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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배터리 호재지만' 美 현지 생산·中 공급망 독립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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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원자재 대안 못찾으면 미국서 세제혜택 못받아
대중국 수입의존도 92.3%…중국 갈등 고조 우려도

'국내 배터리 호재지만' 美 현지 생산·中 공급망 독립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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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정동훈 기자] 국내 이차전지 업계에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 재정으로 또 한 번의 기회가 찾아왔다. 북미 지역 진출을 통해 생산설비를 늘리고 있는 가운데 미 정부의 자금지원까지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면서다. 현지에서 우리 배터리 3사에 대한 파트너십 요청이 이어지면 북미 투자 규모는 향후 더 늘어날 것으로 점쳐진다.


하지만 중국으로 부터의 ‘공급망 독립’이라는 큰 과제에 직면하게 됐다. 중국산 원자재 의존도가 절대적인 상황에서 제3 국가로 부터 직접 원자재를 수급하려면 비용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 특히 리튬과 니켈 등 핵심 원료의 70% 이상은 중국이 장악하고 있다. 자칫 현재 진행 중인 중국과의 협업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美 생산 늘리랴, 中 원자재 줄이랴’…배터리 딜레마=7일(현지시간) 미국 상원을 통과한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표면적으로는 국내 배터리업계에 호재다. 이 법안에는 전기자동차산업 관련 신규 전기차 구매자에 7500달러, 중고 전기차 구매자에게 4000달러를 세액공제 지원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다만 2024년 12월31일 이후 출시·등록되는 차량의 배터리에 포함된 특정광물이 해외 우려국가에서 추출되거나 제조되거나 재활용 되는 경우는 혜택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에 따라 미국 내 한국 배터리에 대한 수요가 커지는 한편 세제 혜택의 폭이 커져 국내 배터리업체들의 수혜가 예상된다. 하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게 현실이다. 2024년까지 중국산 원자재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면 세제혜택으로 인한 전기차 수요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게 되기 때문이다.


국내 배터리업체는 미국 주도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북미 전기차 시장의 폭발적 성장세에 따라 현지 생산을 늘려야 하면서도 중국으로부터 원자재 공급을 줄여야 하는 딜레마에 봉착했다. 현재 중국 원자재·중간재 의존도는 압도적이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2차전지 완제품의 대중국 수입 의존도는 92.3%에 달한다. 음극제(85.3%)를 비롯 ▲반제품(78.2%) ▲양극재(72.5%) ▲분리막(54.8%)도 50%를 상회한다.


문제는 이같은 상황에서 배터리 업체들의 북미 진출 속도는 높아지고 있어 중국산 원자재의 수입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대책이 시급히 마련되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까지 북미에서만 연산 150GWh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SK온은 미국 조지아주에 총 3조 원을 들여 2개 공장을 확보하는 등 북미 시장에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포드와 합작법인인 블루오벌SK를 출범하고 테네시와 켄터키주에서 총 129GWh 규모 합작 생산공장을 2025년~2026년 차례로 가동할 예정이다.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와 합작법인을 통해 31억달러(4조500억원)를 투자해 2025년 연간 23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했다. 해당 공장은 향후 33GWh로 증축하겠다는 계획이다.


김바우 전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품목에 따라 조달선 다변화를 유도하거나 원자재 채굴과 가공, 부품 제조를 현지에서 담당하는 방식의 신남방 국가와 협력모델 등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中, 배터리 공급망 2030년까지 흔든다"=배터리 공급망에서 중국은 핵심적인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지난달 내놓은 ‘전기차 배터리의 글로벌 공급망’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전체 리튬이온 배터리의 4분의 3을 생산하고 있다. 핵심 소재로 꼽히는 양극과 음극의 생산량도 각각 70%, 85%를 확보한 상태다. 핵심 원료인 리튬·코발트·흑연에 대해서는 가공 및 정제 역량의 50% 이상을 점유 중이다.


반면 유럽은 글로벌 전기차 조립의 25% 이상을 담당하고 있지만 코발트 가공(20% 점유)를 제외한 공급망이 부실한 상태다. 미국도 전기차 생산의 10%, 배터리 생산 능력의 7%를 차지하는데 그친다.


세계적인 전기차 완성차 업체들도 중국 공급망으로 부터 자유롭지 못한 실정이다. 테슬라의 지난해 임팩트리포트를 보면 중국의 화유코발트와 CNGR첨단소재, 강봉리튬 등과 원자재 구매 계약을 체결하고 리튬과 코발트, 니켈을 공급받고 있다.


특히 IEA는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 자국 배터리 공급망 개발을 추진하고 있지만 2030년까지 대부분 공급망이 중국에 잔류할 가능성이 상당하다"며 "지속가능한 투자 촉진과 지식공유를 위해 생산국과 소비국간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 배터리 3사도 중국과 협력 관계를 포기하기는 쉽지 않은 실정이다. 소재나 원료 분야에서 아직 경쟁력이 취약해서다. 대표적인 예로 배터리 전구체의 90% 이상을 중국산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향후 중국산 원자재를 사용하지 않게 될 경우 양국 기업 간 갈등까지 불거질 수도 있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 장쑤성 난징시에 생산공장을 확보한 데 이어 중국 화유코발트와 배터리 재활용 합작사 설립 추진 중이다. 원자재는 물론 배터리 리사이클도 중국과 협력을 늘리는 추세다. SK온도 창저우, 후이저우, 옌청에 4개 배터리 생산거점을 확보, 생산능력은 77GWh에 달할 전망이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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