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CSIS "北영변 핵시설서 방사성 물질 이동 정황"

북·미대화 교착속 영변 핵시설 존재감 과시

[아시아경제 김동표 기자] 북한의 영변 핵시설 단지에서 방사성 물질의 이동 정황을 의심할 수 있는 정황이 포착됐다고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최근 밝혔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석좌와 조지프 버뮤데즈 연구원은 북한전문 사이트 '분단을 넘어'(Beyond Parallel)에 14일(현지시간) 게재한 '영변 업데이트:방사성 물질의 11월 이동?'이라는 글을 통해 "과거 방사성 물질 이동에 관련됐던 특수 궤도차의 이동이 최근 감지됐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이 글에서 지난 1일과 9일 입수한 위성사진을 토대로 4대의 특수 궤도차 이동을 확인했다면서, 이 궤도차의 움직임이 마지막으로 관찰된 것은 지난 4월이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1일 위성사진에서 1대의 궤도차가 방사화학 실험실 서쪽, 나머지 3대의 궤도차가 우라늄 농축시설 남쪽에 있었지만, 9일 사진에서는 이 4대의 궤도차가 모두 영변 핵시설 인근 풍강리 철도 조차장 근처로 이동했다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활동을 핵 활동과 직접적으로 연결하기는 어렵다며 조심스러운 평가를 내놨다.

이들은 이 궤도차들을 방사화학실험실에서의 재처리 활동과 연결 짓는 예비 분석이 있지만 모든 사례와 현재 상황을 볼 때 사실이 아닌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 궤도차를 통해 어떤 유형의 방사성 물질이 수송되는지 불분명하다면서, 소량의 액체·고체 폐기물과 오염된 장비를 외부로 수송하거나 핵분열성 물질을 영변 외부시설로 옮기기 위한 것일 수 있지만 분명하지 않다고 봤다.

또 영변 밖 시설에서 방사성 물질을 영변 안으로 수송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지만 그 가능성은 더 낮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북·미 간 비핵화 협상 교착상태를 가정할 때 이들 궤도차의 존재는 북한이 유리한 협상 위치에 서기 위해 치밀하게 조정한 정치적 술책인지, 방사성 물질의 실질적 이동인지, 아니면 두 가지 모두를 조합한 것인지도 불분명하다고 평가했다.

지난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기를 자신들의 카드로 내놓은 바 있다. 북·미 대화가 지난달 스톡홀름 실무협상 이후 교착된 상황에서, 북한이 영변 핵시설의 존재감을 드러내며 미국을 압박하는 차원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미가 영변 핵시설의 폐기 등 잠정적 수준에서 합의를 하고 대화를 계속 이어나가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