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장관 두번 역임 유일…NYT "역대 가장 강력한 국방장관"
이라크전 논란 확산에 경질
회고록서 대북 강경입장 밝히기도
[아시아경제 김수환 기자]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시절 국방부 장관을 지내며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이끈 도널드 럼즈펠드(사진)가 향년 88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3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럼즈펠드의 가족은 이날 성명을 내고 럼즈펠드 전 장관이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사망 원인은 다발성 골수종이었다.
가족들은 성명에서 "우리는 그의 아내, 가족과 친구들에 대한 변함없는 사랑, 그가 나라를 위해 헌신한 삶의 진실함을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시 전 대통령도 이날 성명을 내고 럼즈펠드는 책임을 결코 피하려 하지 않았다면서 "모범적인 공직자이자 매우 훌륭한 사람"이라고 애도했다.
럼즈펠드는 앞서 1975년 제럴드 포드 행정부 당시 43세의 나이로 역대 최연소 국방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그는 1988년 공화당 대통령 후보 지명을 위해 나서기도 했다. 백악관 비서실장, 대통령 고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대사, 일리노이주 하원의원, 중동 특사 등 다양한 고위직도 역임했다.
럼즈펠드는 이어 2001년 부시 행정부에서 국방부 장관에 임명되며 부시 내각에 합류했다. 럼즈펠드는 당시 실세 부통령이자 강경파인 딕 체니의 최측근으로써 체니와 함께 강경한 국방 정책을 설계하는 데 기여했다.
이처럼 강경 매파로 분류되는 럼즈펠드는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이끈 미국 국방부 장관으로 잘 알려져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럼즈펠드가) 미국 역사상 최장 기간으로 치러진 전쟁 중 두 개를 이끌었다"고 전했다. NYT도 "럼즈펠드는 베트남전 당시 국방부 장관이었던 로버트 맥나마라 이후 가장 강력한 실세 국방부 장관이었다"고 평가했다.
그가 이끈 이라크전은 2차대전 이후 치러진 전쟁 중 가장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킨 전쟁 중 하나다.
9·11 테러에 대한 대응으로 전개된 이라크 전은 당시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첩보에 따라 시작됐다.
하지만 대량살상무기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미국 정부와 국방부 신뢰도에 상당한 타격을 입혔다.
이라크전 논란이 확산하면서 2006년에는 퇴임 장군 6명이 럼즈펠드의 사임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어 2006년 중간선거에서 미 의회 상·하원을 야당에 모두 내준 부시 정권은 그해 말, 럼즈펠드를 경질했다.
럼즈펠드는 퇴임 후 2011년에 발간한 자서전에서 이라크전에 대한 후회는 없다며 "후세인 정권의 제거는 세계를 더 안정적이고 안전하게 만들었다"고 항변했다.
럼즈펠드는 직설적이고 논쟁적인 언사로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그는 2002년 이라크가 테러리스트에게 대량살상무기를 공급한다는 증거가 부족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정보의 불확실성에 대해 설명하면서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당시 "무언가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보고는 항상 내 관심을 끈다"며 "왜냐면 (정보에는) '안다는 것을 아는 것'(known knows),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known unknowns), '모른다는 것조차 모르는 것'(unknown unknowns)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이해하기 힘든 이런 발언은 그를 전쟁 반대론자들의 공격 대상으로 만들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럼즈펠드는 두번째 장관 재직 때인 2003년과 2005년 한국을 방문한 바 있고 백악관 비서실장 때인 1974년에도 포드 대통령을 수행해 방한하는 등 몇 차례 한국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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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퇴임 후 회고록에서 외교적, 경제적 대북 압박을 통해 북한내 군부의 김정일 체제 전복 유도를 구상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수환 기자 ksh205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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