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위 지원방식 변화 필요
경영혁신 유도방식 전환 등 시사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예상보다 더 길어지는 가운데,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금까지 전방위적으로 이뤄진 은행권 기업대출 방식이 바뀔 필요가 있다는 화두를 던졌다.
30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22일 이 총재는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장 간담회에 초청 인사로 참석해 "코로나19 사태가 지나가는 소나기인 줄 알았는데, 장마의 시작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한다면 대응도 길게 보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권이 기업을 지원할 때 지금처럼 전방위적 지원을 계속할 수 있는지, 접근 방식을 바꿔 지원할지 고민해야 할 때가 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기업을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의 구체적 예시도 들었다. 그는 "좀 더 창의적으로 (기업을) 지원하는 방식이 있을 것"이라며 "어려운 기업이 영업 방식을 혁신적으로 바꾸면 지원해 준다든지, 거래은행이 업종 변경을 권고한다든지 등 기업의 경영 혁신을 유도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정부와 한은이 유동성을 대거 공급했지만, 꼭 필요한 곳으로 유동성이 흐르지 않아 효과가 덜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기 때문에 기업들은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아 현금을 쌓아두고 있는 실정이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국내 기업들이 은행에서 빌린 원화대출 잔액은 945조원을 넘었다. 5월 한 달 동안 국내 기업의 은행 대출액은 16조원이 늘었다. 지원이 없었다면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을 기업들이 대출금으로 버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 은행들이 무제한으로 기업들을 지원할 수 없는 만큼, 앞으로는 기업이 개선될 수 있는 어떤 방법을 제안하면서 대출을 해 줘야 한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 총재는 이와 같은 발언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가계·기업들에 대한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아직은 가계와 기업에 대한 지원을 중단해선 안 된다"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말을 인용하며 "지원 자체는 지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 역시 이 총재와 비슷한 맥락의 발언을 했다. 김 차관은 "기업투자와 같은 생산적 부문으로 유동성이 충분히 흐르지 않아 일각에서는 여전히 유동성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수익성있는 매력적인 투자처를 많이 만들어 생산적 민간투자 확대를 유도하는 한편, 성장잠재력이 있는 유망기업에 유동성이 유입되도록 금융부문에서도 기업여신체계 개선·모험자본 육성 등 혁신금융 추진을 가속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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