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메르스가 보여준 자영업 붕괴…‘코로나19 습격’ 종업원 해고하고 혼자 뛴다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53초
뉴스듣기 글자크기

한국외식산업연구원, '코로나19 영향 모니터링 3차 조사' 결과 고객수 3분의 1 '뚝'
매출 감소에 인건비라도 절약…종업원 근무시간 단축·해고·1인 가족경영 전환 속속
메르스로 증명된 자영업 붕괴…외식 자영업자 "정부의 실효성 있는 지원 방안 촉구"

메르스가 보여준 자영업 붕괴…‘코로나19 습격’ 종업원 해고하고 혼자 뛴다
AD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언제쯤 잠잠해질까요? 작년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에 종업원 2명을 내보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예상치 못한 변수까지 만나 매출이 정확히 50% 줄었습니다. 반 토막이죠. 인건비라도 줄이지 않으면 폐업 위기라 남은 종업원마저 내보냈습니다. 당분간 혼자 가게를 운영해야죠." -인천의 한 백반집 사장 김모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외식 자영업자들이 매출 감소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들은 인건비라도 줄이기 위해 종업원을 내보내거나 근무 시간을 줄이는 등의 방법으로 버티고 있다.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인건비 부담으로 '1인경영·가족경영'으로 속속 전환하는 추세가 올해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사태까지 만나 더욱 가속할 것으로 보인다.


29일 한국외식업중앙회 산하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농림축산식품부와 함께 공동으로 진행한 '외식업계 코로나19 영향 모니터링 3차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9일 전후로 외식업 고객 수가 32.7%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는 한국외식업중앙회 회원업소 600곳을 대상으로 지난 18일~21일 총 4일간에 걸쳐 방문 면접조사 방식으로 실시됐다.


외식 자영업자들은 폐업하지 않으려면 인건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종로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사장 이 모 씨는 "작년 이맘때와 비교하면 매출이 55%가량 줄었는데, 코로나19가 장기화할 것 같아 인건비를 줄일 생각"이라면서 "서빙 직원을 내보내고, 당분간 동생과 어머니가 가게에 나와 도움을 주기로 했다"고 전했다. 동대문에서 백반집을 운영하는 사장 박 모 씨는 "거짓말처럼 손님 발길이 뚝 끊겼고, 현재 매출로는 임대료 감당하기도 벅차다"면서 "최근에 아르바이트생에게 근무시간을 줄이자고 이야기했는데, 이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혼자 매장을 지킬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식당 종업원이 사라지고 혼자 운영하거나 가족이 운영하는 추세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의 '통계연감 2019'에 따르면 본인·가족 인건비가 2015년 평균 456만원에서 2016년 1557만원으로 증가한 후 2017년에는 2120만원까지 치솟은 것으로 집계됐다. 연구원은 이 통계가 종업원이 없는 외식 자영업자나 가족이 종사하는 음식점이 증가했다고 100% 단정 짓기에는 부족할 수도 있지만,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종업원이 없는 자영업자가 지속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 비추어 주목할 만한 통계라고 강조했다.

메르스가 보여준 자영업 붕괴…‘코로나19 습격’ 종업원 해고하고 혼자 뛴다


실제 1인 자영업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자영업자는 560만5600명으로 전년보다 3만2300명 쪼그라들어, 1995년(556만9000명) 이후 24년 만에 가장 적었다. 특히 1인 이상의 유급 고용원을 둔 자영업자는 1998년(24만7000명) 이래 가장 큰 폭의 감소(11만3600명)세를 보였다. 자기 혼자 또는 가족과 함께 일하는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의 수는 8만1300명 늘었다. 증가분은 2001년(10만2200명) 이후 18년 만에 가장 컸다. 통상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감소하고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가 늘어나는 것은 업황 악화와 인건비 부담 등으로 소규모 사업체를 이끄는 자영업자가 직원을 줄이고 본인이나 무급가족 종사자로 인력을 대체하는 현상으로 풀이된다. 2018년과 2019년 최저임금이 각각 16.4%, 10.9% 인상돼 업황 부진 속에 자영업자의 인건비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서용희 한국외식산업 수석연구원은 "종업원에게 입금해야 할 임금이 지속해서 증가함에 따라 종업원 수를 줄이거나 시간제 근무로 전환하고 있다"면서 "종업원 인건비 총액이나 비중이 일정하게 유지된 것은 가족경영 전환에 따른 것으로, 임금을 가족에게 지급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사업주 본인뿐만 아닌 사업주 가계의 총 이윤을 증가시키기 위한 경영 전략"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그는 "최저임금이 급격히 인상된 2017년에 그 경향이 두드러졌는데, 앞으로 무인화 자동화 시설의 확산과 맞물려 종업원을 두지 않는 음식점은 지속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은 코로나19 확진자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외식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증폭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 발생 및 장기화에 따라 외식업계의 고객 수 감소가 지속 악화되고 있다"며 "정부는 일선 외식업체를 위한 실효성 있고 구체적인 지원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내수 경제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불안감이 퍼지고 있다. 특히 이들은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를 떠올리고 있다. 당시 자영업의 타격은 여실히 증명됐다. 2015년 자영업자 수는 전년 대비 9만8000명 줄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25만6000명)과 2010년(-10만7000명) 이후 감소 폭이 가장 컸다. 2015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7%로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0.8%) 후 가장 낮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낮다는 것은 소비가 위축됐다는 의미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