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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만들면 돈 드려요" 불법 길거리 모집 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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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규정 위반 카드사 6곳 모집인 363명 과태료 처분
2003년 카드대란 이후 사라졌던 불법행위 살아나 우려도

"카드 만들면 돈 드려요" 불법 길거리 모집 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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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업계 1위인 신한카드를 비롯해 삼성ㆍKB국민ㆍ우리ㆍ롯데ㆍ하나카드 등 카드사들의 신용카드 모집인 300여명이 무더기 제재를 받았다. 이들은 신용카드 발급 조건으로 드론, 전동퀵보드, 상품권 등의 경품은 물론, 최대 20만원의 현금을 제공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심지어 2000년대 초반 신용카드 부실사태 이후 사라졌던 카드사들의 길거리 고객 모집도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0일 금융당국 및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연회비 캐시백 규정 등을 위반한 카드사 6곳의 신용카드 모집인 총 363명에 대해 과태료 처분을 내렸다.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 제14조, 제14조의2, 제14조의5 및 시행령 제6조의7, 제6조의8 등에 따르면 신용카드 모집인은 길거리 모집행위를 하거나, 소속된 신용카드업자 외의 자를 위해 신용카드회원을 모집하거나, 타인에게 신용카드회원의 모집을 하게 하거나 그 위탁을 하는 행위를 하거나, 신용카드 발급과 관련해 그 신용카드 연회비의 100분의 10을 초과하는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거나 제공할 것을 조건으로 하는 모집을 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이번에 제재 처분을 받게 된 모집인들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더 많은 회원을 유치하기 위해 정해진 한도를 훌쩍 뛰어넘는 현금이나 경품을 고객에게 제공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현금의 경우 최소 5만원에서 최대 20만원에 이른다. 총 289명이 연회비 캐시백 규정을 위반해 제재를 받았다.


일례로 삼성카드 모지점 소속 모집인 최 씨는 2017년 3월6일 현금 20만원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연회비 60만원인 VIP신용카드 회원을 모집했다가 적발됐다. 하나카드 모지점 소속 모집인 라 씨는 2016년 9월29일 연회비 15만원의 신용카드 개설을 위해 현금 19만원을 전달했다. 또 신한카드 모지점 소속 모집인 김 씨는 2016년 3월26일 연회비 1만원의 신용카드 회원 유치를 위해 20만원 상당의 드론을 제공했다. KB국민카드의 경우 연회비 1만5000원짜리 카드 개설을 조건으로 현금 12만원을 제공하기도 했다.


2003년 '카드 대란' 이후 금지됐던 '길거리 모집'도 다시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에 길거리 모집으로 제재를 받은 받은 모집인 수는 21명이다. '카드 대란'은 2000년대 초 카드사들이 마구잡이로 신용카드 회원을 모집하면서 대규모 부실로 이어진 사건이다. 당시 정부는 외환위기 이후 위축된 내수경기를 살리기 위해 카드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신용카드 현금대출한도를 폐지하고 길거리회원 모집도 허용했다. 그러자 카드사들은 소득이 없는 학생까지도 무분별하게 카드를 발급해줬다. '묻지마 발급' 시절인 2002년에는 신용카드 수가 1억장을 돌파했다. 이후 가계 신용카드 대출 무더기 부실사태가 터지며 수많은 사람이 빚의 늪에 휘말렸고, 300만명이 넘는 신용불량자(현 금융채무불이행자)가 양산되기도 했다. 심지어 당시 외환은행은 외환카드의 부실로 헷지펀드인 론스타에게 매각되기도 했다.


이밖에 타인에게 신용카드 회원을 모집하게 한 위탁 행위자 38명, 1사 전속주의 규제를 어기고 자신이 소속되지 않은 다른 카드사의 회원을 모집한 15명이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소속별로 보면 ▲삼성카드 127명 ▲롯데카드 80명 ▲신한카드 67명 ▲KB국민카드 40명 ▲하나카드 30명 ▲우리카드 19명 순이었다.


금융당국은 카드사의 고비용 마케팅 관행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여신전문금융업계 최고경영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수익은 저성장세인데 마케팅비용은 해마다 10% 넘게 증가하는 카드사의 고비용 마케팅 관행은 업계와 당국이 줄탁동시 노력으로 고쳐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카드사의 마케팅 비용 증가율은 2016년 10.8%, 2017년 13.7%, 2018년 10.3%에 달했다. 특히 가맹점 수수료 중 마케팅 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은 각각 48%, 52%, 55%로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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