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시온 숲속의 아침뷰' 입주도 못하고 보증금 날릴 위기
HUG 계좌인 줄 알았는데 시행사 통장으로…300억원 허공에
자본잠식 숨긴 채 보증금 수령…입주민 "사실상 전세사기"
임대보증금 보증사고, 1년만에 148% 증가
지방 건설사의 줄도산에 민간 임대아파트 임차인들이 보증금을 날릴 위기에 처했다. 임대의 주체인 건설사가 도산하면서 임차인들이 보증금을 돌려받을 길이 요원해진 것이다. 임차인들은 소송전까지 돌입했지만, 결과를 장담하기는 어렵다. 일각에서는 중소 건설사의 '부실 도미노'가 주거 취약계층의 삶을 위협하는 구조적 위기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HUG에 입금한 줄 알았는데 '날벼락'…'시온 숲속의 아침뷰'
1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강원도 춘천의 민간 임대아파트인 '시온 숲속의 아침뷰'의 임차인들은 시행사 시온토건과 새마을금고 등 관계자 8명을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총 318가구 규모의 임대 아파트인 '시온 숲속의 아침뷰'는 2023년 6월 입주 예정이었지만 시공사 시온건설개발과 시행사 시온토건이 잇달아 부도로 쓰러지면서 공사가 멈췄다. 공정률은 약 80%다.
고소한 임차인들은 불로봉무 새마을금고를 통해 납입한 임대보증금 일부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계좌로 직접 입금되지 않고, 시온토건의 계좌로 흘러들어갔다고 본다. 총 385억원의 보증금 중 78억원이 HUG 계좌로, 나머지 약 300억원가량이 시온토건 계좌로 입금됐다는 것이다. 임차인들은 새마을금고가 시행사와 공모해 벌인 일로 의심하고 있다.
임차인들은 "새마을금고가 HUG 지정 계좌로 입금한다고 약정해놓고 계약자들에게 고지나 동의 없이 시행사로 중도금을 입금했다"며 "HUG 지정 계좌가 나오면 새마을금고가 직접 입금하도록 약정서에 적혀있으나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시행사 통장으로 흘러간 자금은 공사비로 쓰인 것으로 보인다.
임차인들은 입주가 지연된 상황에서 보증금 반환 문의를 했지만, 상당수가 돌려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파악하게 되면서 문제를 인식했다. HUG 관계자는 "입주금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아, 2023년 7월부터 수납 정상화 요청 공문을 시행사에 발송했지만, 공정률 50% 초과시 수납 예정이라는 답변을 받았다"며 "(시행사가) 중도금 편취를 적극적으로 은폐한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HUG는 결국 지난 2월 이 아파트를 보증사고 사업장으로 공고했다. 그러나 약관상 HUG로 들어온 78억원 외에는 돌려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임차인이 낸 보증금 중 300억원은 못 받는다는 얘기다. 고소장을 접수한 강원경찰청은 시온토건 관계자를 상대로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자본잠식' 숨기고 보증금 수취한 김해 '남명더라우'
경상남도 김해시의 임대 아파트 '남명더라우'의 임차인들도 비슷한 이유로 밤잠을 설치고 있다. 최근 입주민 824가구 중 309가구가 471억원 규모 임대보증금 사기 혐의로 임대사업자 '남명산업개발'을 고소했다. 남명산업개발은 2022~2023년 이미 완전 자본잠식 상태였지만 이 사실을 알리지 않고 보증금을 계속 수령했다. 이후 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피해가 일파만파 커졌다. 보증금 미반환으로 인한 피해 규모는 47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임차인들은 "사실상의 전세 사기"라며 분노하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춘천 '시온 숲속의 아침뷰'와 김해 '남명더라우'는 모두 지방의 임대 아파트다. 임대 아파트는 자금 여력이 부족하거나 분양 마케팅 능력이 부족한 중소 건설사들이 짓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임차인들도 경제적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서민층이 대다수다. 건설사와 입주민 모두 자금 여력이 약한 상황에서, 경기가 침체되자 중소 건설사들이 줄도산했고 이에 따라 서민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됐다. 피해자들은 정부에도 해결책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렇다 할 뾰족한 방안도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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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금 사고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HUG에 따르면 '법인 임대보증금 보증사고' 금액은 2023년 2320억원에서 2024년 5759억원으로 1년 만에 14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사고 건수도 1259건에서 2674건으로 곱절로 불어났다. HUG 관계자는 "'시온 숲속의 아침뷰' 보증사고 이후 입주금 관리 사업장의 수납현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관리를 강화하도록 조치했다"며 "아직은 추가적인 사고 사례가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고 밝혔다.
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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