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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죽음 이어질 수 있는데…횡령·배임에 관대한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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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죽음 이어질 수 있는데…횡령·배임에 관대한 나라 상장폐지 간소화 정책에 반대하는 소액 주주들이 10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서 집회를 갖고 있다. 이들은 상장폐지 심사 기준 명확화, 횡령·배임에 따른 차등적 상장폐지 절차 도입, 기업 및 유관기관 투명성 강화, 주주 권리 보호 위한 사회적 공론화 등을 촉구했다. 2025.02.10 윤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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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까지 피해를 입어야 합니까?"


지금까지 만난 수많은 소액주주는 항상 분노에 차 있었다. 주가 폭락 등 단순 투자 실패였다면 그렇게까지 화내지 않았을 것이다. 이들은 경영진의 횡령 또는 배임 혐의로 인해 보유하고 있던 주식이 거래정지 되거나 상장폐지 된 것에 분노했다. 한 소액주주들은 이렇게 말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내가 저지르지도 않은 범죄 때문에 억 단위 돈이 사라지게 생겼는데, 화가 안 나고 배깁니까."


주식회사라는 개념은 1602년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에서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동인도회사의 주력 사업은 아시아와의 무역이었는데 워낙 긴 항로 탓에 수많은 자금을 투자하기엔 리스크가 컸다. 이에 동인도회사는 많은 사람으로부터, 소액의 돈을 투자받는 방식을 택한다. 대신 동인도회사는 전문경영인을 통해 이익을 착실하게 만들어내서 투자자에게 이익을 배당했다. 회사를 운영하고 발전시키는 데 쓰이는 돈이 공동의 투자자, 주주에게서 오게 되는 셈이다.


횡령 및 배임 범죄는 '나'의 재산과 '회사'의 재산이 구분되지 않을 때 발생한다. 지난해 5억원 이상의 횡령으로 처벌받은 1심 판결문을 전수조사 한 결과, 이들은 회삿돈을 착복해 자신의 생활비에 쓰거나 주식, 가상화폐 투자에 이용했다. 심지어 14억원에 가까운 돈을 횡령하고 인터넷방송 BJ에게 탕진해 버리기도 했다. 보다 못한 주주들은 목소리를 냈지만 배제되기 일쑤다. 사측은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의견을 무시했다. 일부 회사는 분노하는 주주를 향해 "극단적 행위만을 반복한다"고 치부했다. 이런 분위기가 팽배하니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가치 제고의 조건으로 횡령 및 배임 문제 해결을 꼽지도 않았다. 국내 주식회사들은 어차피 횡령과 배임을 계속할 것이라서 해결할 수 없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였다.


횡령과 배임 문제를 이대로 둬선 안 된다. 우리는 기업의 횡령과 배임 범죄가 누군가의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목격했다. 죽음은 단발성 사건이 아니었다. 남아 있는 가족은 우울에서 벗어나지 못하거나 심지어 건강을 잃고 죽기도 했다. 회사를 따라다니면서 돈을 돌려 달라고 따지다 보니 정작 본인의 생업을 이어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지만 횡령과 배임 문제에 대한 국가의 인식은 안일해 보인다. 20대 국회에서 횡령 및 배임 등 재산 범죄의 양형 기준을 끌어올리는 법안이 여럿 나왔지만 정부는 살인죄보다도 무거운 처벌이라며 반대했다. 결국 해당 법들은 무산됐고 지금까지도 횡령 및 배임 범죄에 대한 강한 처벌은 요원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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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할 것 같던 동인도회사는 17세기 말부터 쇠퇴하다가 파산한다. 일본에도 막부의 쇄국 정책 등도 언급되지만 직원의 횡령 등 내부 부패 역시 쇠퇴의 원인으로 꼽힌다. 횡령 및 배임에 관대한 나라가 됐다가는 경제의 쇠퇴로 이어질 수 있다. 주주만이 아니라 더 많은 서민이 피해자가 될 것이다. 소액주주의 분노를 새겨들어야 할 시점이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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