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기후 변화가 반도체 산업 위협한다고? [임주형의 테크토크]

시계아이콘읽는 시간2분 5초
뉴스듣기 글자크기

갑작스런 가뭄·한파로 인한 물 부족
반도체 공정 강제 중단 위험
TSMC 반도체 공장, 하루 19만t 용수 사용
美·대만 등 기후 변화 대응 총력

기후 변화가 반도체 산업 위협한다고? [임주형의 테크토크] 반도체 생산 시설. / 사진=연합뉴스
AD


[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최근 스마트폰 등 각종 전자기기와 전기차 수요가 폭증하면서 전세계적으로 반도체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수요를 따라잡기 위해 생산량 증대에 나섰지만, 이번에는 '기후 변화'가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반도체를 생산하려면 공장 한 채 당 하루 수십t에 달하는 물을 써야 하는데, 최근 갑작스런 가뭄·한파 등이 지구를 휩쓸면서 반도체 공장에 쓸 물이 끊겼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 확산이 불러 온 반도체 공급 부족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은 미국·유럽·일본을 넘어 국내 전기차 생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앞서 '월 스트리트 저널'(WSJ) 등 미국 경제 매체에 따르면, 미국 완성차 제조업체 GM은 캔자스주와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있는 공장을 지난 2월부터 가동 중단한 상태입니다.


이 외에도 도요타·폭스바겐·포드·르노 등 다른 완성차 업체들 또한 최근 공장 가동을 중단하거나, 생산량을 줄이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쌍용차가 8일부터 오는 16일까지 평택공장 자동차 생산을 중단했고, 현대차 또한 아이오닉5, 코나 등을 생산하는 울산1공장의 가동을 임시 중단한 상황입니다.


완성차 업체들이 차량 생산에 차질을 빚는 이유는 반도체 부족 때문입니다. 오늘날 자동차에는 MCU(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라는 반도체 부품이 탑재됩니다.


기후 변화가 반도체 산업 위협한다고? [임주형의 테크토크] 차량용 반도체인 'MCU'(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 공급 부족 때문에 완성차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과거에는 MCU 공급이 끊기는 일이 없었지만, 코로나19 확산 이후 전세계적으로 게임·IT 플랫폼·통신망 등 수요가 늘면서 반도체 수요가 전반적으로 폭증하자 MCU에 들어갈 칩도 부족해지는 상황이 벌어진 겁니다.


가뭄·한파에 신음하는 반도체 공장들


반도체 생산은 대만 TSMC, 미국 마이크론, 한국 삼성전자 등 글로벌 제조업체들이 생산을 맡고 있습니다. 이들 기업은 치솟는 반도체 수요를 따라가기 위해 생산량 증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반도체 생산 증대에 발목을 잡는 '복병'이 나타났습니다. 바로 기후 변화입니다.


지난달 25일 미 금융 매체 '블룸버그'에 따르면 대만은 현재 수십년 만에 최악 수준의 가뭄을 맞이해 저수량 고갈 위기에 처한 상황입니다.


대만은 한 해 평균 3~4개의 태풍이 상륙하는 나라로, 태풍의 영향으로 만들어진 비구름이 막대한 비를 뿌리면서 저수지를 채우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이상 기후로 인해 모든 태풍이 대만을 비켜갔고, 이로 인해 올해 초부터 심각한 가뭄을 겪고 있습니다.


기후 변화가 반도체 산업 위협한다고? [임주형의 테크토크] 대만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의 반도체 팹(공장) / 사진=연합뉴스


이에 따라 대만 정부는 전날(24일) 6년 만에 처음으로 물 부족 적색경보를 발령하고, 타이중현에 있는 두 곳의 주요 산업단지에 물 공급을 15% 줄인다고 밝혔습니다.


타이중현에는 대만의 대표적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TSMC의 공장이 위치해 있습니다. 해당 TSMC 공장은 현재 비상용 물 탱크에 저장된 용수를 쓰고 있지만, 가뭄이 오는 5월까지 이어질 경우 실제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물부족으로 반도체 생산에 곤욕을 치르고 있는 것은 대만 뿐만이 아닙니다. 미국 전역을 덮친 갑작스러운 한파로 큰 피해를 입은 텍사스주 삼성 반도체 공장 또한 전기·용수가 끊겨 가동이 중단됐습니다.


특히 텍사스주 지역 매체 '오스틴 스테이츠먼'에 따르면 전기는 지난달 19일부터 복구됐지만, 지역 하천과 수도망이 얼어 용수 공급이 끊긴 탓에 공장이 여전히 멈춰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반도체 생산 핵심 '깨끗한 물'


물은 반도체를 제조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습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TSMC의 경우, 지난 2019년 기준 하루 공업용수 사용량이 무려 15만6000t에 달했습니다.


특히 반도체 공장은 일반 용수에서 자체적으로 정제 작업을 거쳐 '극초순수(ultra pure water)'를 만들어 사용합니다. 극초순수는 물 속에 있는 무기질, 미립자, 미생물 등을 걸러내 고도로 정제된 물입니다.


극초순수는 반도체의 기판 역할을 하는 웨이퍼를 깎거나 씻어내는 공정에 투입됩니다. 반도체는 머리카락 굵기보다 작은 나노미터(nm) 단위 공정이 필요한데, 이렇다 보니 약간의 먼지만 끼어도 불량이 나올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극도로 순수한 물로 표면을 씻어내는 작업이 필수적인 셈입니다.


반도체 강국들, 기후 위기 해결에도 총력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반도체 생산 강국들은 기후 변화 위기 해결에도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앞서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지난달 26일 TSMC의 신규 팹(공장) 기공식에 참석한 자리에서 "대만 반도체 회사들이 세계적인 공급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들의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대만 정부는 비상용 우물·지하수 등 대체 수자원 탐색 및 개발을 통해 가뭄 위기를 해결할 방침입니다.


기후 변화가 반도체 산업 위협한다고? [임주형의 테크토크] 인공강우는 비구름을 유발하는 물질을 상공에 뿌리는 방식의 기술이다. 사진은 지난 2019년 경기 남서부 서해 인근에서 시행된 국내 인공강우 실험 모습. / 사진=연합뉴스


또 대만 수자원국은 인공적으로 비구름을 만들어 비를 뿌리는 등 대책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7일 대만 공군 군용 수송기인 C-130H는 북서부 타오위안 상공을 비행하며 강우 유발물질을 곳곳에 살포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또한 기후변화 대응책의 일환으로 지난달 31일 약 2조달러(3352조원) 규모 청정에너지·제조업·주택 등 기반시설 구축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풍력, 태양광 등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발전 시설에 투자하고, 혹한 등 극단적인 기후에도 마비되지 않는 전력 공급망을 설치하는 게 해당 계획의 핵심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연설에서 "이 계획은 기후 변화에 대항하는 우리의 변혁적(transformational) 진보가 될 것"이라며 "미국의 전력공급망은 혹독한 기후도 견딜 수 있도록 더욱 현대화 되고, 완전히 깨끗해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