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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상 16명 살해 증거물 북한 선박, 끝내 北으로 인계(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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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14시 8분부터 51분까지 인계"
범죄 도구·시신 등은 바다에 버려진 상태
혈흔 등 사실상 유일한 증거물로 평가
"무죄추정 원칙 없이 유죄 단정하고 북송"
사법절차·탈북민 보호조치 부실 지적도

선상 16명 살해 증거물 북한 선박, 끝내 北으로 인계(종합) 남측 선박이 문제의 북한 선박을 예인하고 있는 모습 <사진=통일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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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동표 기자] 동해상에서 동료 16명을 살해하고 남하하다가 군 당국에 나포된 북한 주민 2명을 정부가 북한으로 7일 추방한데 이어 8일 오후 문제의 오징어잡이 배도 북측으로 인계를 완료했다.


이날 통일부는 "14시 8분부터 14시 51분까지 북측 선박 인계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범죄 도구와 시신 등이 모두 바다에 버려진 상황에서 사실상 유일한 물증으로 평가받던 선박도 북측으로 넘어가게 됐다.


3명(1명은 남하 전 북한 당국에 체포)이 무려 16명을 살해했다는 점, 그런 대소동에도 불구하고 2명의 신체에는 별다른 부상이 없다는 점, 정부의 합동조사 또한 불과 4일만에 마무리됐다는 점 등이 겹쳐 관련한 의혹이 끊이질 않고 있다. 정부가 탈북자 2명과 선박을 붙잡아 두고 철저한 진상규명을 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상 16명 살해 증거물 북한 선박, 끝내 北으로 인계(종합) 한국 해경이 북한 선박을 북측에 인계하고 있는 모습. <사진=통일부 제공>


범죄의 중대성 여부와 별개로, 적절한 사법 절차와 보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대북 제재·인권 전문가인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는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송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기회가 이들 북한 주민들에게 주어졌는지 우선 묻고 싶다"면서 "이들이 재판이 아니라 당국의 합동조사만 받았다면 정당한 법 절차를 거부당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유죄로 판결이 확정될때까지는 무죄로 추정한다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거듭 강조하면서, 유죄는 수사 당국의 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재판을 통해 판명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탠튼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매우 위험한 선례를 남겼다"면서 "확인되지 않은 북한의 일방적 주장에 따라 탈북민을 강제로 북송할 가능성을 열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정부가 유엔 고문방지협약을 위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이들 선원들은 북한으로 추방돼 고문과 사형에 처해질 충분한 근거가 있다"며 "이는 한국이 유엔 고문방지협약(United Nations Convention Against Torture)과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nternational Covenant on Civil and Political Rights)을 준수할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VOA측에 말했다.


선상 16명 살해 증거물 북한 선박, 끝내 北으로 인계(종합) 김은한 통일부 부대변인이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통일부는 앞서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긴급브리핑에서 동해상에서 군 당국에 나포된 북한 주민 2명을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추방했다고 밝혔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당시 브리핑에서 "합동조사 실시 결과 이들은 20대 남성으로 동해상에서 조업 중인 오징어잡이 배에서 16명의 동료 승선원을 살해하고 도주한 흉악범죄자로 보호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 정부는 관련 의혹과 논란에 대해 반박하고 있다.


김은한 통일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정부의 범죄조사가 추방자의 진술에만 의존해 부실하게 진행됐다는 지적에 대해 "추방자의 진술에만 의존한 것은 아니며 관계기관의 관련 정보도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 부대변인은 '(선박 안에서) 사람들의 혈흔이나 DNA 같은 것들을 감식했느냐'는 질문에 "혈흔 같은 것은, 어느 정도 배 안에 그러한 (범행) 흔적도 있었던 것으로 저희가 파악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진술과 도주한 정황, 배에서 발견된 혈흔 등을 전체적으로 종합할 때 이들의 범죄혐의가 명확히 설명된다고 판단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 부대변인은 '범죄혐의가 있는 탈북민을 즉각 추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하느냐'는 질문에는 "조사 과정에서 이들이 귀순 의사를 밝힌 바는 있지만 발언의 일관성과 정황을 종합한 결과, 순수한 귀순 의사라고 보기보다는 범죄 후 도주 목적으로 보는 것이 합당하는 판단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 주민은 헌법상의 잠재적 국민에 해당한다"면서도 "이들에게 현실적인 사법 관할권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우리 국민으로 수용하는, 통칭 귀순이라고 하는 절차와 여건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관련 논란에 대해 인지하고 있으며 보완할 부분을 찾아간다는 입장이다. 김 부대변인은 "이번 사건 같은 경우는 유례가 없고 사건의 충격성 또는 심각성이 큰 사안이었다"면서 "이번 사건에 특정해 규정된 제도적 장치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출입국관리법이나 북한 선박 인원 월선 매뉴얼 같은 규정들을 준용했다"면서도 "제도적으로 보완할 부분은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앞서 7일 정부는 군 당국에 나포된 북한 주민 2명을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추방했다. 정부가 판문점을 통해 북한주민을 다시 북한으로 강제추방한 것은 사상 처음있는 일이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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