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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에도 안 그랬는데…신평사, 기업 신용등급 '과속 강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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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급격 확산된 석달간 한신평 29·나신평 21곳 하향
글로벌 금융위기 폭풍전야인 2007년 보다 빨라…2분기 결산 끝나면 무더기 강등 우려
"기업 자금조달 악화 및 금융시장 유동성 경색 우려…신평사發 위기 올 수도"

2007년에도 안 그랬는데…신평사, 기업 신용등급 '과속 강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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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기업 신용등급(등급전망 포함) 하향에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빠른 속도다. 정기 신용평가가 끝나고 기업들의 2분기 영업이 마무리되는 6월 이후에는 신용등급 강등 쓰나미가 몰려올 것이라는 공포감이 확산되는 형국이다. 신용등급 과속 강등이 기업의 재무부담 악화 및 금융의 신용ㆍ유동성 경색을 일으켜 신평사발(發) 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는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산의 시발점인 대구 신천지 신도 31번째 확진자가 나온 2월18일부터 최근 석 달간 기업 29개의 신용등급 및 등급전망을 낮췄다. 같은 기간 나이스신용평가는 21개 기업의 신용등급과 등급전망을 하향했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과 비교해 상당히 빠른 속도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는 2007년 7월18일 미국의 5대 투자은행(IB) 베어스턴스가 2개 헤지펀드 파산을 통보한 것이 시발점이다. 해당 시점부터 3개월 간(2007년7월18일~10월20일) 한신평과 나신평이 신용등급 및 등급전망을 낮춘 기업은 각각 20개, 17개다. 신평사들이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된 최근 석달 간 '퍼펙트 스톰(초대형 경제위기)' 전야로 여겨졌던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대비 각각 45%, 23% 가량 더 많은 기업의 신용등급을 강등한 것이다.


박의택 도이치은행 서울지점 커버리지부문 대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부정확하고 때를 놓친 신용등급 하향으로 비판받던 신평사가 이번엔 역대 어느 때보다도 빨리 기업의 신용등급을 하향하고 있다"며 "신평사의 신용등급 강등이 기업의 재무구조 악화, 금융시장의 신용 경색으로 이어져 2008년과 같은 금융위기가 재발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신평사 신용등급 하향→기업 조달금리 및 금융비용 상승→회사채 발행 및 대출 난항→기업 재무구조 악화→금융시장 신용 및 유동성 경색이라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회사채 시장은 발행잔액 기준 2010년 말 149조4886억원에서 전날 300조9940억원으로 10년 만에 두 배 규모로 성장한 터라 신용등급 강등은 기업의 자금조달 상황에 미치는 여파가 더 크다.


신평사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실물경제 충격이 심각하고 언제 정상궤도에 접어들 지 예측이 불가능해 시장에 '워닝(경보)'을 줄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한 신평업계 관계자는 "경제 여건이 악화돼 지난해 연말부터 업황 전망을 부정적으로 해왔고 연초 코로나19라는 외부 변수까지 덮친 것"이라며 "4~6월 정기신용평가 기간을 맞아 기업들의 신용을 전반적으로 점검하다 보니 신용등급 및 등급전망 하향이 늘어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등급 부여 후 일정기간 이내 부도가 발생한 비율인 부도율 또한 2007년 대비 높다. 나신평의 경우 투기등급 회사채 부도율은 2007년 0%에서 올해 1분기 2.27%로 올라갔다.


최근 신평사의 기업 등급전망 및 신용등급 줄하향에 대해 보신주의적 행태라는 비판도 나온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3년 동양사태를 거치며 위기를 선제적으로 반영하지 못하고 '등급장사'를 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자 '일단 내리고 보자'는 식으로 대응한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전무후무한 금융지원을 통해 코로나19로 도산 위기에 처한 기업들을 적극 지원하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빠른 신용등급 줄하향은 위기를 심화시킨다"며 "금융안정위원회(FSB)도 신용등급발 위기 발생을 경고한 만큼 신평사가 기업 신용등급 조정에 신중을 기해 위기를 잠재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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