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형주 중심의 S&P500 지수가 경기 침체 우려에 따라 연말께 3600선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월가에서 보수적인 증시 전망으로 유명한 파이퍼샌들러는 S&P500 지수가 연말께 현재 대비 15~20% 수준까지 떨어질 것이라며 이같이 전망했다. 파이퍼샌들러의 마이클 칸트로위츠 수석 투자전략가는 20일(현지시간) 투자자 노트에서 "밸류에이션과 실적 간의 괴리, 침체 우려 등이 매도를 촉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S&P500 지수의 연말 전망을 3600~3800선으로 조정했다.
테슬라와 넷플릭스 등 일부 기술주는 실망스러운 올해 2분기 실적에 주가가 약세로 돌아섰다. 이날 테슬라는 가격 인하에서 기인한 영업이익률 둔화와 올해 3분기 인도량 축소 전망 등으로 10% 가까이 내렸고, 넷플릭스도 2분기 가입자 수 깜짝 증가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월가 추정치를 하회하면서 9%가량 밀렸다. 대만 TSMC의 부진한 실적 발표 여파로 엔비디아(-3.31%)·인텔(-3.16%)·AMD(-5.31%)·퀄컴(-2.98%) 등 주요 반도체주들도 일제히 하락했다.
칸트로위츠는 "테슬라와 넷플릭스 주가가 이미 알려진 재료에 큰 하락세를 보인 것은 시장에서 차익 실현 욕구가 높아졌다는 방증"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다만 향후 6개월 안에 상당한 하락이 있을 것 같지 않다면서 지수 전망치의 최댓값을 20%로 좁혔다고 설명했다.
올해 하반기 증시를 두고 파이퍼샌들러 외에도 다수의 투자기관이 약세장을 전망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월가 전략가들은 S&P500 지수가 연말 4100선 아래에서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모건스탠리의 경우 S&P500 지수가 연말 3900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모건스탠리는 "기업 이익의 하락이 S&P500 지수 랠리에 브레이크를 걸 것"이라며 이같이 전망했다. 특히 고금리에 따른 유동성 여건 악화가 향후 3개월간 주식 평가 가치에 하방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올 상반기 증시는 당초 전망과 달리 강세를 보였다. 미 중앙은행의 긴축 기조에도 경제가 예상보다 강했고,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은 기술주들의 랠리가 S&P500 지수 상승의 동력으로 작용했다. 올해 들어 S&P500 지수는 18%(20일 마감 가격 기준) 이상 상승했다. 엔비디아는 220% 이상 급등했고, 아마존(60%)과 애플(50%), 그리고 알파벳·마이크로소프트 등 상위 8개 대형 기술주 주가가 대부분 두 자릿수 상승세를 보였다. 이들이 S&P500 전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0.6%에 달한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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