 주점 화장실 살인사건에 대해 정신질환자의 '묻지마 범죄'라고 규정한 경찰의 결론을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김연주·김슬기·강주희 인턴기자] [편집자주] 서울 강남역 한 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이 일면식도 없는 남성에게 무참히 살해 당한 '강남역 살인사건'이 17일 4주기를 맞았다. 4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 사회는 여전히 스토킹 범죄, 불법촬영, 'n번방' 등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끊이질 않고 있다. 여성이 처한 현실과 대안을 살펴봤다.


"메갈×들 다 강X, 난 부처님과 갱X, 300만 구찌 가방, 니 여친 집 내 안방, 난 절대 안 가 깜빵, 내 변호사 안전빵, 내 이름 언급하다간 니 가족들 다 칼X"

힙합 가수 김효은 씨가 2019년 3월30일 발매한 음원 '머니로드'(money road)에 담긴 가사다. 그룹 위너 소속 가수 송민호씨는 2017년 5월께 오디션 프로그램 쇼미더머니4에서 '산부인과처럼 다 벌려'라는 랩을 했다가 대중의 비난을 받았다.


래퍼 산이도 2018년 11월 '합의 아래 관계 갖고 할 거 다 하고 왜 미투해', '뭘 더 바래 지하철 버스 주차장 자리 다 내줬는데' 등의 가사를 담은 곡 '페미니스트'를 공개해 여성 혐오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런 상황에 여성들은 분노 하면서도, 여성 혐오는 더 이상 새로운 사회 현상이 아닌 익숙한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30대 여성 A 씨는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는 물론 여성이라는 이유로 노래를 통해 랩 방식을 이용해, 여성을 조롱하는 현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여성에 대한 분노, 혐오, 조롱은 2020년 5월 오늘도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성을 혐오하는 현상은 피해자를 가리지 않는 이른바 '묻지마 범죄'에서도 그 모습을 드러낸다. 범죄 과정에서 가해자들은 불특정 다수 피해자를 고르지만, 실제로는 범행이 쉬운 '여성'을 공격하는 현상이 있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실제 1년을 기준(2018년 3월~2019년 3월)으로 포털 사이트에서 '묻지마 범죄' 언론 보도를 검색한 결과 피해자 성별은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범행동기도 불명확하고 피해자도 특정하지 않는 이 범죄가 실제로는 여성 피해자가 많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묻지마 범죄'가 아닌 여성을 향한 일종의 증오 범죄일 수 있다는 단서다.


"여성이 혐오 대상인가요" 일상 속 여혐, 막을 수 없나 ②[강남역 살인사건 4주기] 지난 2018년 7월7일 오후 홍익대 누드 크로키 수업 몰카 사건 피해자가 남성이어서 경찰이 이례적으로 강경한 수사를 한다며 편파수사를 항의하는 시위대가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인근에서 규탄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실제 최근 '묻지마 범죄' 범죄 유형에서 피해자는 모두 여성이었다. 지난해 2월25일 오후 부산의 한 대학교 앞 커피숍에서는 20대 남성이 일면식도 없는 20대 여성을 흉기로 찔러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주변 사람들이 나를 미워하고 비웃는 데 불만을 품고 인근 마트에서 흉기를 산 뒤 '누구든 걸리면 죽이겠다'는 마음으로 일대를 돌아다니다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이에 앞서 2018년 2월 울산시 북구 한 아파트 앞 도로에서 20대 후반 남성은 한 여성에게 자신이 무시당한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이유로 화풀이 대상으로 지나가던 17살 여학생 뒤로 접근하여 눈과 입을 손으로 막은 채 바닥에 넘어뜨리는 등 묻지마 폭행을 했다. 이 여학생은 전치 2주의 상처를 입었다.


같은 해 6월 경북 포항의 한 약국에서는 여성 약사가 흉기에 찔려 숨지는 사건이 있었다. 경찰에 체포된 피의자는 "2~3년 전에 이 여성이 (나에게) 욕을 했다"고 진술하며 횡설수설했다.


10월에는 인천 공원서 한 남성이 이유 없이 지나가는 여성을 폭행하고, 같은 달 30일 경기 광명시 하안동 모 아파트 뒤편 도덕산 등산로 입구에서 60대 남성이 60대 후반 여성을 흉기로 살해했다.


불특정 다수를 범행 대상으로 놓는 '묻지마 범죄'에서 그 공격 대상이 여성에게 집중된 현상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경찰청이 '강남역 살인사건'이 발생한 2016년 발간한 '한국의 이상범죄 유형 및 특성' 보고서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15년까지 발생한 46건의 △묻지마 △분노·충동 조절 실패 △기타 비전형적 이상범죄 사건에서 피해자가 여성인 경우는 63.0%(29건)였다.


범행 동기로는 '가출한 아내와 닮아서', '평소 여성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이 있어서' 등 여성만을 겨냥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전문가는 '묻지마 범죄' 과정에서도 사실상 피해자를 물색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피해자가 여성이 많다는 것은 범행에 앞서 범행 대상을 고른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여성이 혐오 대상인가요" 일상 속 여혐, 막을 수 없나 ②[강남역 살인사건 4주기]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여성혐오 일상화…여성들 "페미니즘에 대해 알고 싶어졌다"


여성을 범죄 피해자로 특정하는 등 여성을 혐오 대상으로 삼는 현상은 일상 속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 여성 10명 중 9명 정도가 여성 혐오 표현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3월 대전여성가족정책센터가 내놓은 '대전시 20대 여성의 안전의식 및 실태조사'(20대 여성 1236명 조사)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의 87.8%가 오프라인에서 혐오 표현을 보거나 들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여성 혐오 표현을 접한 장소는 학교나 직장이 37.4%로 가장 많았고, 대중매체 29.5%, 공공장소 18.2% 등의 순이었다.


온라인상에서 혐오 표현을 접한 비율은 오프라인보다 더 많았다. 온라인상에서 여성 혐오 표현을 보거나 들은 적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98%에 달했다.


혐오 표현을 접한 온라인 공간은 카페와 커뮤니티가 44.6%를 차지했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38.8%, 개인방송 6.7% 등이었다.


여성들은 이 같은 혐오 표현을 접한 뒤 일상생활에 미친 영향을 묻는 질문에 30.9%가 '페미니즘에 대해 알고 싶어졌다'고 답했고, 20.4%는 '남성을 혐오하게 됐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의 76.6%는 여성에 대한 혐오 표현이 '매우 심각한 사회문제'라고 응답했고, 효과적인 대응책으로는 '성평등 교육의 교과과정 편성'과 '혐오표현금지법 제정' 등을 꼽았다.


30대 여성 B 씨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살해 당하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혐오적 표현을 듣는 것이 일상이다"라면서 "여성 남성 편 가르고 싶지 않지만, 사회 사건 등을 보면 여성이 피해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어디서 부터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여성들은 이제 단념하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토로했다.


조사기관은 "조사 결과를 통해 여성 혐오 표현이 젠더 갈등을 유발하는 큰 요인 중 하나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며 "강력하고 물리적인 규제와 함께 국민적 성인지 감수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김연주 인턴기자 yeonju1853@asiae.co.kr
김슬기 인턴기자 sabiduriakim@asiae.co.kr
강주희 인턴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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