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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지방 1억원 미만 아파트도 기획조사…전국 '그물망 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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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부동산원, 주택 이상거래 추출해 조사
전국 주요 지역에 '소명자료 제출' 공문발송
수도권 위주로 하던 기획조사…지방 첫 실시

지방 공시가격 1억 미만 아파트도 조사대상
매도·매수인, 중개사, 자료 안내면 과태료
풍선효과, 수도권 옮겨가는데…뒷북 지적도

[단독] 지방 1억원 미만 아파트도 기획조사…전국 '그물망 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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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이춘희 기자] 정부가 지방의 9억원 미만 중·저가 아파트 거래에 대해 위법·탈법 여부를 가리기 위한 '기획조사'에 나섰다. 이번 조사 대상에는 이례적으로 지방의 공시가격 1억원 미만 주택도 다수 포함됐다. 최근 서울 등 수도권 뿐 아니라 지방에서도 단기간에 아파트값이 급등한 만큼 조사범위를 확대해 과열 분위기를 잡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미 지난해 하반기 내내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로 지방 주택 거래가 계속됐고, 이젠 다시 수도권으로 매수세가 옮겨가고 있는 추세인 점을 고려하면 '뒷북 대응'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도권에서 하던 9억 미만 이상거래 '기획조사'…지방 확대

13일 정부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한국부동산원은 최근 전국 주요 지역의 주택 거래 중 불법 의심 행위가 발견된 건을 추려내 거래 당사자에게 '부동산 실거래 소명자료 제출 안내문'을 발송했다.


국토교통부와 부동산원 등이 실시하는 실거래 조사는 전국 9억원 이상 고가 주택 거래에 대해 상시적으로 시행하는 '정기조사'와 거래 가격과 무관하게 집값 과열 지역에서 한시적으로 시행하는 '기획조사'로 나뉜다.


그동안 정기조사는 서울 등 수도권과 지방에서 수시로 시행됐고, 기획조사는 서울 강남·송파·용산구, 경기 일부 지역 등에서 시행된 바 있다. 이번 경우처럼 지방 주요 지역의 9억원 미만 주택 거래에 대해서도 부동산원 차원에서 기획조사가 이뤄지는 건 처음이다.


[단독] 지방 1억원 미만 아파트도 기획조사…전국 '그물망 감시' (자료=국토교통부)

부동산원 관계자는 "특정 이상 거래에 대한 기획조사는 기존에도 수도권에서 했지만 지방은 처음"이라며 "최근 지방에서 주택 가격이 단기간에 급등하거나 개인과 법인이 한 단지에서 여러 주택을 매입하는 경우가 있어 자금 조달과 신고 등이 적절하게 이뤄졌는지 확인하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소명자료 제출 대상을 선정한 기준과 조사규모는 비공개이지만 경기도 뿐 아니라 지난해 12월18일 조정대상지역으로 신규 지정된 부산, 천안, 창원 등의 중저가 주택도 다수 포함됐다. 당시 국토부는 "부동산 시장의 불법행위 수법이 다양해지고 지역적 범위도 수도권을 넘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기획조사를 지방으로 확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단독] 지방 1억원 미만 아파트도 기획조사…전국 '그물망 감시' 63빌딩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모습./김현민 기자 kimhyun81@

지방 공시가 1억원 아래 아파트…다주택자 투기로 '껑충'

정부가 지방의 중저가 주택 거래로 기획조사 범위를 확대한 것은 지난해부터 뚜렷한 호재가 없는 지방에서도 매수세가 집중되면서 단기간에 아파트값이 급등하는 등 과열되는 모습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KB주택가격동향 시계열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아파트값 전망지수는 124.5로, 2013년 4월 관련 조사가 시작된 이래 가장 높았다.


특히 이번 실거래 조사에서 지방의 공시가격 1억원 미만의 저가 주택도 포함된 것은 그만큼 부동산 투자가 지역은 물론 가격대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한다. 실제 정부가 지난해 7·10 부동산 대책을 통해 다주택자의 취득세율을 기존 1~3%에서 최대 12%로 강화했지만 공시가격 1억원 미만은 중과 대상에서 제외하자 틈새를 노린 투자가 잇따르고 있다.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지방의 저가 아파트를 매입해 단기간에 수익을 보려는 투자자가 몰리고 가격도 급등했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공시가격 1억원 미만이면 다주택자 취득세가 면제돼 갭투자 등을 통해 3~4채를 구입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며 "1억원짜리가 6개월이 지나면 2억원이 되기도 하니 양도소득세를 많이 내도 남는 거라고 생각하고 단기매매를 한다"고 설명했다.


충남 천안, 경남 창원, 경기 고양 등의 공시가격 1억원 아래 주택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집중되면서 단 몇 달 만에 시세가 1억원 이상 뛰는 단지들이 다수 나왔다. 창원 성산구 가음동 은아아파트 49.83㎡(전용면적)는 지난해 10월까지만해도 1억7000만~1억9000만원에 거래됐지만 11월 말에는 2억9000만원까지 실거래가가 올랐다. 같은 달 이 단지에선 무려 45건의 거래가 이뤄졌다.


이상거래에 대해선 매수인뿐 아니라 매도인과 거래를 중개한 공인중개사도 소명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매수인은 안내문을 받고 14일 내에 계약금 지급일 2주 전부터 잔금지급일 2주 후까지의 입출금 내역 등 대금지급 증빙서류와 소득금액증명원, 금융기관 예금액, 주식·보험 등 매각대금, 대출액 등의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매도인은 입출금 내역, 공인중개사는 매매계약서 사본과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 등이 제출 대상이다.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며, 부적절한 거래가 이뤄졌을 경우 공인중개사도 업무정지 등의 처분을 받을 수 있다.이번 조사 결과는 이르면 3~4월께 나올 예정이다.


[단독] 지방 1억원 미만 아파트도 기획조사…전국 '그물망 감시'

지방 투기 견제 필요하지만…또 '뒷북 대응' 지적도

그동안 각 지방자치단체도 이상거래에 대해 실거래 조사를 실시해왔지만 대부분 시군구별 전담 인력이 1~2명에 불과해 중저가 주택에 대한 위법행위는 적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정부는 앞으로 기획조사 범위를 지방의 중저가까지 확대해 자금조달과 편법대출·증여, 업·다운계약 등을 철저히 들여다 보고 투기를 가려낼 방침이다.


다만 업계에선 이미 투기세가 지방을 거쳐 다시 수도권으로 모이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뒷북 대응을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주택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지난해 말 부산, 창원 등 37곳을 대거 규제지역으로 묶은 이후 지방의 상승폭은 둔화하고 수도권의 상승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조사 과정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긴 하지만 소명자료 제출 대상이 불명확하고 요구 자료가 과도하게 많다는 불만도 있다. 부산의 한 공인중개사는 "범죄혐의가 있는 것도 아닌데 범법자 취급을 받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미 서울 등 핵심 지역으로 매수세가 회귀하는 시점인 만큼 7~8개월 정도 늦은 조사라고 본다"며 "자금출처 등을 조사하는 게 원정투자 등을 제어할 수는 있지만 지금 주택 구입 자금의 출처는 대부분 저금리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인 만큼 심리적 위축효과 외에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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