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중 재산 조성·관리 문제
제사 지내려 모일 때 갈등 폭발
진천 방화사건도 결국 돈문제
경제적 갈등, 감정싸움 유발
심하면 강력범죄로 이어져
지난 7일 오전 충북 진천군 초평면 선산 잔디밭이 불타 있다. 이날 한 남성이 시제 도중 종중원에게 인화 물질을 뿌리고 불을 붙여 1명이 숨지고 11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 피붙이가 한 자리에 모여 조상을 기리는 제사를 지내려다 오히려 친족간 갈등이 증폭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음력 10월 조상 묘소를 찾아 진행하는 '시제(時祭)' 때면 종종 발생하는 일인데 급기야 올해는 다수의 부상자와 사망자를 낸 사고까지 발생했다.
친족 간 갈등은 공동소유 재산을 조성하고 관리하면서 불거진다. 경남의 한 소도시에 거주하는 정모(57)씨는 문중의 납골공원을 조성하기 위해 문중 공동 소유의 논밭을 팔려 했다. 하지만 묘 이전과 납골공원 조성을 위한 기금 마련 결정은 쉽지 않았다. 일부 친족들은 공동 소유의 논밭을 두고 "원래 우리땅이었다"며 본인의 소유권과 지분을 요구하면서 문중 회의는 항상 싸움으로 이어졌다. 정씨는 "시제나 벌초를 위해 1년에 1~2번 친척들이 모이면 항상 고성이 오가고 사이가 틀어지는 일이 반복된다"며 "조상들을 시대에 맞게 모시려는 변화인데 오히려 갈등이 늘어나면서 문중 행사 참석이 주저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갈등은 역설적이게도 제사ㆍ차례가 간소화하는 흐름 속에서 연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저출산과 핵가족화 등 가족 구조가 변화되면서 벌초할 자손들마저 부족한 게 현실이다. 한국노총이 지난 9월 조합원 65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차례나 제사문화를 계승하자는 응답은 13.0%에 그쳤다. 차례문화를 간편하게 바꿔야 한다는 데는 전체 응답자의 62.0%가 동의했다.
직장인 이경수(33)씨는 "최근 문중에서 고조부ㆍ증조부는 물론 할아버지와 할머니 제사까지 시제 때 한번에 지내기로 결정했다"며 "1년에 제사 한 번 지내기도 힘들 정도로 가족 구성원이 줄었고 시대 변화에 따라 결정한 것이지만 집안 어른들은 여전히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최근 충북 진천에서 벌어진 '문중 시제 방화 사건' 역시 돈이 문제였다. 문중 소유의 땅 1만여㎡를 팔아 사적으로 횡령한 80대 A씨가 문중의 고소로 실형을 선고받자 이에 앙심을 품고 벌인 사건이다. A씨는 제사 도중 종중원 20여명에게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붙였고 이 사고로 1명이 숨지고, 10명이 크고 작은 화상을 입었다. 몇 년 전 전남 고흥에서는 조상묘를 이장하면서 자신과 상의도 없었던 것에 화가 난 70대 B씨가 조카 2명에게 엽총을 쏴 1명이 숨지는 사고도 있었다.
지금 뜨는 뉴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문중이나 친인척 사이의 경제적 문제가 감정 싸움으로 이어지고 심할 경우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가족 내 문제를 숨기고 덮기보다는, 이를 드러내고 공공기관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인식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