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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사다먹어요" vs "정성 없다" 명절 음식 준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최종수정 2020.01.24 10:03기사입력 2020.01.24 10:03

명절 음식 준비 사실상 고된 노동
기혼 여성들 10명 중 7명 스트레스
마트나 온라인으로 음식 주문해 갈등 해결
일부 '성의 없다'는 지적도

"그냥 사다먹어요" vs "정성 없다" 명절 음식 준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완제품 되어 팔리는 명절 음식들. 각종 전, 동그랑땡 등이 눈에 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올해 명절 음식은 그냥 주문해서 먹으려고요, 가족도 모두 찬성했습니다."


주부 A(35) 씨는 설날 명절 음식을 모두 인근 마트에서 구매하거나 온라인 주문을 해 마련했다. 가족은 물론 시어머니도 복잡한 음식 준비로 스트레스를 받을 바에 아예 이렇게 준비하는 것이 더 좋다고 말했다.


A 씨는 "명절이면 음식 준비로 갈등을 많이 빚었는데, 주문한 음식도 괜찮고 가족 모두가 만족한다"고 말했다.


명절이면 음식 준비 등으로 갈등을 빚는 세대가 많아지면서 아예 완제품 된 음식을 마트에서 구매해 준비하는 가정이 늘고 있다. 그러나 밖에서 사들인 음식이 어떻게 명절 음식이냐는 지적도 있다. 음식은 곧 정성인데, 그냥 마트에서 사오는 건 음식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명절 음식 완제품을 마트에서 구매한다고 밝힌 30대 주부 B 씨는 "무엇보다 여성들 처지에서 명절은 그냥 일하는 날이다. 노동의 강도가 너무 심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명절 음식은 필요하고 결국 마트에서 구매해 마련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다"라고 강조했다.


20대 여성 직장인 C 씨도 "어머니가 명절이면 늘 고생하시고, 친척들과 다툼이 많았는데, 그런 모습을 보니까 더 음식 준비를 하기 싫다"면서 "요즘에는 마트에도 음식이 잘 준비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런 세태를 반영하듯 유통업계에 따르면 떡갈비, 완자 등 명절에 주로 먹는 음식 판매량이 늘고 있다. 최근 일주일(1월15일~21일) 동안 G마켓에서 판매된 동그랑땡·완자·전류는 지난해 설 직전(1월26일~2월1일) 보다 71% 늘었다.


떡갈비와 나물도 각각 55%, 35%의 증가율을 보였고, 같은 기간 옥션에서 판매된 완자·전류와 떡갈비도 207%, 110%씩 늘었다.


또 이마트에 따르면 설 기간 간편식 제수용품 매출이 꾸준히 증가했다. 지난해 설 기간 간편식 제수용품 매출은 13억3000만원으로, 전년 대비 18% 늘었다. 올해는 2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설 기간에 완조리된 매운 음식을 배달해 즐기는 가정도 늘었다. 요기요에 따르면 2017~2019년 설 기간 동안 매운 음식을 주문하는 건수는 매년 2배씩 증가했다.


"그냥 사다먹어요" vs "정성 없다" 명절 음식 준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그러나 마트 음식으로 명절을 보내는 것은 성의가 없어 보인다는 지적도 있다. 50대 주부 D 씨는 "그냥 음식이 아니라 명절 음식이다"라면서 "고생스럽지만, 손으로 하나 하나 다 준비하는 것이, 진정한 명절 음식이다"라고 강조했다.


명절 연휴가 시작되면 하루 이틀 먼저 큰 집으로 간다고 밝힌 50대 주부 E 씨 역시 "매일 그렇게 준비하는 게 아니라 일 년에 몇 번인데, 마트에서 사들인 음식으로 상을 차리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면서 "가족들 입맛에 맞을지나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명절 스트레스는 물론 각종 갈등이 일어나고 있다. 성인남녀 10명 중 6명이 명절에 관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으며, 특히, 기혼 여성의 스트레스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이 성인남녀 3,507명을 대상으로 '설 명절 스트레스를 받는지 여부'를 조사한 결과, 58.3%가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답했다.


성별과 혼인 여부에 따른 스트레스를 보면, 기혼 여성은 10명 중 7명(70.9%)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밝혔다. 미혼 여성(59%), 기혼 남성(53.6%), 미혼 남성(52.4%)보다 많았다.


"그냥 사다먹어요" vs "정성 없다" 명절 음식 준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기혼자의 경우는 성별에 따라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가 달랐다. 기혼 여성은 '용돈, 선물 등 많은 지출이 걱정되어서'(59.7%), '제사 음식 준비 등이 힘들어서'(42.2%), '시댁 식구들이 불편해서’(36.8%) 등 경제적인 부담이나 가사노동 같은 현실적인 요인에 대한 부담이 높은 편이었다. 반면, 기혼 남성은 '부모님께 죄송해서'가 64%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종합하면 기혼 여성의 음식 준비 등으로 명절이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만, 남성이나 음식 준비 등에 관여하지 않는 사람들은 해당 스트레스가 아예 없는 셈이다.


스트레스를 주는 사람도 기혼자는 성별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기혼 여성은 '시부모 등 시댁 식구’(68.4%)가 가장 많았으며, 이어서 '배우자'(21.2%), '부모'(14.2%), '친척'(6.8%) 등의 순이었다. 이에 비해 남성은 '배우자'(29.2%), '부모'(27.6%), '형제, 자매'(18.9%), '친척'(18.6%), '처부모 등 처가 식구'(15.8%) 등으로 나타났다.


한 30대 주부는 앞으로 명절 음식 구매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성들 처지에서 명절 스트레스나 노동 강도는 굉장히 심각한 편이다"라면서 "음식을 사 먹게 된 배경도 이와 연관이 있다"고 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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