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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日서 난리난 두부바, 中에도 떴다…종주국서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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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무원 베이징 핑구구 공장 가보니
이달부터 두부바 신규 생산…中 입맛 노린다

"위이이이이잉~."


두꺼운 문이 열리자 냉각기가 곧바로 반응하며 돌아간다. 미세하게 유입된 바깥 공기를 감지, 적정온도인 '5도'를 사수하는 것이다. 방진복과 마스크, 위생모와 위생 덧신을 갖추고 손과 전신을 소독한 뒤 4개의 문을 연이어 지나고 나서야 만난 풍경이다.


지난 23일 방문한 중국 베이징 핑구구의 풀무원 제2공장은 회사의 '전진기지'와 같았다. 중국 대륙 각지로 유통되는 포장두부와 가공두부, 두장, 그리고 최근 새롭게 선보인 '두부바'가 바로 이곳에서 제조된다. 그렇게 만들어진 제품은 풀무원이 구축한 콜드 시스템을 타고 전국 250개 유통사, 2만개의 매장에서 판매된다.


2공장은 2022년 4월 완공돼 올해로 가동 3년 차를 맞았다. 2012년 9월 완공된 1공장을 포함해 베이징 핑구구 공장은 토지면적 2만8247㎡, 건설 면적 1만8703㎡에 달한다. 두 개의 공장과 폐수처리장, 창고, 경비실 등 총 6개의 건축물로 이뤄진 대규모 시설이다.


[르포]日서 난리난 두부바, 中에도 떴다…종주국서 '승부수' 지난 23일 방문한 중국 베이징 핑구구의 풀무원 제2공장. 세척된 대두를 이용해 만든 콩물이 두부로 만들어지고 있다. (사진 출처= 김현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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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日서 난리난 두부바, 中에도 떴다…종주국서 '승부수' 지난 23일 방문한 중국 베이징 핑구구의 풀무원 제2공장. 두부 제조를 위해 세척된 대두가 라인을 따라 옮겨지고 있다. (사진 출처= 김현정 특파원)

日서 7000만개 '대박'난 두부바…두부 종주국서 도전장


두부바는 같은 공장에서 제조한 두부를 5도 숙성실에서 12시간 숙성시켜 조미한 뒤 반죽·성형·냉각·베이킹·멀티박 포장 등의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지난 1일부터 라인을 돌려 이튿날인 2일 베이징과 허베이 지역 세븐일레븐 330개 매장에 입점을 시작, 초기 반응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11월 내부 투자 심의에 착수해 올해 3월부터 생산 라인을 준비, 10개월 만에 전격적으로 진행된 일이다.


빠른 판단과 실행의 배경은 일본에서의 성공 경험이다. 두부바는 풀무원의 일본법인 아사히코에서 2020년 출시해 3년 만에 누적 판매량 7000만개를 돌파한 소위 '대박 상품'이다. 이를 토대로 지난 4월 싱가포르에 진출했고, 이제는 두부 종주국인 중국 대륙에서 막 데뷔한 참이다. 현재는 한국식 달콤한 맛과 중국 특유의 매콤한 맛을 구현한 한식불고기맛, 상라맛이 출시됐다. 7.9위안(약 1500원)으로 일반적인 편의점 간식 가격이다.


김용주 풀무원 베이징 공장장은 "중국에서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건강한 단백질 섭취에 따른 요구가 늘고 있으며, 현재까지는 닭가슴살이나 게맛살 등 동물성 단백질 위주의 간식 시장이 형성돼 있다"면서 "전통 가공 두부 경쟁에서 탈피해 식물성 단백질 냉장 간식 카테고리를 새로 개척하겠다"고 설명했다.

[르포]日서 난리난 두부바, 中에도 떴다…종주국서 '승부수'

[르포]日서 난리난 두부바, 中에도 떴다…종주국서 '승부수' 김용주 풀무원 베이징 공장장이 지난 23일 핑구구의 풀무원 공장에서 기자들에게 '두부바'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출처= 김현정 특파원)

中 제로코로나 후 실적 주춤…"투자는 계속된다"


풀무원은 오리온과 함께 중국 현지화 성공사례로 손꼽히는 식품기업이다. 하지만 통상의 신규 법인이 그렇듯 풀무원도 2010년 베이징 법인 설립 후 10년의 고군분투 끝에 2020년 처음으로 흑자를 봤다. 제2공장 신설 역시 코로나19 상황에서 힘겹게 얻어낸 결실에 고무돼 집행한 투자 덕이다. 그 결과 현재 1공장에서는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2023년 기준·38%) 파스타를 비롯해 냉면·떡·소스류를, 2공장에서는 포장두부·가공두부·두부바·두장 등 두제품을 제조하는 안정적 이원화가 마무리됐다.


하지만 지난해 실적은 기대를 밑돌았다. 위드코로나 전환이 업계의 대형 악재가 됐고, 외식 수요가 늘면서 매출과 이익에 타격을 입었다. 2022년 4억7858만위안(약 915억원)에 달했던 파스타·두부 매출은 지난해 3억9533만위안까지 쪼그라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풀무원은 광둥성을 포함한 중국 남부에 신규 공장 설립을 위한 투자를 검토 중이다. 다음 달 말에는 미국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냉동 김밥을 들여와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본사의 적극적인 의지와 현장 노력의 결과다.


직원들의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한 투자와 비용 집행도 아끼지 않는다. 실제 베이징 공장 내부 곳곳에는 직원들이 열기를 피할 냉풍기가 분주히 돌아가고 있었다. 공장 가동 초기엔 없었지만 공장장을 비롯한 간부들이 고민해 조성한 시설이다. 현장 관계자는 "일이 고된 탓에 통상 공장 생산 인력은 임금을 쫓아 금방 이동하곤 하는데, 이곳 직원들은 4년 이상을 일한다"면서 "일과 회사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르포]日서 난리난 두부바, 中에도 떴다…종주국서 '승부수' 김용주 풀무원 베이징 공장장이 지난 23일 핑구구의 풀무원 공장 폐수처리장에서 기자들에게 폐수 처리 과정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 출처= 김현정 특파원)

꼼꼼한 위생관리와 엄격한 원칙 준수는 여러 번의 위기 상황에서 회사를 구했다. 최근 중국에서 발생한 유지사건(식용유를 유조차로 운송)의 후폭풍으로 받게 된 감독 기관의 일선 제조공장 현장 조사를 무사히 넘겼다. 시 당국이 수년 전부터 폐수가 발생하는 제조공장들을 베이징시 밖으로 밀어내려는 시도를 거듭했으나, 자체 조성한 폐수처리장을 통해 하수종말처리장 방류수 기준 농업용수 수준으로 물을 정화하는 데 성공하며 현재의 자리를 지켰다. 첨단기술기업 인증을 받아 법인세 10% 감면 등 혜택을 받는 드문 한국기업이기도 하다.



현재 가장 큰 도전은 빠르게 성장하는 현지 기업들의 기술력과 마케팅 전략이다. 두진우 풀무원 중국법인 대표는 "빠른 시장 변화로 유통 채널에 대한 예측이 쉽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이라면서 "과거엔 매대에 올렸을 때 풀무원의 제품이 독보적으로 눈에 띄었다면, 이제는 현지 경쟁사들이 여러 측면에서 따라붙은 데다가, 낮은 원가로 가격경쟁력을 갖추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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