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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만 18세 선거' 학교는 준비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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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만 18세 선거' 학교는 준비됐나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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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굣길 교문 앞에서 유세하는 정치인도 생기겠죠. 그런데 어른들도 지나다 악수 한 번 하고 명함 한 장 받았다고 해서 꼭 그 후보 뽑진 않잖아요. 이 정당 후보가 저 정당 후보를 비난하고,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말 한마디 거들었다고 거기에 휘둘려 누구를 찍고 안 찍고 할까요?"


지난해 말, 우여곡절 끝에 국회에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만 18세 청소년들도 선거권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올해부터 고등학교 3학년생 유권자가 56만명가량 늘어나고, 이 가운데 10% 정도는 당장 4ㆍ15 총선에 참여할 수 있다. 이제껏 36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우리나라만 19세가 돼야 선거권을 허용하는 유일한 나라였다.


만 18세의 정치적 판단을 신뢰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 속에 이 연령대 대부분의 학생들은 입시교육에 매몰돼있었고, 한편에서는 젊은이들의 정치의식이 부족하다느니, 교사의 정치편향적 발언이 학생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느니 하는 우려도 이어졌다.


정작 당사자인 청소년들은 정치적 의사를 표명하고 선거에 참여하는 데 매우 적극적이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2017년 전국 고교생 1430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에서 응답자 중 65.9%가 투표연령을 만 18세 이상으로 낮추는 데 동의했고, 반대하는 경우는 18.4%에 불과했다. 한 고등학생은 "사회적 경험이 부족하다고 해서 어떤 나라에서, 어떻게 살고 싶은지 의사 표현조차 할 수 없다는 건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항변했다.


오히려 학생들의 정치적 판단보다 걱정되는 건 우리 학교 현장이 정치교육, 선거교육에 전혀 준비가 돼있지 않다는 점이다. 교육부도 이제서야 부랴부랴 학생과 교사가 이번 총선에서 선거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하지 않도록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자문을 받아 허용되는 선거운동과 선거교육의 범위를 정리해 안내하겠다고 한다. 말 그대로 '가이드라인' 수준이 될 터이니 3월 새 학기가 시작되고 선거 때까지 약 한 달 보름 동안 적지 않은 논란과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이제부터라도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정치ㆍ사회 교육이 필요하다. 그동안 일부 학교에서 민주시민교육, 계기교육 등으로 학생들이 정치와 선거에 관심을 갖도록 해왔다면 앞으로는 사회 현안, 정치 이슈에 대해 학생들끼리 자유롭게 토론하고, 어느 후보의 주장이 옳고 그른지, 공약의 장단점은 무엇인지 직접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최근 인헌고 사태에서 보듯, 교육이 이념 논쟁으로 옮겨붙으면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된다. 서울시교육청이 총선에 맞춰 초중고 40개교에서 '모의 선거 프로젝트'를 하겠다면서도 불필요한 논란이 발생할까 학교 이름은 공개하지 않기로 한 결정이야말로 학생들이 당당히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밝히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조인경 사회부 차장 ikjo@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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