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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펀드처럼 팔린 사모펀드…설익은 활성정책이 화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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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규제 완화가 무리한 은행 영업과 맞물려 부작용…당국 관리·감독 도마 위에
금리 DLS 폭탄 터졌는데 '개인 전문투자자' 요건은 오히려 완화

공모펀드처럼 팔린 사모펀드…설익은 활성정책이 화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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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김민영 기자] 금리 연계 파생결합증권(DLS) 대규모 손실 및 불완전판매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정부의 사모펀드 활성화 정책이 이번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의 사모펀드 규제 완화가 비이자이익 확대를 위한 은행의 무리한 영업 행태와 맞물리면서, 전문투자자가 찾는 고위험 사모펀드가 일반투자자들에게 마치 공모펀드처럼 팔려나갔다는 의견이다.


자본시장 활성화 노력에 비춰 부실한 금융당국의 위험 관리ㆍ감독 능력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정부가 개인 전문투자자 자격 요건을 완화, 금융상품 투자 문턱을 대폭 낮추면서 투자자 보호에 역행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규제 완화에 공모펀드처럼 판매된 사모펀드=은행을 통해 판매된 금리 연계 DLS 손실과 이에 따른 불완전판매 논란을 놓고 금융권 일각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번 사태는 금융위원회가 2015년 10월 사모펀드 활성화 대책을 내놓은 이후 지난 3년여간 급격하게 성장해 온 사모펀드 시장 흐름과 무관치 않다.


금융위는 사모펀드 투자 한도를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추고 운용사 설립을 '인가'에서 '등록', 펀드 설립을 '사전등록'에서 '사후보고'로 간소화했다.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개인은 사실상 전문투자자로 봐 보호 수준이 낮은데 사모펀드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일반투자자들이 이 시장으로 유입, 이 같은 부작용을 낳았다는 지적이다. 현재 금리 연계 DLS 투자자 중 상당수가 은행의 불완전판매를 주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사모펀드 시장은 올해 4월말 기준 363조원 규모로 2015년말 200조원에서 80%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공모펀드 시장은 214조원에서 243조원으로 성장하는 데 그쳐 사모펀드에 역전당했다.


사모펀드 시장이 덩치를 빠르게 키우면서 자산운용사도 2015년말 93개사에서 올해 4월말 250개사로 급증했다. 종합 운용사는 74개사로 같지만 전문 사모 운용사가 19개사에서 176개사로 대폭 늘었다.


이런 가운데 예대마진 확대에 한계를 느낀 은행들이 사모펀드 판매를 확대해왔고 이 과정에서 주식, 채권 뿐 아니라 리스크가 큰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파생형 사모펀드 판매에도 세게 '드라이브'를 걸면서 금리 연계 DLS 손실을 초래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더구나 금융당국마저 자본시장 육성에만 급급해 위험관리자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5월말 발표한 '파생상품시장 발전방안'에서 DLS 리스크를 지적했지만 언급에 그쳤다. 금리 연계 DLS 손실이 급증한 이달초까지도 금감원은 은행에 어떤 경고음도 울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도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전문투자자 요건 완화?…'거꾸로' 가는 정책=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최근 개인 전문투자자 인정 요건을 대폭 완화하면서 일각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투자자 요건 완화의 주요 골자는 ▲금융투자상품 잔고 5억원 이상→초저위험 상품을 제외한 5000만원 이상 ▲연소득 1억원 또는 총자산 10억원 이상→부부합산시 1억5000만원 또는 순자산 5억원 이상이다. 전문투자자 문턱이 대폭 낮아지면서 자격 요건을 갖춘 후보군이 지난해말 1950명에서 향후 37만~39만명까지 확대될 것으로 금융위는 예상했다.


문제는 전문투자자 요건 완화로 인한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전문투자자는 고위험 투자를 견딜 능력이 있는 것으로 간주돼 일반투자자에게 적용되는 투자성향조사, 투자권유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은행,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들이 오랫동안 자산관리를 맡아 온 고객들에게 편의 차원에서 개인 전문투자자 등록을 권유하고, 파생상품 등 고위험 금융투자상품 판매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금감원에 금리 연계 DLS 분쟁조정을 신청한 민원인 중에는 개인 전문투자자 부부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처럼 개인이 아무나 손쉽게 파생상품에 가입하는 곳이 없다"며 "이번 금리 DLS 손실 사태와 관련해 은행 PB들이 고객에게 전문투자자 등록을 유도했을 가능성이 있다. 전문투자자의 경우 서명이 있으면 불완전판매 입증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전문투자자 요건을 금액 기준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있다. 연소득과 자산 규모는 금융상품에 대한 지식 또는 전문성과는 별개의 문제라서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전문투자자 요건도 금액 기준 보다는 자산 포트폴리오 비중을 기준으로 해 살펴야 한다"며 "(금액과 관련해) 법적 요건을 만들기보다는 분산투자 관점에서 세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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