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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과자 괴롭힘? 정당한 지시? 기준 모호한 '괴롭힘 금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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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16일 시행 앞두고 대책 분주
정부 가이드라인 규정 등 모호...악용 가능성도
기업들, 취업규칙 반영·교육 등 진땀

저성과자 괴롭힘? 정당한 지시? 기준 모호한 '괴롭힘 금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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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권재희 기자] A보험사는 매일 아침 화이트 보드에 전체 영업사원의 성과표를 큼지막하게 게시했는데 이달부터 오랜 관행을 없앴다. 오는 16일부터 시행되는 이른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괴롭힘 금지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노동조합의 지적을 받아들였다. 사측은 '단지 정보를 공유하는 게 문제인가'라는 입장이었지만 괴롭힘 금지법 시행 후 법 위반의 첫 사례는 안 된다는 생각에 노조와 협의 후 취업 규칙을 개정했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ㆍ현대자동차ㆍSKㆍLG그룹 등 주요 대기업은 괴롭힘 금지법 시행을 불과 일주일여 앞두고 노사와 취업 규칙을 개정하는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다.


괴롭힘 금지법은 양진호 위디스크 회장의 직원 폭행, 간호사 '태움' 문화 등의 직장 내 갑질 사례가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되자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법안이다. 직장 내 괴롭힘은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 지위나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규정했다.


취업 포털 인크루트의 최근 조사 결과 직장인 64.3%는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특히 직장 갑질로 응답자의 56.7%는 공황장애 등 정신적 피해를 입었으며 29%는 원치 않는 퇴사나 인사 불이익을 받는 등 괴롭힘 금지법에 대한 실효성을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고용노동부가 제시한 괴롭힘 금지법 매뉴얼을 보면 '괴롭힘'의 일부 규정과 정의가 애매모호하다는 데 있다. 법 시행 초기 인사ㆍ업무에 대한 불만 표출 수단으로 악용되거나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람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준희 한국경영자총협회 수석위원은 "직장 내 괴롭힘 문제와 관련해 기업들이 실무상 직면하는 가장 어려운 문제 중 하나는 저성과자에 대한 성과 향상 촉진 조치에 대해 당사자가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주장할 경우 마땅한 대응 방안이 없는 것"이라며 "체계적인 성과 평가 절차와 성과 미달자에 대한 교육 및 향상 촉진 절차를 취업 규칙 등에 성문화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영완 경총 노동정책본부장도 "애초에 가이드라인이 애매한 상황에서 법이 시행돼 얼마든지 남용될 여지가 있을 것 같다"면서 "업무상 지시에 다른 감정이 개입될 경우 괴롭힘으로 둔갑한다든가, 조금이라도 소외됐다는 생각이 들면 정상적 관계에서 괴롭힘으로 순식간에 (감정과 결과가) 바뀔 수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각 기업은 돌발 변수에 대응해 자체 매뉴얼을 만들어 배포하고 윤리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또 인사 평가 제도를 손 보거나 심리 상담사 등 HR 인력 확보에도 나섰다. 삼성전자는 별도의 매뉴얼을 만드는 대신 괴롭힘 금지법을 취업 규칙에 반영하고 책임자를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했다. 현대차도 준법지원팀을 통해 전 임직원에 공지를 하고 노조와 협의를 바탕으로 취업 규칙 개정 작업 마무리 단계다. SK그룹은 각 계열사에 예방, 교육 및 피해자 보호를 위한 조치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겠다는 공지를 띄웠다. LG전자는 지난 4월부터 일찍이 각 사업장에서 조직 책임자를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 중이며 괴롭힘 사안 발생 시 처리 프로세스도 마련했다. 대한항공은 인사 포털 시스템 내에 신고 접수처를 신설하고 전 직원을 대상으로 온라인 정기 교육을 준비 중이다. 한화그룹은 기존보다 고충 처리 접수 채널을 다양화했다.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하는 경우 사용자는 즉시 이를 조사하고 근무 장소 변경,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또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하거나 피해를 주장했음을 이유로 해고 등 불이익 처우를 하는 경우에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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