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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한마디에 39조원 증발…정부에 미운털 박힌 억만장자 [뉴스人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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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석상서 中 금융당국 비판
345억달러 규모 앤트그룹의 IPO 돌연 무기한 연기
마윈 알리바바 창업주

말 한마디에 39조원 증발…정부에 미운털 박힌 억만장자 [뉴스人사이드] ▲마윈 알리바바 창업주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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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권재희 기자]"35세까지 가난하다면 그건 당신의 책임이다. 당신이 가난한 이유는 야심이 없기 때문이다."


35살에 유통기업 알리바바를 창업한 마윈(영문명 잭마)의 이야기다.


부자 부모밑에서 태어나지도 않았고, 특별한 기술도 없이, 체계적인 경영수업을 받은 적 없는 그가 한 때 중국 최고 부호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건 '하면 된다'는 믿음과 인터넷 시대가 올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1964년 중국 저장성 항저우에서 지역 전통 공연을 하는 배우 부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하지만 1966년 시작된 문화대혁명으로 공연이 금지되면서 마윈의 부모는 생계수단을 잃게되면서 생계를 꾸리기 힘들 정도로 곤궁해졌다.


그는 가난했지만 꿈 만큼은 가난하지 않았다. 청소년기 영어에 빠진 마윈은 영어공부를 위해 12살부터 9년 동안 매일 아침 자전거를 타고 45분이나 걸리는 항저우 호텔로 가 지나가는 외국인을 붙잡고 무료로 도시를 안내해주며 영어실력을 키웠다.


그의 성장과정은 '성공'과는 거리가 멀었다. 대입 시험에도 두 번이나 낙방하고, 창업 또한 세 번 실패했다.


그가 처음으로 창업에 나선 것은 1994년. 중국어를 영어로 통번역해주는 사무소를 열었지만 실패했다.


마윈의 두 번째 창업은 중국판 인터넷 업종별 전화번호부인 '차이나 페이지'. 중국 최초의 인터넷 기업으로 꼽혔으나 준비 부족과 중국 내 인터넷 인프라의 부족으로 실패했다.


하지만 그는 곧 인터넷 세상이 올 것이라는 확신만큼은 확고했고, 두 번의 실패를 발판 삼아 세 번째 창업을 준비한다.


그러던 어느날 그에게 일생 일대의 기회가 찾아오게 된다. 세 번째 창업을 사이 그는 잠시 대외무역부에서 일을 하게 되는데, 만리장성으로 외국인을 안내하라는 업무를 받게된 것. 그 외국인은 바로 야후의 창업자 제리 양. 2004년 야후가 알리바바의 지분 40%를 받는 조건으로 10억달러를 투자받는 계기가 된다.


이를 바탕으로 마윈은 1999년 친구 17명과 함께 그의 아파트에서 세 번째 창업에 나서게 되는데 이 때 창업한 것이 바로 알리바바다. 창업 초기 단 한건의 거래도 성사시키지 못하면서 출범하자마자 위기에 빠졌지만, 이듬해 소프트뱅크 창업자인 손정의로부터 2000만달러의 투자를 받으며 전환을 맞게된다.


알리바바는 중국의 중소기업이 만든 제품을 전 세계 기업들이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기업대기업(B2B) 온라인 쇼핑몰이다. 이 후 알리바바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쇼핑몰 '타오바오', 부유층을 겨냥한 온라인 쇼핑몰 '티몰' 등 다양한 회사를 만들어 나가며 중국 온라인 시장을 점령해나간다. 결국 이베이라는 막강한 경쟁자를 중국 시장에서 몰아내고, 중국 온라인 거래의 80%를 알리바바 계열사가 독점하기에 이른다.


알리바바의 성공비결은 '고객중심형 서비스'다. 이베이는 판매액 일부를 수수료로 떼가지만 타오바오 등 알리바바 계열 쇼핑몰은 수수료가 없다. 또한 사기에 민감한 중국 소비자들을 안심시킨 '알리페이'라는 독특한 결제 시스템도 알리바바 성공의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소비자가 물건을 사면 이체한 금액은 판매자에게 바로 가지 않고 알리페이에 예치된다. 배송이 완료된 후에야 알리페이에서 판매자에게 돈이 송금되는 시스템을 구축해 소비자들의 우려를 불식시킨 것. 온라인 쇼핑에서 사기를 당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중국인들의 우려를 해소해준 것이다. 이 알리페이는 알리 파이낸스로 발전했고, 알리바바가 디지털 신용카드 등 핀테크 부문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계기가 됐다.


중국내에서 성공가도를 달리던 알리바바는 2014년 9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을 하는데, 상장 당시 공모가는 68달러에 불과했다. 하지만 첫 매매가격은 92.7달러로 폭등하는가 하면 장중 한 때 100달러에 육박, 상장 첫 날에만 시장가격이 공모가 대비 38%나 상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상장 후 50여일 만에는 주가의 50%가 오르는 등 당시 미 기업공개(IPO) 사상 가장 높은 기록을 달성했다. 마윈은 단숨에 중국 1위 부자에 오르게 된다.


현재 블룸버그 억만장자지수에 따르면 마윈의 재산은 547억달러(약 61조원)로 세계 20위, 중국 부호 3위를 차지하고 있다.



마냥 성공가도를 달릴 것만 같던 그의 행보에 최근 제동이 걸렸다. 앤트그룹의 실질적 경영권을 가진 마윈이 공개석상에서 중국 금융당국을 비판하는 발언을 하면서 그의 말 한마디에 345억달러( 약39조원)이 증발해 버린 것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상하이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중국 금융당국이 지나치게 보수적인 감독정책을 취하고 있다"며 "리스크 없는 혁신을 하는 것 자체가 혁신을 말살하는 행위"라고 일갈했다. 그러자 돌연 345억달러 규모로 진행 중이던 앤트그룹의 IPO가 홍콩과 상하이 증시 상장을 앞두고 연기됐다. 중국 당국이 구체적인 기한을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상 상장이 무기한 연기된 것으로 보인다.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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