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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직접 가져다줘도 모자랄 판에…" SKT 유심 교체 첫날, 헛걸음한 가입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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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강남역·광화문 인근 SKT 대리점 북새통
상당수 고객들, 유심 교체 못 하고 발길 돌려

"줄이 너무 길어 오늘 못 바꿀 것 같은데요."

[르포]"직접 가져다줘도 모자랄 판에…" SKT 유심 교체 첫날, 헛걸음한 가입자들 28일 방문한 서울 강남역 인근 SK텔레콤 대리점 앞엔 이른 아침부터 긴 줄이 늘어섰다. 변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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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해킹 사태를 빚은 SK텔레콤이 유심 무상 교체 서비스를 시작한 28일. 이날 오전 9시께 찾은 서울 강남역 인근 SK텔레콤 대리점은 이른 시간부터 유심을 교체하러 온 고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유심 교체까지 한 시간이나 남았지만, 이미 100여명의 고객이 줄을 늘어선 채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SK텔레콤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전국 2600여곳의 SK텔레콤 대리점(T월드 매장)에서 희망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유심 교체를 무료로 진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대상은 침해사고 인지 후 시스템 격리 등 보호 조치가 이뤄진 지난 18일 24시 이전 SK텔레콤에 가입한 이동통신 고객들이다.


이윽고 오전 10시가 되자 대기 인원은 200~300여명으로 불어났다. 하지만 이날 이 대리점에 준비된 초도 유심 물량은 단 100개. 이 때문에 상당수 고객은 유심 교체를 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대리점 직원은 "온라인 유심 교체 예약 후 내일 다시 방문해 달라"며 "정 불안하면 유심 보호 서비스부터 가입하시면 된다"고 안내했다. 오전 9시40분부터 기다렸다는 한모씨(50)는 "내일도 이렇게 아침부터 줄을 서야 하는 거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유심 보호 서비스는 2023년 불법 유심 복제로 인한 피해를 차단하기 위해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와 협력해 개발된 서비스로, 해킹 조직이 유심 정보를 탈취·복제하더라도 타 기기에서 고객 명의로 통신서비스에 접속하는 것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는 게 SK텔레콤 측의 설명이다.


'오픈런'에 성공한 고객들도 "온라인 방문 예약이 확인돼야 유심 교체가 가능하다"는 대리점 측 공지에 혼란에 빠졌다. 오전 10시15분께 한 고객이 보여준 온라인 대기 인원은 무려 7만5000여명에 달했고, 예약까지 10분이 넘게 걸렸다. 일부 고령층 고객들은 "굳이 대리점까지 찾아왔는데 왜 또 온라인 예약을 해야 하느냐"며 불만을 나타냈다.


[르포]"직접 가져다줘도 모자랄 판에…" SKT 유심 교체 첫날, 헛걸음한 가입자들 28일 방문한 서울 광화문 SK텔레콤 대리점 앞에 이번 해킹 사태와 관련한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은서 기자

고객들은 이번 사태로 SK텔레콤에 대한 불신도 깊어진 모습이었다. 김모씨(40)는 "불안해서 유심을 교체하러 왔는데, 교체한 후 다른 통신사로 옮길 생각"이라고 했고, 한모씨(26)도 "다른 통신사 혜택이 괜찮다면 옮길 의향이 있다"고 했다. 배모씨(37)는 "이 정도면 집단소송이라도 해야 한다"며 "직접 유심을 가져다줘야 할 판에 매일 아침 줄을 서야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광화문 SK텔레콤 대리점 앞에서도 이른 아침부터 100m 넘는 대기 줄이 생겼다. 대리점 측은 혼란을 막기 위해 오전 10시 전부터 번호표를 나눠줬지만, 준비된 초도 물량은 200개에 불과해 대부분 고객들이 유심 교체에 실패했다. 일부 고객은 아쉬운 마음에 계속 대리점 앞을 서성였다. 직장 동료와 함께 유심을 교체하러 온 최경자씨(65)는 "며칠 전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은 적이 있는데 이런 사태까지 터졌다고 하니 앞으로 그런 사기 전화가 많아질 것 같아 걱정"이라고 했다.


실제로 SK텔레콤의 유심 무상 교체 조치를 악용한 사례도 확인됐다. SK텔레콤 유심 해킹 사고와 관련해 가입자들의 불안 심리가 커지면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는 과기정통부 등 관계 부처에 "유심 보호 서비스 가입, 유심 교체 등 조치의 적정성도 면밀히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과기정통부는 '유심 무상 교체', '유심 보호 서비스'라는 키워드를 악용한 피싱·스미싱 공격 시도가 발생하고 있다며 사용자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이번 해킹 사태에 대해 SK텔레콤의 대응이 소극적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어렵게 유심 교체를 마친 안지민씨(48)는 "핸드폰에 금융 정보도 많고, 오늘도 거래할 일이 많아 아침부터 나왔다"며 "SK텔레콤이 문자라도 줄 줄 알았는데, 뉴스와 유튜브를 통해서야 사태를 알게 됐다"고 전했다.


이날 만난 상당수 고객들은 이번 사태로 유심 정보 유출 피해를 우려하면서 SK텔레콤이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모씨(72)는 "보안이 허술해 해킹을 당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모바일 금융 정보를 통해 돈까지 빼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걱정"이라고 말했다. 광화문 인근 직장인 김지영씨(55)는 "유심은 신분증이나 마찬가지인데, 유심 보호 서비스는 사태 직후 바로 가입했다"며 "통신 산업은 기간 산업이기에 정부의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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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SK텔레콤은 "최근 많은 고객이 개인 정보 보안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여 교체 서비스 시행 첫날부터 매장에 일시에 몰릴 경우 현장에서 큰 불편이 예상된다"며 온라인 예약 시스템을 적극 활용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이은서 기자 libr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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