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동생이 집에 있는데"…울산 아파트 화재 형제 참변

동생 구하려던 형까지…울산 아파트 화재 18세·9세 형제 사망

8일 오전 울산시 동구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어린이 등 2명이 숨졌다. 사진은 화재가 발생한 아파트 내부/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가연 기자] 울산의 한 아파트에서 난 화재로 인해 9살과 18살 형제가 모두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8일 오전 4시6분께 울산시 동구 전하동의 한 아파트 13층에서 불이 났다.

이 화재로 고등학교 2학년이던 형 A(18) 군과 초등학교 3학년 동생 B(9) 군이 숨졌다.

경찰 등에 따르면 이날 친구와 함께 놀던 A 군은 배가 고파 라면을 끓여 먹은 뒤, 냄새를 없애려고 거실 식탁에 향초를 켜놓았다. 이후 이들은 음료수를 구입하기 위해 편의점으로 향했다. 당시 B 군은 안방에서 자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조사에서 A 군의 친구는 "A 군이 집에 불이 난 것을 보고 '동생이 집에 있는데'라고 소리친 뒤 집 안으로 들어갔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출동 당시 A 군이 1층 바닥에 추락해 숨져있었으며, B 군은 집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A 군이 장애가 있어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동생을 구하려다 불을 피하지 못했고, 아파트 난간에 매달려있다 추락한 것으로 보고 있다.

화재 당시 형제의 부모는 식당 운영을 위해 집을 비운 것으로 조사됐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대는 30여 분만에 화재를 진압했다. 이 불로 아파트 주민 8명이 연기를 흡입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화재가 발생한 해당 아파트는 1997년 준공돼 스프링클러가 설치돼있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정확한 화재 원인과 피해 규모 등을 조사하고 있다.

김가연 기자 katekim221@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