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해제 이어 내달 국제선 확대 … 올 가을 '엔데믹' 기대
전문가들 "중환자 관리부터 새 변이까지 변수 고려해야"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20만명대로 내려오며 오미크론 대유행이 감소세로 돌아서자 '포스트 오미크론'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방역당국은 거리두기 해제, 격리 완화 등 방역·의료체계를 다시 일상 수준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예고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코로나19의 '엔데믹(풍토병 전환)' 선언에 대해선 아직 '시기상조'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감염병 등급 하향조정·격리기간 단축 등 논의
7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전날 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전국 17개 시·도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은 22만464명으로 집계됐다. 하루 전(5일) 같은 시간대 집계치인 28만1262명보다 6만798명 적은 규모다.
앞서 6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28만6294명으로, 일주일 전인 지난달 30일(42만4586명)과 비교하면 13만명 이상, 2주 전인 지난달 23일(49만780명)과 비교하면 20만명 이상 줄면서 뚜렷한 감소세를 나타냈다. 통상 수요일엔 '주말 효과'가 완전히 사라지고 주중 최다 확진자가 나오고 있는데, 수요일 확진자 수가 20만명대로 떨어진 것은 지난달 2일(21만9223명) 이후 5주 만이다.
코로나19 유행의 변동을 확인하기 위한 주요 지표인 감염재생산지수(Rt)도 지난 2월 초 1.6에서 이달 초(3월 27일∼4월 2일)엔 0.91까지 떨어졌다. 지수가 1보다 크면 유행 확산, 1 미만이면 유행 감소를 뜻하는데, 1 미만으로 내려온 것은 오미크론 확산이 정점에 달했던 1월 둘째 주 이후 11주 만이다.
현재 전파력이 센 스텔스 오미크론(BA.2)이 국내 지배종이 되면서 최근 유행에 영향을 미칠 최대 변수로 꼽히고 있지만, 방역당국은 앞서 국내에선 오미크론 BA.1과 BA.2 유행이 사실상 겹쳐 진행된 만큼 '2차 정점'이 올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유행 감소세가 지속되고 의료 체계가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면 다음 번 거리두기 조정 때에는 각종 방역수칙을 전면 해제한다는 방침이다. '실내 마스크 착용' 정도만 남기고 영업시간, 사적모임 등의 방역규제를 완전 폐지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당장 18일부터는 실외에서 마스크를 벗을 수 있게 되는 게 아니냐는 기대도 나온다.
정부는 나아가 거리두기 해제 이후 적용할 '포스트 오미크론 대응 체계'도 준비하고 있다. 우선 코로나19의 감염병 등급을 최고 등급인 '1급'에서 결핵, 수두, 홍역과 같은 '2급'으로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감염병 등급 조정에 따라 확진자의 격리기간이 기존 7일에서 5일 가량으로 줄어들거나 격리 의무 자체가 아예 해제될 수도 있다.
다만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이같은 내용을 묻는 질문에 "사회경제적 피해가 큰 거리두기 조치를 해제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고 논의할 것"이라며 "특정 시점을 기점으로 엔데믹을 선언할 수 있을지는 현재로서는 미지수"라고 답했다.
가을께 일상화 목표이지만 여전히 인명피해 많아
정부는 공식적으로 엔데믹을 거론하지는 않지만, 사회 전반에서 코로나19 이전과 같은 모습을 회복하는 일상화 시점을 오는 가을께로 예상하고 있다. 가동중인 각종 방역대책을 조금씩 일상적인 체계로 전환하되 지난해 11월 '단계적 일상회복' 때와 같이 이번에도 속도 조절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는 전날 코로나19 사태 이후 닫혔던 국제선 운항 규모를 다음달부터 본격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이날 발표하면서 엔데믹 시점을 10월 정도로 예상했다.
엔데믹을 염두에 둔 의료체계의 일상화도 이미 점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동네 병·의원에서 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외래진료센터'를 늘려가고 있고, 이날부터는 재택치료자가 동네 약국에서 처방약을 직접 받을 수 있도록 약국 방문을 허용했다.
동네 병·의원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로 진단검사를 받을 수 있게 되면서, 오는 11일부터는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신속항원검사가 아예 중단된다.
감염병·보건 전문가들은 현재의 추세를 놓고 볼 때 당분간 유행 상황은 다소 안정되겠지만 아직 엔데믹을 논할 만큼은 아니라고 경고했다.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가 줄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방역당국이 거리두기 완전 해제까지 시사한 발언은 적절하지 않을 뿐 아니라 새로운 위험 변수가 등장할 경우 즉각 거리두기를 다시 강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도 입을 모았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최근 시점에서만 보면 확진자 수가 감소해 거리두기를 할 수 있다고 보이지만, 앞서 지난 2~3월 오미크론 대유행 시기에 정부가 계속 방역 조치를 완화하는 정책으로 인명 피해를 늘렸다"며 "확진자 수 감소에 일희일비하거나 엔데믹이라는 말로 방역 성과를 자화자찬하기보단 변이 바이러스 출현 등 앞으로도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계속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백순영 가톨릭대 의대 명예교수는 "오미크론 대유행으로 3월 이후 현재까지 9000여명, 지난 두달 사이 거의 1만명이 숨지면서 엔데믹으로 가는 과정에서 피해가 너무 컸다"고 했다. 백 명예교수는 "우리가 독감에 걸렸을 때 확진이란 말 안쓰고, 격리하지 않고, 병원 못가지 않는 것처럼 코로나도 일상의료 체계에서 관리할 수 있어야 엔데믹을 거론할 수 있다"며 "올 가을, 겨울 재유행 가능성까지 고려할 때 1급 감염병 해제부터 마스크 해제까지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말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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