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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모·삼촌 만나기 싫어요" 친척모임 피해 출근하는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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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밀레니얼 세대, 친지모임 피하려 출근
설 출근 직장인 "귀향이나 친척 모임 피할 핑계 필요"
전문가 "개인주의·회피심리 영향 커"

"고모·삼촌 만나기 싫어요" 친척모임 피해 출근하는 2030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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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가연 기자] "이번 설에는 출근 핑계 대고 친척 집 안 가려고요."


직장인 A(32) 씨는 매번 친척들이 모이기만 하면 껄끄러운 일이 생긴다며 이같이 말했다. A 씨는 "작년에는 몇 달 전부터 해외여행 일정을 잡아두고 '출국해야 한다'며 친척 집에 가지 않았다"며 "이번에는 개인 사정으로 해외여행을 갈 수가 없어서 대신 출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물론 출근하면 피곤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은 다 놀 때 혼자 일하는 거니 어떤 박탈감 같은 게 들기도 한다"면서도 "그래도 이게 4일 동안 친척들한테 시달리며 스트레스 받는 것보다는 낫겠다"고 덧붙였다.


최근 명절 연휴 친지 모임을 기피하기 위해 일부러 핑계를 만드는 20·30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 출생자)가 증가하고 있다.


이들은 '감정노동'에 피로감을 토로하며 해외여행 계획을 짜는가 하면, 일부는 자진해 회사·아르바이트 추가 근무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감정노동이란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거나 실제로 느끼는 감정과 다른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사회학자 엘리 러셀 혹실드(Arlie Russell Hochschild)가 1983년 발간한 저서 '관리된 마음'을 통해 소개한 개념이다.


조사결과, 연휴에 출근한다고 밝힌 응답자 중 일부는 자발적으로 설 근무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6일 잡코리아가 직장인과 아르바이트생 365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10명 중 4명 이상이 "설에도 출근한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연휴에도 정상 영업을 해서'를 주된 이유로 꼽았다. 다만 '명절에 집에 있는 게 더 피곤해서'(5.4%), '귀향이나 친척 모임을 피할 핑계가 필요해서'(5.0%) 등의 답변도 일부분을 차지했다.


"고모·삼촌 만나기 싫어요" 친척모임 피해 출근하는 2030 사진=연합뉴스


친척 모임을 피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연휴는 각자 즐겁게 보내는 것'이라는 인식이 일부 자리 잡기도 했다.


잡코리아에 따르면 성인 2명 중 1명은 다른 사람과 함께 하지 않고 홀로 설을 보내는 이른바 '혼설족'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 59.8%, 취준생 61.55, 대학생 54.9%가 '혼설족을 선호한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직장인 B(27) 씨는 "이번 연휴에는 홀로 대만 여행을 간다. 사실 연휴에는 쉬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는데, 집에 있어도 친척 모임에 끌려가게 될 것 같아 급하게 비행기 표를 끊었다"고 밝혔다. 이어 "사실 혼자 가는 여행이지만 사실대로 말하면 (부모님이) 그냥 취소하고 할머니 댁에 가자고 할 것 같아서 친구들과 간다고 거짓말을 했다"고 덧붙였다.


취업준비생 C(24) 씨는 "어렸을 때부터 고모랑 삼촌들에게 너무 시달려서 친척 생각만 하면 몸서리가 쳐진다"며 "사람마다 인생관이나 가치관이 다를 수밖에 없는데, 다들 그런 건 고려하지도 않고 본인의 생각만 맞다고 소리친다. 소위 말하는 '꼰대' 밭인데 누가 친척 모임에 가고 싶어 하겠나"라고 토로했다.


이어 "친척 모임에 가면 다들 오기 싫었다는 게 눈에 보일 정도"라면서 "솔직히 저렇게 싫은데 다들 억지로 모이는 것이 더 이상한 것 같다. 각자 집에서 쉬면 모두가 행복해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개인주의적 문화 확산과 갈등을 피하려는 회피심리가 현재 상황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설 연휴에 일부러 '당직 근무한다'는 등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타당한 이유를 만들어 버리는 거다"라며 "자기 자신을 우선순위로 두는 개인주의 영향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곽 교수는 "현대인들은 평소에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데 '굳이 친척들 만나면서 또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나'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라면서 "이런 것들을 아예 차단하고, 갈등을 일으킬만한 요소를 없애려고 하는 거다. 회피심리가 크다"고 설명했다.




김가연 기자 katekim22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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