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정현진 기자] 글로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사우디아라비아 왕자를 비롯한 투자자들을 설득해 9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유치했다. 인수 절차가 마무리되면 머스크가 직접 임시 CEO를 맡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반독점 심사 여부를 검토하고 있어 머스크가 최종 인수까지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머스크는 이날 트위터에 총 19명의 투자자에게서 71억4000만달러(약 9조900억원)의 인수 자금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트위터 인수 자금 440억달러 중 210억달러를 자기자본으로 채워야하는 머스크로서는 이번 투자 유치로 자금 마련 부담을 덜게 됐다. 자산 대부분이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주식인 머스크는 트위터 인수를 위해 테슬라 주식을 매각하거나 담보 대출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고 이에 따른 막대한 세금, 대출 한도 제한 등의 우려가 제기됐다. WSJ는 "투자 유치에 따라 머스크가 테슬라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야 하는 액수가 절반으로 줄었다"고 전했다.
머스크가 유치한 투자 중 가장 큰 금액인 19억달러는 사우디의 알왈리드 빈 탈랄 왕자로부터 나왔다. 사우디 최대 부호인 알왈리드는 19명의 투자자 중 유일하게 자금이 아닌 합병 이후 트위터 지분 투자를 하기로 결정, 19억달러 상당의 3495만주의 지분 투자를 유지한다고 약속했다. 알왈리드는 트위터를 통해 "새로운 친구 머스크가 트위터의 엄청난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훌륭한 리더가 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알왈리드의 투자 참여는 3주 만에 태도가 변한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당초 머스크는 지난달 14일 트위터를 통해 알왈리드에게 투자를 제안했는데 당시 알왈리드가 "이번 제안이 트위터의 본질적 가치 근처에도 오지 못했다"면서 이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머스크가 어떻게 사우디 억만장자를 설득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세간의 이목을 끄는 베팅에 집중하는 알왈리드의 투자 경향과 맞아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알왈리드 외에 래리 엘리슨 오라클 창업자와 벤처캐피털사인 세콰이어캐피털, 바이캐피털,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 등도 투자자로 참여했다. 엘리슨은 테슬라 이사회 일원이며 세콰이어는 스페이스X의 주요 투자자 중 한 곳이다. 카타르 국부펀드인 카타르홀딩스도 투자자로 동참했다.
머스크가 투자자를 확보하면서 트위터 인수 계약이 연내 마무리될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인수 절차가 모두 마무리되면 머스크가 직접 임시 CEO를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CNBC 방송이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머스크가 트위터 임시 CEO가 되면 그는 전기차 업체 테슬라와 우주 탐사기업 스페이스X, 초고속 지하터널 굴착기업 보링컴퍼니에 이어 SNS 경영에도 나서게 된다.
다만 인수 절차가 난관에 부딪히지 않고 마무리될지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FTC가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와 관련해 반독점법 저촉 여부를 심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FTC는 다음 달 트위터 인수 건에 대해 심층적인 반독점 심사에 착수할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미 합병법에 따라 머스크가 FTC와 법무부에 트위터 인수 거래를 통보하면 당국의 지침이 나올 때까지 최소 30일을 기다려야 하고, FTC가 추가 정보 제출을 요청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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