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속 용어] 호날두 가짜 득점 가려낸 '알 릴라'

공인구에 담긴 '과학 기술'…역대 공인구 중 가장 빠르고 정확
알 릴라 속 '관성측정센서'로 공 위치정보 파악

카타르 도하 해변에서 시민들이 공인구 '알 릴라' 조형물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윤슬기 기자] '전설' 에우제비우에 이어 월드컵 최다 득점자가 될 뻔한 포르투갈 대표팀 주장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무소속)의 노골 결론을 낸 '알 릴라(Al Rihla)'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호날두는 지난달 29일(한국시간)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 우루과이와의 경기에서 자신이 헤딩 골(헤더)을 넣었다고 주장하면서 선제골의 주인공이 되는 듯했다. 후반 9분 브루누 페르난드스(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올려준 크로스에 호날두가 헤더를 시도했고, 공은 골문을 안으로 들어가 호날두의 골로 인정됐다.

하지만 잠시 후 국제축구연맹(FIFA)은 페르난드스의 득점으로 정정했다. 골 상황을 확인한 결과, 공이 호날두의 머리에 맞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호날두는 종료 휘슬 후에도 자신의 골이라고 주장했으나 카타르 월드컵 공인구 제조사 아디다스는 '알 릴라' 기록을 근거로 호날두의 골이 아니라고 쐐기를 박았다.

아디다스는 지난달 30일 성명을 통해 "자사가 제조한 공인구 '알 릴라'에 내장된 기술을 사용하여 호날두가 공에 접촉하지 않았다는 걸 입증할 수 있다"며 "측정 결과 (호날두의 헤딩 시도에) 진동이 없었다. 공 내부의 센서를 사용하면 매우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진실 공방의 결말을 내린 공인구 '알 릴라'는 아랍어로 여정이라는 뜻으로, 첨단 기술을 집약해 만들었다. 원의 형태에 최대한 가깝게 만들기 위해 고무풍선 위에 8개의 삼각형과 12개의 마름모꼴 조각 등 20조각으로 구성된 폴리우레탄 패널을 수성 접착제로 붙여 만들었다. 마름모꼴 조각에는 카타르국기를 형상화한 무늬를 새겼다.

특히 알 릴라는 역대 공인구 중 가장 빠르고 또 정확하게 날아가는데, '스피드쉘(Speedshell) 패널' 구조가 적용된 덕이다. 공의 표면을 골프공처럼 돌출 가공해 공기저항을 줄였다.

알 릴라 내부에도 과학 기술이 숨어있다. 공 중앙에 관성측정센서가 들어있는데 공의 속도·방향·각도 등의 위치 정보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센서는 초당 500회 속도로 데이터를 전송하며, 이 정보들은 이용해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 기술(SAOT)에 활용된다. SAOT 도입은 이번 카타르 월드컵이 처음이다.

알 릴라의 센서는 무선 충전 방식으로 배터리를 충전한다. 센서는 완충 시 약 6시간 동안, 대기 상태에서는 최대 18일 동안 작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