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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조어사전] 브레인 페이드(brain fade) - 멍 때리며 ‘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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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조어사전] 브레인 페이드(brain fade) - 멍 때리며 ‘충전’ 미국 워싱턴대학 신경과 마커스 라이클 교수가 발견한 DMN(default mode network)은 인간이 아무런 인지활동을 하지 않았을 때 활성화 되는 뇌의 특정부위로, 뇌가 쉬어야 인간의 창의력이 발달한다는 주장의 근거가 됐다. 사진 = Washington University Sch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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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2001년 미국 워싱턴대학 신경과 마커스 라이클 교수는 뇌과학 연구 중 신기한 광경을 포착했다. 뇌영상 장비를 장착한 실험자가 아무런 인지 활동을 하지 않았을 때 활성화하는 특정 부위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라이클 교수는 이 부위를 DMN(default mode network)이라 명명했고, 이후 세계 각국에서 DMN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이어졌다. 일본 도호쿠대학 연구팀은 어떤 인지활동도 하지 않은 상태의 뇌 혈류 상태를 측정, DMN의 백색질 활동이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 백색질 활동이 증가한 실험 참가자들은 같은 문제를 두고 인지활동을 수행한 참가자보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신속하게 제출했다. 이는 뇌가 쉴 때 증가하는 백색질 활동이 인간의 창의력 발휘에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뒷받침했다.



'브레인 페이드'는 brain(뇌)과 fade(희미해지다)의 합성어로, 뭔가에 몰두한 상태가 지속될 경우 머리가 갑자기 어지러워지며 멍해지는 상태를 지칭한다. 우리말로 '멍 때리기'와 유사하다. 효율과 결과를 중요시하는 한국 사회에서 과거 멍 때리기는 시간을 허비하는 뻘짓으로 치부됐지만, 생존을 위한 휴식과 여가, 주52시간제의 시행 등과 함께 멍 때리기의 가치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2014년부터 개최된 멍 때리기 대회는 참가 경쟁률만 50:1에 이르는 인기 콘텐츠로 자리잡았다. 미국 소설가 크리스토퍼 몰리는 수필집 '게으름에 관하여'에서 "진정으로, 철저하게, 철학적으로 나태한 사람만이 철저하게 행복한 사람이다. 행복한 사람은 세상에 혜택을 준다. 이는 피할 수 없는 결론이다"라며 멍 때리기를 예찬한 바 있다. 17세기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는 평소 늦잠 자는 습관으로 침대에 누워 천장에 붙은 파리를 보다가 X축과 Y축의 좌표평면을 발견하기도 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어떤 것이든 얻는 기회가 찾아온다. 멍 때리는 순간이 낭비가 아닌 축적의 시간인 이유다.

용례
A: 야, 어제 밤샜다더니 괜찮아?
B: 어. 레드O 마셔서 몸은 괜찮은데 머리가 띵하네.
A: 그거, 뇌가 멍 때리는 거야. 브레인 페이드. 일도 좀 쉬어가면서 해야지.
B: 나는 쉬어도 상사는 안 쉬니까, 그게 문제지.
A: 아... 브레인 페이드가 아니라 보스 페이드가 필요하겠다, 넌.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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