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선적 성격으로 구청 간부들과 소통하지 못한 부구청장 가장 싫어하는 것 비롯 구청장 서울시 공약 사업 추진 열심히 뒷받침하지 않는 경우도 좋은 평가 받지 못하며 단명할 수 있어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 인사 시즌이다.
서울시는 물론 25개 자치구들도 새로운 2021년을 시작하는 조직을 꾸리기 위해 승진 및 전보 인사를 단행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번 인사에서 큰 변화를 주지 않을 것으로 보여 연말쯤 단행할 것으로 보였으나 다소 늦어져 내년 1월6일 3(국장),4급(과장) 전보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이 때문에 올해 교육 다녀온 3급 이상 간부들의 자치구 부구청장 발령도 이날 이뤄질 것으로 보이면서 구청 공무원들 사이에 벌써부터 “우리 부구청장에 어느 분이 오느냐”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구청장은 정치인이여서 주민 이기도 한 구청 직원들을 배려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직업공무원인 부구청장은 또 다른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임 부구청장이나 현직 부구청장 중 간부들을 힘들게 하는 경우가 있는 자치구 공무원들은 아주 예민한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한 자치구 팀장은 “현재 부구청장께서 너무 품성도 좋고 일도 열심히 해 좋은데 본청으로 들어간다니 후임에 어느 분이 올 지 벌써부터 걱정”이라며 하마평을 물었다.
이처럼 부구청장은 구청장 아래 ’1인 지하, 만인(1200~1500여명 직원) 지상‘ 위치라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자리다.
서울시 간부들도 구청 부구청장으로 내려가는 것을 희망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시 본청에 있으면 층층이 윗분들이 많고 일도 쉽지 않아 1~2년 구청에 내려갔다 오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구청 직원들 가장 싫어하는 부구청장 역시 ‘권위적인’ 사람
한 구청 팀장은 몇 년 전 기자에게 “우리 부구청장은 결재 들어가면 야단만 치니 얼굴 보기도 싫다”고 토로했다. 그 부구청장은 재임 시절 '가장 인기 없었던 부구청장‘ 이란 오명을 남기고 떠났다. 떠난 지 2년이 넘었지만 간부들 사이엔 이런 평가가 그대로다.
해당 부구청장은 사업 내용에 대해 대화를 하기 보다 서류 오탈자 등 사소한 것을 트집 잡아 야단부터 치니 어느 부하가 좋아하겠는가.
또 다른 한 자치구 간부는 부구청장이 처음 발령와 힘들게 한 듯 “우리 부구청장은 계모같다”고 평하는 등 혹평을 했다. 현재도 근무하는 부구청장은 변했다는 소문이 들린다.
이런 현상은 결고 과거 사례가 아니다. 현재도 몇 개 자치구 부구청장 중에는 간부들을 힘들게 하는 등 소통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도 있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서울 한 자치구 부구청장은 지난해 발령 받은 지 6개월만에 다시 서울시로 쫓겨날 처지에서 구사일생했다. 직원들을 힘들게 해 구청장이 보내려 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특히 과장 등 간부들은 부구청장이 힘들게 할 경우 어떤 식으로 든 구청장에게 이를 전달, 정치인인 구청장으로서 부담을 느끼게 돼 부구청장을 다시 서울시로 보내야 할 입장에 처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유형은 일은 적당히 하고 미모의 여직원들과 농담이나 하려는 부구청장들도 입쌀에 오른다. 이런 사람 중 한 부구청장은 어린 여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징계까지 받는 경우도 있어 아연하게 한다.
이런 경우는 간부는 물론 일반 직원들이 매우 싫어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구청장이 함께 하고 싶지 않은 부구청장도 있어
그러나 구청장이 싫어하는 부구청장도 있다. 구청장은 선거를 통해 당선돼 주민들에게 공약한 사항을 지켜야 하는 부담을 늘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서울시 간부인 부구청장은 무엇보다 서울시 간부들과 대화를 통해 구청장이 한 공약 사업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그럼에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 부구청장은 오래 가지 못해 교체되는 수모도 겪게 된다.
앞에서 언급된 간부들을 힘들게 하는 경우도 구청장이 싫어하는 경우다.
한 구청장은 얼마전 “재건축 등 서울시와 협조를 해야 하는 부분이 많은데 기대만큼 역할을 하지 않는 것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와 함께 부구청장이 싫어하는 구청장도 있어 눈길을 모은다. 서울 한 구청장은 자신이 관심 있는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부구청장과 갈등을 빚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구청장은 일을 무리하게 밀어붙일 경우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강변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아 결국 다른 곳으로 옮길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해당 구청장은 부구청장 뿐 아니라 팀장 등 실무자들이 반대하자 인사를 통해 교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청장과 부구청장 어느 누구 든 소통을 통해 무리하지 않은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범위내어서 자기에게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하면 장수할 것이다.
최장수 부구청장인 천정욱 서초구 부구청장을 비롯 한영희 성동구 부구청장, 최홍연 동대문구 부구청장, 강필영 종로구 부구청장, 유재룡 관악구 부구청장, 정환중 강동부 부구청장 등이 장수한 비결도 바로 이런 이유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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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자치구 간부는 "부구청장이 구청에서 막강한 힘도 갖지만, 직원들도 부구청장을 평가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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