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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서울 직장인, 고향주소 안옮겨도 된다'…지방소멸에 1인2주소제 검토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59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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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혁신 과제에 '유연거주 활성화' 채택
단수주소제 행정원칙 바꾸고 주거규제 유연화
가주소·제2주소·복수주소제 등 방안 저울질
투표는 제주, 지방세는 서울 납부도 가능해져
5도이촌·워케이션 등 '두지역살기' 증가 기대
위장전입·행정낭비·선거대표성 등 혼란 방지해야

[단독]'서울 직장인, 고향주소 안옮겨도 된다'…지방소멸에 1인2주소제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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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유연거주 활성화를 위해 ‘1국민 2주소’ 방안의 검토에 착수했다. 저출산·고령화와 수도권 집중현상으로 가속화하는 지방소멸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특히 주민 확보를 위해 지방사회가 쟁탈전을 벌이는 제로섬 게임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오랫동안 유지해온 단일주소제 원칙을 바꾸는 데다 위장전입, 행정낭비, 선거대표성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아시아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국무총리실 규제혁신추진단은 최근 유연거주 활성화를 위한 방안 마련에 돌입했다. 유연거주란 하나의 주소지에서 벗어나 필요에 따라 다양한 지역에 거주하는 형태를 말한다. 방안에는 1국민 1주소(단일주소제) 행정 원칙을 바꾸고, 국민 1명이 여러 주소를 다양한 방법으로 가질 수 있게끔 허용하는 제도가 담겼다. 관건은 추상적인 ‘듀얼 라이프(두 지역 살기)’ 개념을 법 제도에 얼마나 현실적으로 녹여내는가다.

[단독]'서울 직장인, 고향주소 안옮겨도 된다'…지방소멸에 1인2주소제 검토 출근시간대 승객이 몰려 '지옥철'이라는 악명이 붙은 김포골드라인 역사(왼쪽)와 홍천의 한 시골마을 풍경.

정부 관계자는 “현재 특정한 시기를 염두에 두고 논의 중인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규제혁신 과제로 선정해 살펴보고 있는 것은 맞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본 등 해외사례를 참고해 해당 방안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단수주소제 행정원칙 바꾸고 주거규제도 '유연하게'
[단독]'서울 직장인, 고향주소 안옮겨도 된다'…지방소멸에 1인2주소제 검토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가(假)주소’ 제도를 검토한다. 가주소란 인구소멸위험지역으로 이주하거나 이주할 계획이 있는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주소다. 전입신고를 통해 주소지를 완전히 옮기지 않아도 되고, 가주소를 등록하면 정부가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이주 전 가주소 등록을 통해 정착 과정에서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인구가 적은 시골로의 이주를 고민하는 국민에게 국가가 혜택을 줌으로써 거주를 장려하는 제도다.


제2주소제(Second Address) 도입도 거론된다. 현행 주민등록상 주소지는 가족관계등록이나 선거관리 등의 분야에서 쓰고, 조세·금융 등에서는 원하는 주소를 선택하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제주도에서 직장 때문에 서울로 이주했다면 제주도를 1주소, 서울을 2주소로 갖는 식이다. 주민등록상 주소지와 실제 주거지가 다른 주민이 많이 발생할 때 효과적인 제도다. 총선 때는 제주도에 출마한 정치인을 뽑고 지방세는 서울에 납부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복수주소제 운영방안도 들여다본다. 복수주소제가 허용되면 제한된 범위와 조건 안에서 두 지역의 주소를 온전히 가질 수 있다. 공공기관 이전으로 지역을 급작스럽게 옮긴 직장인, 지방소재 대학에 다니는 대학생, 타지역에서 일시적으로 복무 중인 군인, 돌봄을 위해 거주를 옮긴 가족구성원 등이 허용 대상이다.


저출산에 수도권 쏠림현상까지…지자체 89곳 소멸 위기
[단독]'서울 직장인, 고향주소 안옮겨도 된다'…지방소멸에 1인2주소제 검토

정부가 유연거주 대책마련에 나서는 건 급속한 저출산·고령화와 심각한 수도권 쏠림현상 때문이다. 현재 은퇴를 앞둔 베이비부머 세대는 약 1700만명으로 한국은 2025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반면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로 인해 국내 사망자(37만명)가 출생자(25만명)를 큰 폭으로 앞지르고 있다.


지방 소도시에서는 이미 인구감소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총인구 5143만명 중 서울·경기·인천에 거주하는 수도권 인구가 2598만명으로 비수도권(2545만명)을 앞질렀다. 10년 전만 해도 비수도권 인구는 2581만명으로 수도권보다 68만명 근소하게 앞서고 있었다. 현재는 지역소멸이 우려되는 인구감소지역만 공식적으로 89곳에 달한다. 정부에서는 공공기관을 이전하고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소위 지역 살리기 정책을 펼쳤지만 먹히지 않았다. 최근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확보를 위한 소모적인 쟁탈전까지 벌이는 실정이다.


[단독]'서울 직장인, 고향주소 안옮겨도 된다'…지방소멸에 1인2주소제 검토 국내 인구감소지역. 사진=행정안전부

정부는 유연거주 활성화 방안을 통해 5도2촌(평일 5일은 도심생활, 주말 2일은 농촌생활)이나 워케이션(Work+Vacation·휴양지 근무) 등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사람들의 주소지가 두 곳으로 늘어나면 지역에도 거주지를 마련해야 하고 활동하는 반경도 늘어나게 된다”면서 “지자체끼리 주민을 뺏고 빼앗는 상황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행정낭비·위장전입·선거 대표성 등은 걸림돌

해외에서는 이미 고령화와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 유사한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독일은 2003년부터 복수주소제를 도입하고 ‘주거주지’와 ‘부거주지’를 인정하고 있다. 다른 지역에 부거주지를 등록하면 세금(제2거주지세)을 내지만, 임대료와 교통비 등을 소득세에서 공제해준다. 일본(2지역거주제)과 프랑스(2차거주지제)도 복수주소제를 도입했다.


다만 예상되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한 국민을 위해 두 지자체가 동원되기 때문에 행정력 낭비가 초래될 수 있다. 일부 지자체의 경우 실제 거주인구는 그대로인데 통계상 인구만 늘어나 지방재정 운용에 어려움을 겪을 공산도 크다. 제도의 빈틈을 파고드는 위장전입이나 지자체마다 제각기 다른 복지혜택을 노리고 거주하는 도덕적 해이도 막아야 한다. 어떤 거주제도를 도입하느냐에 따라 선거의 대표성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추진단은 제도 도입에 따른 한계점 극복과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함께 검토할 예정이다. 추진단은 다음달 말 용역검토가 끝나는 대로 추가 논의를 진행할 방침이다.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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