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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그날엔…] '보수 200석' 안겼던 민심의 강물은 왜 변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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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8대 총선, 국회의원 당선자 3분의 2가 보수 성향…민주당 참패 이후 9년 지나 정권 탈환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정치, 그날엔…’은 주목해야 할 장면이나 사건, 인물과 관련한 ‘기억의 재소환’을 통해 한국 정치를 되돌아보는 연재 기획 코너입니다.


[정치, 그날엔…] '보수 200석' 안겼던 민심의 강물은 왜 변했을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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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은 정말 달라졌을까. 선거 표심을 둘러싼 의문이다.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이 얻은 180석은 단일 정당의 의석을 기준으로 할 때 정치 역사에서 처음 있는 기록이다. 이를 두고 대한민국 이념의 전선 이동에 주목하는 이들도 있다. 보수의 시대가 끝났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12년 전인 2008년 제18대 총선 결과를 살펴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당시에 보수 성향의 국회의원 당선자는 200명을 넘어선다. 한나라당은 153석의 당선자를 배출했고 자유선진당 18석, 친박연대 14석 등의 결과를 내놓았다. 185석의 의석에 더해 보수 성향의 무소속 후보들이 대거 당선됐다.


부산의 유기준, 김무성, 이진복, 유재중, 김세연 의원과 대구의 이해봉 의원, 인천의 이경재의원, 경기도 한선교 의원, 강원도 최연희 의원, 충남 이인제 의원, 경북의 김태환, 이인기, 정해걸, 김광림, 성윤환 의원 그리고 경남의 최구식 의원이다. 보수성향 무소속 의원을 포함하면 18대 총선 당선자는 200명을 넘는 수준이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직후 치러진 2008년 제18대 총선은 통합민주당의 처절한 패배로 귀결됐다. 한나라당은 과반 의석을 간신히 넘어서는 153석을 획득했지만 정치적으로 우호 그룹으로 분류될 보수 성향 의원들의 총합은 200명을 넘어선다. 당적은 한나라당이 아니었지만 보수 정치의 지향성을 함께하는 다수의 의원들이 탄생했다는 얘기다.


[정치, 그날엔…] '보수 200석' 안겼던 민심의 강물은 왜 변했을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명박 대통령 취임 직후에 총선이 진행됐다는 점에서 여당에 지지여론이 쏠릴 것은 어느 정도 예견된 부분이다. 당시 통합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을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도 총선 참패의 원인이다.


민주당은 총선 패배 이후 혼돈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었다. 18대 국회에서 민주당 의석은 81석에 불과했다. 지역구는 66명의 당선자를 배출했고 비례대표 15석을 포함해 80석을 간신히 넘어섰다. 민주노동당 5석과 창조한국당 3석을 포함해도 90석을 넘지 못했다.


개헌저지선(100석 이상)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당시 통합민주당이 패배한 원인은 국민의 외면이다. 민주당을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주지 못했다는 얘기다. 당시 총선 투표율은 역대 최저 수준인 46.1%에 불과했다. 국민 10명 중 5명도 안 되는 인원이 투표에 참여했고 민주당은 기록적인 패배를 맛보았다.


2008년 보수 성향의 국회의원 당선자를 200명 넘게 당선시켰던 민심의 강물은 12년이 지난 지금 달라졌을까. 21대 총선 결과와 관련해 정치권에서 짚어볼 대목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유권자의 이념 지형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미래한국당의 비례대표 정당 득표율은 33.84%, 더불어시민당의 득표율은 33.35%로 집계됐다. 민주당은 더불어시민당에 비례 의석을 몰아달라고 호소했지만 미래한국당 득표율에 미치지 못한 셈이다.


정의당과 열린민주당 쪽으로 분산된 것도 원인 중 하나이다. 하지만 특정 정당 또는 특정 이념 쪽으로 여론이 급속하게 쏠리지 않았다는 게 주목할 부분이다. 결과적으로 보수 성향 정당의 성적표가 저조하게 나왔지만 이를 보수 정치의 몰락으로 곧바로 연결 짓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얘기다.


다만 과거의 정치 스타일을 토대로 민심을 얻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게 증명됐다. 한나라당이 야당 시절 반대의 깃발을 내걸어 정권 탈환에 성공했던 모델을 20년이 지난 시점에서 답습한 게 문제라는 얘기다.


[정치, 그날엔…] '보수 200석' 안겼던 민심의 강물은 왜 변했을까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15일 국회에 마련된 개표종합상황실에서 '선거결과에 책임을 지고 당 대표직 사퇴 의사'를 밝힌 후 고개를 숙이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통합민주당은 2008년 총선 이후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미래를 기약하기 어려운 현실은 사분오열의 원인이 됐다. 총선 참패 이후 국민의 선택을 받기까지는 예상보다 긴 시간이 필요하다.


지역구와 비례의석을 포함해 81명의 당선자를 배출했던 통합민주당은 보수성향 국회의원이 200명을 넘어서는 18대 국회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통합민주당은 지도부도 교체하고 새로운 비전을 통해 국민에게 다가섰지만 2012년 대선에서 정권을 탈환하지 못했다. 정권 교체는 2008년 총선 이후 9년이 지난 2017년에 이뤄졌다.


이는 미래통합당이 곱씹어볼 대목이다. 적당한 리모델링으로는 국민의 선택을 받기 어렵다는 의미다. 문제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대통령 선거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2년 밖에 남지 않았다.


당을 근본적으로 바꾸기에는 충분하지 않은 시간이다. 미래통합당은 당명 교체와 상징색 교체 등 이미지 변화를 시도했지만 국민에게 믿음을 안겨주지 못했다.



대선이 예정된 2022년은 미래통합당의 시간이 될 수 있을까. 아니면 통합민주당이 경험한 것처럼 10년에 가까운 기다림이 시간을 경험해야 할까. 결과를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수권정당의 믿음을 회복하지 못할 경우 기다림의 시간은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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