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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in전쟁사]'대평원' 우크라 지형이 70년만의 '탱크' 시대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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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세계대전때 유럽서 첫 실전 투입
보병 보조 역할서 전장의 주역으로
러·서방 모두 연료·탄약보급이 과제

편집자주[뉴스in전쟁사]는 시시각각 전해지는 전세계의 전쟁·분쟁 소식을 다각적인 시각으로 알려드리기 위해 만들어진 콘텐츠입니다. '뉴스(News)'를 통해 현재 상황을 먼저 알아보고, '역사(History)'를 통해 뉴스에 숨겨진 의미를 분석하며, 다가올 가까운 미래의 '시사점(Implication)'을 함께 제공해드리겠습니다. 매주 일요일마다 여러분 곁으로 찾아가며, 40회 이후 책으로도 출간될 예정입니다.
[뉴스in전쟁사]'대평원' 우크라 지형이 70년만의 '탱크' 시대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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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1년 옛 소련의 붕괴 이후 유럽 각국의 군수창고에 봉인돼있던 탱크들이 다시 실전 정비에 들어갔습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규모 탱크 지원이 발표되면서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유럽의 탱크들이 전선으로 향하게 됐는데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1주년을 앞두고 러시아가 지난해 여름 이후 모아둔 전력으로 대공세를 준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우크라이나가 전선을 방어하기 위해 수백대의 탱크를 요청했습니다. 특히 산악 지형이나 엄폐물이 거의 없는 평원지대인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대대적인 전차전을 벌일 것을 우려하고 있죠.


여기에 맞서는 서방국가들의 탱크 지원이 러시아의 대공세 이전에 얼마나 이뤄질지 여부도 관건인데요. 우크라이나 측은 전력상으로는 최강이지만 유지 비용이 막대한 미국의 에이브럼스 탱크보다는 유지비가 저렴한 독일의 레오파드2 탱크를 절실히 기다리는 상황입니다.


탱크 그 자체의 확보도 중요하지만, 탱크를 계속 움직일 연료와 탄약, 부품 등의 보급 유지가 훨씬 중요하기 때문인데요. 이로인해 역사 속에서 전차전은 늘 보급로 급습과 방어가 승패를 좌우하곤 했죠.


탱크부대의 보급 유지 문제는 러시아군 입장에서도 매우 중대한 지상 과제입니다. 개전 초기 유류보급 실패로 수많은 탱크들을 길바닥에 그대로 내버리고 행군해야 했던 뼈아픈 교훈이 있기 때문인데요. 러시아군이 그동안 열악했던 보급 체계를 얼마나 개선했나 여부가 향후 전쟁의 승패를 가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뉴스in전쟁사]'대평원' 우크라 지형이 70년만의 '탱크' 시대 열었다 지난 1일(현지시간)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오른쪽)이 아우구스트도르프의 독일연방군 203 기갑대대를 방문, 우크라이나로 지원할 레오파드2 탱크에 직접 시승해 성능을 시험하고 있다. 아우구스트도르프=로이터·연합뉴스
◆뉴스(News) : 독일, 탱크 178대 우크라 수출 지원…날짜는 확정 못해

우크라이나로 보내질 탱크 소식은 최근 유럽 각국 언론들의 주요 이슈로 다뤄지고 있습니다. 미국이 먼저 주력 탱크인 M-1 에이브럼스 탱크를 지원한다고 밝힌 이후 독일을 중심으로 레오파드2 탱크에 이어 레오파드1 탱크 지원도 결정됐는데요.


CNN에 따르면 독일 정부는 지난 7일(현지시간) 레오파드1 탱크 178대의 우크라이나 수출을 승인했습니다. 신형 레오파드2 탱크 지원 결정 후 2주만에 승인됐죠. 독일 방산업체인 라인메탈은 올해 레오파드1 20~25대 정도를 우크라이나에 공급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먼저 지원이 결정된 레오파드2 14대가 3월~4월 사이 전달되고, 레오파드1 물량은 올 여름부터 내년까지 인도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독일 뿐만 아니라 프랑스, 스페인, 네덜란드 등 유럽 주요국들도 자국에 남아있는 탱크 전력을 다시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원래 독일이 지원을 발표하기 전에 10여대를 보내준다고 했던 스페인이 정작 2대만 보낼 수 있다고 밝혔을 정도로 정비 상황이 엉망으로 드러났기 때문인데요.


