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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세종시가 보여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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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세종시가 보여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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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세종특별자치시로 이사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중앙 정부부처 이전과 동시에 대규모 택지가 조성되고 갖가지 생활 인프라가 들어서고 있어 몇 년 전 방문했을 때와는 달리 제법 '도시다워진' 모습이었다.

하지만 세종시의 미래 청사진은 과연 제 길로 가고 있냐는 점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한 달 동안 바라본 세종시는 '육지의 섬'과 같은 존재였다. 지역 발전은 스스로 수요와 공급을 충족하는 '자립'과 함께 주변과의 연계 정도가 중요한 요소지만 세종시는 두가지 모두 충족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도시 자체가 단편적이라 주변지역과의 호흡이 떨어진다. 세종은 일자리의 상당수가 공무원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이들은 정부청사 주변에 보금자리를 잡거나 서울에서 출퇴근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착공 11년, 특별자치시 지정 6년이 됐음에도 공무원과 자영업자의 도시라는 이미지는 바뀌지 않고 있다. 기업이 있어야 주변에서 일자리를 찾기 위해 몰려들텐데, '행정도시' 꼬리표가 붙은 세종시는 공무원 중심이라서 단조로울 수밖에 없다. 서울이나 부산 등 주변지역과의 인적 움직임이 활발한 대도시와 극명히 다른 부분이다. 고립을 면치 못하는 이유다.


정책을 만드는 공무원들은 일주일에 며칠씩 출장 등의 이유로 세종을 떠난다. 정책 수립에 필요한 현장과의 소통이 여전히 서울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수시로 잡히는 국회 일정도 무시할 수 없다.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은 세종시 공무원들의 서울출장이 작년에 비해 3분의 1가량 줄었다고 말했지만 고위 공무원일수록 서울출장은 더욱 잦은 게 현실이다. 공무원을 찾아오는 민원인이 적고 주업무인 정책을 논의하는 주무대는 더 이상 세종이 아니라는 얘기다. 세종의 활기를 바라는 것은 더욱 요원한 일이 돼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세종시 공무원들만 쳐다보는 자영업자들은 천수답 구조를 면치 못할 수밖에 없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젓듯, 이벤트가 있어야 자영업자들도 그나마 벌이가 생기는 식이다. 핵심상권을 제외하면 '임대'라는 팻말이 붙은 가게를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아예 분양조차 안된 상가도 심심찮게 보인다.


세종시에 근무하는 중앙부처 공무원은 "기업이 없는 세종시는 신기루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도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업을 중심으로 일자리가 창출돼 인력을 빨아들여야 하는데, 세종시는 그런 측면에서 능력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세종시의 성장을 위해 공무원을 무한정으로 늘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또다시 여당발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이슈화되고 있다. 수도권의 122개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내려보내 균형발전을 이루겠다는 게 핵심이다. 야당과 해당 공공기관들을 중심으로 반발하자 선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진화에 나서는 분위기도 연출됐다. 하지만 결국 현 정부의 지역살리기의 핵심이 기업이 아닌 손쉽게 동원할 수 있는 공공기관이라는 점에서 씁쓸하다. 파이를 키울 생각은 않고 있는 파이를 나누는데 골몰한 결과가 무엇인지 세종시가 보여주고 있다.






세종=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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