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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 페르미 추정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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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엔리코 페르미는 이탈리아 출신의 물리학자다. 이른바 '원자폭탄의 설계자'로 불리는 그는 1938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양자론과 핵물리학, 입자물리학과 함께 그의 능력이 발휘된 분야는 통계역학이다.


페르미가 1945년 '트리니티(인류 최초의 핵실험에 사용된 코드 네임)' 테스트 당시 폭발력을 추정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핵폭풍 충격파가 지나가기 전과 지나갈 때, 지나간 후에 각각 종잇조각을 떨어뜨려 움직임을 관찰하는 방식으로 폭발력을 추정했다.


페르미의 이름을 딴 '페르미 추정'은 기초적인 지식과 논리적인 추론으로 근사치를 추정하는 방법을 말한다. 최근 페르미가 뉴스 키워드로 등장한 것은 집회 참여 인원을 둘러싼 궁금증을 풀어줄 '과학적인 계산법'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집회에 활용된 공간의 전체 면적을 계산하고, 단위 면적(3.3㎡)당 가능 인원을 계산해 전체 인원을 추정하는 방식이다.


[초동여담] 페르미 추정의 한계 제8차 검찰 개혁 촛불 문화제가 5일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이 있는 서울 서초역 사거리에서 열리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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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구청장 출신 박성중 자유한국당 의원은 페르미 추정을 토대로 지난 5일 서초역 검찰개혁 촛불집회 인원을 계산했다. 3.3㎡당 밀집 지역은 9명, 비(非)밀집 지역은 5명이 모인 것으로 계산해 13만7000여명이 참여했다고 발표했다. 200만명 이상이 참여했다는 행사 주최 측의 인식과는 큰 차이가 있다.


누군가는 부풀리고 누군가는 축소한다는 집회 참여 인원. 페르미 추정이 '과학'의 권위를 토대로 논란의 종지부(終止符)를 찍어줄 수 있을까. 페르미 추정의 결정적인 한계는 '연인원'을 계산할 수 없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공식 집회가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진행됐다면 집회 참여자는 다양한 시간대에 그곳에 왔다가 간다. 페르미 추정은 오후 7시 등 특정 시간의 집회 참여 인원을 대략적으로 추정할 수 있을 뿐이다.


오후 6시에 왔다가 7시 전에 떠난 사람이나 8시 이후에 온 사람 등은 계산할 수 없다는 의미다. 집회 공간의 전체 면적이나 3.3㎡당 참여 가능 인원 역시 계산자의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추정(推定)의 사전적 의미는 '미루어 생각해 정함'이다. 페르미라는 유명 물리학자의 이름을 앞세운다고 해도 추정 이상의 권위를 부여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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