[뉴스in전쟁사]'대평원' 우크라 지형이 70년만의 '탱크' 시대 열었다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로 지원할 탱크의 시연회를 위해 레오파드2 탱크를 정비하는 아우구스트도르프의 독일연방군 203 기갑대대의 모습. 아우구스트도르프=로이터·연합뉴스

영국 가디언지는 레오파드2 전차만해도 유럽 각국에 2630여대가 남아있지만, 이중 실제로 전력에 활용할 수 있는 탱크는 많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1991년 옛 소련이 붕괴한 이후 대부분 정례 훈련이나 정비없이 창고에 오랫동안 박혀있었기 때문이죠. 그나마 최신 탱크라는 레오파드2도 1979년산인데다 그동안의 군축기조로 부품 재고가 많지 않아 더욱 정비에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로 인해 당장 우크라이나 전쟁 1주년이 되는 2월 말을 앞두고 과연 몇 대의 탱크가 우크라이나에 당도할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개전 1주년 전후로 대대적인 공세를 예고한 가운데, 이 파상공세를 막으려면 서방의 탱크가 필수적인 역할을 해야할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서방과 러시아, 양자 간에 누가 먼저 더 많은 탱크를 전장으로 배치할 수 있을지 여부가 전쟁의 승패를 가를 승부수가 될 전망입니다.

◆역사(History) : 인도 힌두어로 '호수' 뜻하던 단어에서 유래…지상전의 왕자로
[뉴스in전쟁사]'대평원' 우크라 지형이 70년만의 '탱크' 시대 열었다 1916년 9월 1차대전에 첫 실전 투입된 영국의 마크-1(Mark-1)탱크의 모습.[이미지출처= 영국 임페리얼 전쟁박물관(IWM)]

이처럼 우크라이나 전쟁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른 '탱크(Tank)'는 1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에서 탄생한 현대 무기입니다. 하지만 정작 이 단어 자체는 인도에서 유래한 말이라고 하는데요. 영어 단어의 어원을 설명해주는 온라인어원사전(OED)에서 Tank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원래 호수나 저수지를 뜻하는 힌두어인 'tankh'라는 단어에서 유래됐다고 나와있습니다. 1610년경 인도 남부에 식민지를 만든 포르투갈인들에 의해 유럽에 퍼진 단어라고 하네요.


이러한 어원 때문에 지금도 탱크는 전차란 뜻 외에 물이나 액체, 가스 등을 담은 용기를 의미하는 단어로 쓰이는데요. 물탱크, 가스탱크, 탱크로리 등 여러 파생단어들이 나와있죠. 전문분야의 연구소를 뜻하는 '싱크탱크(Think Tank)'도 이러한 어원에서 비롯됐습니다.


사실 '육상전의 왕자'라 불리는 전차와는 썩 어울리지 않게 물에 기원을 둔 단어인 셈인데요. 영국에서 1915년 처음 전선에 투입된 탱크인 마크-1(Mark-1) 탱크를 개발할 당시 이 무기의 암호명이 탱크였기 때문에 이 명칭이 굳어져버렸다고 합니다. 원래는 둥근 바퀴 대신 체인형태의 '무한궤도(Caterpillar)'가 달린 궤도형 장갑차가 더 탱크의 본질을 잘 설명해주는 단어입니다.


[뉴스in전쟁사]'대평원' 우크라 지형이 70년만의 '탱크' 시대 열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1490년 스케치한 탱크의 모습.[이미지출처=이탈리아 피렌체 레오나르도 다빈치 박물관]

대부분 무기의 역사를 다룬 서적들에서 탱크의 기원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1490년 스케치했다는 원형 탱크 그림에서 시작됐다고 나옵니다. 사실 당시 이 탱크가 직접 제작되진 않았고, 이를 움직일 동력을 찾을 수도 없었기 때문에 스케치로 끝나기는 했지만 시대를 앞선 아이디어였다는데는 이견이 없죠.


실질적인 탱크, 즉 궤도형 장갑차의 설계 자체는 1900년대 초반부터 영국, 오스트리아, 미국 등 서방 각국에서 군인과 발명가들 사이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하지만 항상 발목을 잡은 것은 예산 문제였죠. 이미 전쟁을 대비해 모은 수백만명에 달하는 군인들의 보급을 유지하는 것도 벅찼던 각국 정부에서는 막대한 비용이 예상되는 탱크의 개발을 거부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상황을 뒤집은 것은 1914년 이후 지속된 1차 세계대전의 '참호전'이었는데요. 참호를 파고 기관총과 박격포 등 각종 방어용 무기들이 가득한 요새를 소총 한자루로 맨몸에 돌파하는 것은 자살 행위나 다름없었습니다. 그래서 이 참호를 뚫을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했죠. 막대한 예산 소요를 무릅쓰고 각국이 탱크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된 이유입니다. 하지만 이때까지 탱크는 참호로 돌진하는 보병들에게 진격 돌파구를 마련해주는 보조무기에 불과했습니다.


