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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그날엔]‘거침없는 직진’ 1993 김영삼…하나회 단칼에 숙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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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대통령 취임 직후 하나회 정조준
"개혁 위한 전진 결코 멈추지 않을 것"
성공한 쿠데타도 처벌, 역사의 교훈 남겨

편집자주‘정치 그날엔’은 주목해야 할 장면이나 사건, 인물과 관련한 ‘기억의 재소환’을 통해 한국 정치를 되돌아보는 연재 기획 코너입니다.
“나는 개혁을 위한 전진을 결코 멈추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해둡니다. 어떠한 경우라도 이것은 한치의 후퇴도 있을 수 없을 것입니다.”
[정치 그날엔]‘거침없는 직진’ 1993 김영삼…하나회 단칼에 숙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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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3월8일 김영삼 대통령은 방송사, 신문사 사장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이렇게 밝혔다. 그날은 현대사의 전환점으로 기록될 중요한 날이다. 김영삼 대통령의 당시 메시지는 그냥 나온 게 아니었다.


김영삼 대통령은 3월8일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 좌고우면하는 정치인이라면 단행하기 어려웠을 결단. 그것은 절대 권력의 집단으로 인식됐던 군부의 핵심, ‘하나회’ 숙청이었다.


[정치 그날엔]‘거침없는 직진’ 1993 김영삼…하나회 단칼에 숙청 대통령 취임식을 마친 후 식장을 떠나기 앞서 참관인들을 향해 손을 흔드는 김영삼 대통령.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김영삼 대통령은 민주자유당(민자당) 후보로 1992년 대선에 승리한 뒤 1993년 2월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민주자유당은 이른바 ‘전두환 정당’으로 불리는 민주정의당(민정당)의 맥을 이어받은 정당이다.


민자당의 본류는 민정계다. 전두환 군부 세력은 1979년 12·12 군사 반란 이후 대한민국 권력의 정점으로 올라섰다. 그 중심이 바로 육군사관학교 11기 출신이 주축인 군부의 사조직 하나회다.


박정희 전 대통령 총애를 받았던 육사 11기 출신 전두환은 훗날 대한민국 대통령이 됐고, 그의 동기인 노태우는 대통령 자리를 물려받았다. 그들이 권력을 쥐게 된 상황은 최근 극장가의 최대 화제작으로 주목받는 ‘서울의봄’에 자세하게 담겼다.


대통령 노태우 다음으로 청와대의 주인공이 된 인물이 대통령 김영삼이다. 대통령 김영삼은 거침없는 직진 행보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1993년 3월8일, 그러니까 대통령이 취임한 지 11일 만에 김진영 육군참모총장과 서완수 기무사령관을 전격적으로 경질했다.


[정치 그날엔]‘거침없는 직진’ 1993 김영삼…하나회 단칼에 숙청 지난달 26일 서울의 한 영화관에 내걸린 '서울의 봄'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권영해 국방부 장관을 호출했던 김영삼 대통령은 육군참모총장 등을 언제 바꿀 수 있느냐고 물었다. 권영해 장관은 “대통령이 통수권을 행사하면 언제든 가능하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김영삼 대통령은 군의 요직인 육군참모총장과 기무사령관을 갈아치웠다.


그날의 결정과 관련해 군만 놀란 게 아니었다. 당시 여당과 야당은 물론이고 사회 각계는 김영삼 대통령의 거침없는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1979년 군사 반란으로 정권이 바뀌는 것을 지켜본 이들은 혹시 있을지 모를 사태를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김영삼 대통령은 직진행보를 이어갔다. 3월8일 이후 하나회 숙청의 드라이브를 걸었다. 하나회 출신 육군참모총장 경질은 그 서막일 뿐이었다.


[정치 그날엔]‘거침없는 직진’ 1993 김영삼…하나회 단칼에 숙청 5.18사건 선고공판에 출석한 노태우·전두환 전 대통령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하나회 출신 장군들은 줄줄이 옷을 벗었고, 그 여파는 영관급 장교까지 이어졌다. 하나회 출신이거나 인연이 있는 이들은 군 인사에서 물을 먹었고, 그 자리는 비(非) 하나회 출신 인사들이 차지했다.


한때 대한민국 권력을 쥐락펴락하던 하나회는 정치인 김영삼이 대통령이 되자마자 소멸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 반발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군 개혁에 대한 반발 기류로 판단해 더 철저하게 응징했다.



1980년대와는 많이 달랐던 1990년대의 권력 지도. 서슬 퍼런 문민정부의 칼날 앞에서 군부독재의 그림자는 힘을 쓰지 못했다. 김영삼 정부 시절 있었던 두 명의 전직 대통령에 관한 군사 반란 사건 재판은 ‘성공한 쿠데타도 처벌할 수 있다’는 역사적인 교훈을 남긴 채 막을 내렸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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