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1.5시간·주 83시간 노동
부친 장례식 하루 뒤 복귀…사고로 숨져
제주에서 쿠팡 새벽배송 업무를 하던 30대 노동자가 교통사고로 숨진 가운데 과도한 노동강도와 부친상 기간에도 이어진 '출근 압박' 정황이 드러나면서 과로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전국택배노동조합 제주지부는 12일 제주 부민장례식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에 사망한 고인의 노동 조건은 쿠팡 새벽배송 노동자 중에서도 가장 최악의 수준이었다"고 밝혔다.
노조가 쿠팡 배송기사 전용 애플리케이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A씨는 평소 오후 7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30분까지 하루 11시간 30분을 근무했고 주 6일 평균 노동시간은 69시간(야간근무 할증 반영 시 83.4시간)에 달했다. 이 수치는 A씨가 숨지기 전인 10월27일부터 11월2일까지 실제 근무 기록을 토대로 산정됐다.
특히 부친상을 치르던 지난 7일 대리점 직원이 "오늘까지만 쉬고 내일 출근할 거냐"고 메시지를 보낸 사실도 확인됐다. A씨는 "내일까지 부탁드린다. 아버지상이라 힘들다"고 답한 뒤 8일 하루만 쉬고 9일 다시 업무에 복귀했다.
A씨는 10일 오전 2차 배송 물량을 받기 위해 캠프로 돌아가던 중 자신이 몰던 1t 트럭이 전신주와 충돌하면서 현장에서 사망했다.
12일 부민장례식장 앞에서 노조는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A씨의 주 평균 노동시간(83.4시간)이 지난해 과로 끝에 숨져 산재 인정을 받은 고(故) 정슬기씨의 심야 로켓배송 주 평균 노동시간(74시간 24분)보다 많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조 측은 "고인은 하루 2차 반복배송, 고중량 증량물 배송 등 고강도 업무를 수행했고 아버지 장례 직후 정신적·신체적 피로가 극심한 상황이었음에도 8일 하루만 휴무하고 9일부터 출근해 사고를 당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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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훈 제주지사도 이날 빈소를 찾아 "부친 장례 직후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업무에 나선 구조가 매우 안타깝다"며 "다시는 이런 아픈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지방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박은서 인턴기자 rloseo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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