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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피노키오?…'인종차별' 구호 파문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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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피노키오?…'인종차별' 구호 파문 확산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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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김봉수 특파원] "추악한 문구(ugly phrase)".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현직 대통령의 유세에서 등장한 인종차별적 구호(send her back)를 비판한 미 주요일간지 뉴욕타임스(NYT)의 표현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마저 그 구호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태도를 바꿨고, 공화당 내에서도 비판이 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전날 자신의 노스캐롤라이나 그린빌 유세에서 청중이 외쳤던 '그녀를 돌려 보내라(send her back)' 문구를 부인했다. 자신의 뜻과 동의없이 청중들이 마음대로 외친 구호라는 얘기다. 전날 유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소말리아계인 일한 오마리 민주당 하원의원에 대해 "소말리아를 위해 봉사한 미국인들을 비난했고 알카에다를 비판하지 않았다"는 등의 비난을 퍼붓자 청중들은 이같은 구호를 외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백악관에서 기자들이 "왜 그 구호를 제지하지 않았냐"고 묻자 "나는 그렇게 했다. 연설을 매우 빨리 시작했다"고 말했다. 연설을 재개함으로써 청중들이 구호를 외치는 것을 중단시켰다는 것이다. 하지만 NYT는 "실제로는 트럼프 대통령은 대중들이 그 구호를 외치자 말 없이 주변을 둘러 보고 앞을 잠시 응시하긴 했지만 연호를 중단시키기 위한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나는 그 구호 때문에 행복하지 않았다"면서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내가 말한 게 아니라 그들(청중이)이 했다"고 탓을 돌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태도를 바꾼 것은 그만큼 파문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현직 대통령이 실시한 공개 유세장에서 인종차별적 발언의 대명사로 알려진 '너희나라로 돌아가라'는 취지의 발언이 수만명에 의해 연호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공화당 내에서도 비판이 일고 있다. NYT에 따르면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 대표는 이날 기자들에게 "그런 구호는 우리 당이나 미국에 설 자리가 없다"고 말했다. 매트 브룩스 공화당 유대인 연합체 전무이사도 "'그녀를 돌려 보내라'는 구호는 잘못이었고, 불쾌했으며, 우리가 미국인이라는 점을 반영하지 못했다"면서 "나는 오마르 의원의 관점과 정책을 강력히 반대하지만 그런 구호가 우리 사회에 있을 곳은 없다"고 비판했다.


NYT는 또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딸이자 백악관 선임 보좌관인 이방카 트럼프가 이날 아침 트럼프 대통령에게 찾아가 당시 구호에 대한 거부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조언했다고 전했다.


구호의 대상이 됐던 오마르 의원은 이날 미 의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파시스트"라고 비판하면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출생지 의혹을 수년간 제기해 온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을 볼 때 이번 그의 지지자들의 반응이나 행동이 전혀 새롭지 않다"고 비난했다.


'무슬림 변호사들'이라는 인권단체도 성명을 내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과 말들이 오마르 의원과 라시다 탈리브 등 무슬림 의원들의 생명을 위험에 빠트리고 있다"면서 "그의 공개적이고 계산된 반이슬람 편견은 2020년 대선 내내 더 많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모든 미국인들은 이런 증오들에 대해 명백히 부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은 부인하지만 이번 실수가 앞으로 대선 과정에서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트럼프 대통령의 당시 구호 부인에 대해 보도하면서 팩트 분석을 통해 그의 해명이 거짓말이라며 '피노키오'에 비유하는 등 강하게 비판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4일 이후 지속적으로 민주당 4인방에 대해 "원래 나라로 돌아가라(go back)'고 말해 왔던 점, 연설 당시 동영상을 보면 13초간이나 구호가 외쳐지는 동안 이를 방관했던 점, 구호가 잠잠해지고 난 후 오마르 의원에 대한 비난을 계속 이어나갔던 점, 몇 분후 오마르 의원 등 4인방에 대해 미국을 떠나라고 촉구했던 것 등을 근거로 "네 마리의 피노키오들"이라고 비꼬았다.


미 CNN방송도 "그녀를 돌려 보내라는 구호는 트럼프 시대를 상징하는 구호가 될 것"이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부정하지만 동영상을 보면 확실히 그는 구호가 시작될 때 뒤로 물러서 있었고 연설을 다시 시작하기 전까지 고조되도록 놔두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1992년 미국에서 태어난 오마르를 왜 그들은 돌려 보내려고 할까"라면서 인종차별주의, 오마르 의원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정책적 비판, 지지자들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개인 숭배 등을 이유로 들었다.



CNN은 특히 "이런 구호를 듣는 것도 마지막이 아닐 것이며 점점 더 흉측해질 것이고 (대중들은) 점점 더 둔감해질 것"이라며 "이같은 인종차별적 욕설에 대한 우리의 결과적인 무관심에도 불구하고 역사는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비판했다.




뉴욕=김봉수 특파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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