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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칼럼]코로나19 상처 치유에 배려 받지 못하는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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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칼럼]코로나19 상처 치유에 배려 받지 못하는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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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베이징=박선미 특파원] "이왕이면 중국음식 말고 한국음식 먹자."


중식이냐 한식이냐 메뉴선정의 갈림길에서 요즘 베이징 교민들은 큰 고민 없이 한식을 택한다. 여기서 말하는 한식은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먹는 음식을 말한다.


베이징 코리아타운에서 한인이 운영하는 음식점들이 하나둘씩 문을 닫고 있다. 상당수가 눈 뜨면 사라지는 야반도주다. 환전사기 같은 범죄에까지 손을 대 벼랑끝에 몰려 문을 닫은 곳이 있는가 하면 중국인 건물주의 터무니없는 임대료 인상을 감당하지 못해 문을 닫은 곳도 있다. 1000위안(약 17만원) 이상의 선불카드를 사면 일정금액을 할인해 주는게 보통인 중국식 '빤카'(선불카드 구입)영업 특성상 사장님이 문을 닫고 야반도주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교민들에게 전달된다.


최근에도 왕징에서 장사를 하던 한 한국인 사장님이 "죄송하다"는 사과의 말을 남기고 가게문을 닫았다. 1월 말 설 연휴 이후 잠시 닫은 가게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다시는 열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설 연휴 이후 아직까지 영업을 재개하지 못한 곳이 허다한데다, 가게문을 열었서도 코로나19 이후 급감한 교민 수에 중국인들 마저 외국인이 하는 식당이라는 이유로 발길을 끊어 폐업을 고민할 정도로 위기에 몰린 곳도 수두룩하다. 교민들 사이에서 "이왕이면 한국음식"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14억 인구가 만든 거대 소비시장과 파격적인 외국계 기업들을 향한 투자 혜택에 이끌려 중국에 진출해 있는 우리 기업들도 요즘 어렵긴 마찬가지다. 사드(THAADㆍ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사태 이후 한번 휘청거렸던 중국 진출 한국기업들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중 관계 개선 분위기에 도약을 꿈꾸는 기대에 부풀었다. 하지만 삽시간에 퍼진 코로나19 때문에 다시 절망에 빠졌다. 현지 한국기업들의 사정을 잘 아는 정부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한국 기업들의 어려움을 3단계로 분류하고 지금이 3단계 위기 한가운데 있다고 진단했다.


1단계는 코로나19 발병 초기였던 1월 말 중국 정부가 대응을 위해 설 연휴 기간을 연장하고 인구이동 제한과 기업ㆍ공장의 가동중단을 지시한 시기다. 1단계 위기가 지나 기업들이 조업재개를 할 수 있게 되자 이번엔 뜻밖의 2단계 위기가 터졌다. 중국 정부가 지난달 코로나19 해외 역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입국자 14일 의무 격리조치를 시행하고 급기야 외국인 입국 금지와 항공편 축소운항까지 시작하면서 한국인 직원들은 중국에 들어올 수 없게 됐다. 3단계는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이 잠잠해진 반면, 글로벌 확산세가 빨라지고 있는 지금이다. 공장 조업은 재개가 가능해졌지만 글로벌 수요가 잔뜩 위축되는 바람에 주문이 줄어 가동률이 낮아지는 상황이 됐다. 코로나19 발병 전과 비교해 평균 20%, 많게는 50%까지 가동률이 떨어진 한국 기업들도 있다.


하지만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는 게 지금의 가장 큰 문제다. 중국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으로 피해를 입은 자국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한 대응책을 마련했고 추가 대응책까지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한국 소상공인, 한국 기업들에는 지원이 미치지 못한다. 예컨대 중국 정부는 은행권이 자금난에 처한 기업들을 더 많이 도와줄 수 있도록 유동성을 더 많이 풀고 저금리 자금을 지원하지만 외국계 은행 중국법인들은 자체 비용을 부담해 자국 기업과 소상공인들을 지원하는 식이다. 미ㆍ중 무역전쟁으로 중국 경제가 주춤하자 적극적으로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중국에 투자한 외국계 기업을 중국 기업과 똑같이 대우한다'고 외쳤던 중국 정부의 목소리에도 힘이 빠지고 있다.



코로나19 발원지인 후베이성 우한시의 봉쇄 해제일(4월8일)을 목전에 두고 있다. 축배를 든 중국 내 분위기에 그동안의 중국 경제 발전에 힘을 보탰던 중국 진출 외국계 기업, 소상공인들도 동참할 수 있도록 중국 당국의 관심과 배려가 필요한 때다.




베이징=박선미 특파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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