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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한컷] 아찔한 수능 성적 '사전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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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한컷] 아찔한 수능 성적 '사전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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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날 한시 똑같은 시험문제로 공정히 평가하는 게 수능인데, 그 결과를 이틀이나 먼저 알 수 있었다는 건 전혀 공정하지 않다."(고3 수험생)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발표를 앞두고 일부 수험생이 자신의 성적표를 미리 확인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매년 50만명 이상이 응시하는 국내 최대 규모 대입시험 보안에 구멍이 뚫렸다는 점에서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사고가 발생하고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교육당국의 태도는 너무나 안일했다. 유출 상황을 인지한 평가원은 2일 새벽 1시33분 서비스를 차단했다면서도 무려 14시간이나 흐른 이날 오후 3시20분이 넘어서야 사고 경위와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그 사이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혹시 내 수능 점수가 어딘가에 노출된 것은 아닐까', '인터넷에 떠도는 영역별 등급컷 정보가 진짜인가' 궁금하고 불안해야 했다.


일부 수험생들은 공정성과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아예 성적 공개를 앞당길 것을 요구했다. 이번 사고가 지난 주말 주요 대학의 수시 논술ㆍ면접ㆍ적성고사가 끝난 뒤에 벌어진 일이었기 망정이지, 자칫 반나절만 더 일찍 발생했더라면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했는지 사전에 파악하고 수시를 포기한 뒤 정시에 지원하는 경우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었다. 이 경우 대대적인 입시 부정 논란으로 번질 수도 있는, 생각만으로도 아찔한 상황이 벌어질 뻔했다.


평가원이 지난해 감사원으로부터 보안관리의 문제점을 지적받고도 이를 개선하지 않았다는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이번 사고는 사실상 예고된 인재였다는 비판도 이어진다. 평가원과 교육부가 성적을 미리 확인한 수험생들에 대해 업무방해 등 법적 대응에 들어갈지는 논의하겠다고 하자 일각에서는 "해킹도 아닌 단순 소스 조작만으로도 점수 확인이 가능하게 한 평가원을 수사해야 한다"는 비아냥까지 나왔다.


평가원은 이번 사고를 성적 유출이 아닌 '성적 사전조회'라고 명명하며 "수험생 및 학부모님들께 혼란을 야기하여 는려를 끼쳐드린 점 깊이 사과드립니다"라는 짧은 입장만 냈다. 그러면서 책임 소재는 언급하지 않았다


대입제도에 대한 국민적 불신으로 수능 중심의 정시확대가 다시 추진되는 이 시점에, 과연 평가원에 수능 출제와 문제지ㆍ답안지 관리, 채점과 성적 통지까지 모든 과정을 계속 일임해도 괜찮을지, 평가원이 그런 중대한 업무를 맡을 능력은 되는지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번 사고는 결코 일부 수험생의 호기심이 빚어낸 해프닝으로 치부될 일이 아니다.



/사회부 조인경 차장 ikjo@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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