[뉴스in전쟁사]'대평원' 우크라 지형이 70년만의 '탱크' 시대 열었다 2차대전 당시 악명을 떨쳤던 독일의 티거(Tiger)-1 탱크의 모습.[이미지출처=영국 보빙턴 탱크박물관]

탱크가 오늘날처럼 지상전의 주요 전력으로 거듭난 것은 2차 세계대전 때부터라고 하는데요. 탱크라는 무기의 개념을 보병의 보조, 혹은 방어용에 국한했던 낡은 교리에서 벗어나 기동력을 갖춘 강력한 결전무기로 활용하자는 주장이 유럽 각국의 장교들로부터 제기되면서 탱크의 개념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탱크와 기계화 보병을 중심으로 한 기동전과 새로 발전한 공군전력 간의 협동작전을 주창한 대표적인 인물은 나치 독일의 육군 참모총장이었던 하인츠 구데리안(Heinz Guderian) 장군이었다고 합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이 기동전의 주력무기로 떠오른 탱크는 전후 모든 나라에서 지상전의 가장 중요한 무기로 떠올랐죠. 독일이 '전차의 나라'로 인식되게 된 것도 이때 독일 탱크부대가 보여준 기동전 성과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이런 연유로 2차대전 때는 나치 독일과 싸웠던 미국도 1960년대부터 서독과 함께 차세대 탱크 개발에 나서는데요. 당시 소련의 도발을 막기 위해 1963년부터 1968년까지 공동개발에 나선 양국은 미국명 MBT-70, 독일명 KPz 70이란 이름의 시제품을 만들게 됐습니다. 이후 이 탱크들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탱크가 이번에 우크라이나에서 다시 만나게 된 미국의 에이브럼스 탱크, 그리고 독일의 레오파드2 탱크입니다.

◆시사점(Implication) : 후방 지원을 누가 오래하느냐 싸움…방산업계 전반에 영향
[뉴스in전쟁사]'대평원' 우크라 지형이 70년만의 '탱크' 시대 열었다 3일(현지시간) 러시아 연해주 지역 밤부로보 훈련장에 마련된 T-80 탱크 기관총 탄창의 모습.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전선과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대대적 공습을 준비 중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밤부로보=타스·연합뉴스

서방과 러시아의 탱크가 우크라이나 전선에 모인다해도 결국 중요한 것은 누가 오랫동안 이 탱크 전력의 보급을 유지할 수 있느냐에 승패가 달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탱크와 같은 기갑부대는 연료, 탄약, 부품 등 막대한 재원을 소모하기 때문에 당장 화력만 갖춘다고 싸울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전쟁 초반 러시아군이 보급 유지 실패로 길에 버린 탱크를 수백대 노획한 것으로 알려진 우크라이나군도 결국 보급유지 문제로 인해 이 탱크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탱크 뿐만 아니라 러시아의 병력수송용장갑차(APC), 보병전투장갑차(IFV) 등도 함께 대량 노획됐지만 한번 전선에 활용되고 나면 정비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주요 전력으로 사용하질 못하는 것인데요.


이로인해 에이브럼스와 레오파드2 탱크 지원이 곧바로 우크라이나 전쟁의 전황을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영국의 외교·국방분야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는 앞서 보고서를 통해 러시아의 대공세가 시작되기 전까지 우크라이나에 최소 공격용 탱크 100대 이상이 지원돼야 러시아의 파상공세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습니다.



서방이 지원하기로 약속한 탱크의 숫자는 이미 100대를 넘어 200대에 이르지만, 문제는 이 탱크들이 언제 도착할지 기약이 없는데다 이들을 움직일만한 보급체계가 언제 마련될지 미지수라는 점이죠. 결국 미국과 유럽의 탱크 지원에 이어 비서구권 동맹국들로부터도 상당한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전세계 방산업계도 이 탱크 지원 흐름에 따라 새롭게 큰 시장을 마주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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