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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WTO서 日 경제보복 국제무대 첫 공방
최종수정 2019.07.10 13:34기사입력 2019.07.10 13:34

WTO 상품무역 이사회서 한일 관계자 각자 입장 표명
회원국 상대 물밑 외교전 치열할 듯
WTO 제소 절차도 신경전 예상

한일, WTO서 日 경제보복 국제무대 첫 공방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일본 수출규제강화조치와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백종민 선임기자] 스위스 제네바에서 일본의 대한(對韓) 경제 보복에 대한 한일 간의 첫 공방이 펼쳐졌다. 선제적인 의제상정을 통해 일차적인 공론화에는 성공했지만 보다 더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아쉬움도 남았다.


9일(현지시간) 세계무역기구(WTO) 상품무역 이사회에 참석한 백지아 주제네바 대표부 대사는 긴급의제로 상정된 일본의 반도체 디스플레이 소재 수출 규제 문제에 대해 한 개 국가만을 대상으로 한 정치적 목적의 경제보복이라고 규정하고 철회를 주장했다.


8~9일 이틀간 예정된 상품무역 이사회에서 일본의 수출규제는 애초 안건에 없었으나 정부는 8일 추가 의제로 긴급 상정할 필요성을 의장에게 설명하고 의장이 이를 수용하면서 의제로 올라왔다. 상품무역 이사회는 통상 실무를 담당하는 참사관급이 참석하지만, 정부는 사안의 중요성을 고려해 백 대사가 직접 참석토록 했다.


백 대사는 "일본이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을 강조한 직후 이러한 조치를 발표한 것에 유감을 표명한다"며 일본에 이번 조치에 대한 명확한 해명과 조속한 철회를 촉구했다. 백 대사는 또 일본이 수출규제의 근거로 주장한 '신뢰 훼손'과 '부적절한 상황'이 현재 WTO 규범상 수출규제 조치의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일본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소재 3가지 품목을 지난 4일부터 포괄적 수출허가 대상에서 개별 수출허가 대상으로 변경했다. 일본 기업이 한국에 이 품목들을 수출하려면 계약마다 허가를 받아야 하므로 일본의 조치는 수출규제 효과를 띠게 된다. 이는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간주되고 있다. WTO 분쟁에 적용되는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ㆍ1994) 제11조는 특별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수출ㆍ수입 때 수량 제한을 금지하고 있다.


우리 측에 맞서 대응에 나선 이하라 준이치 주제네바 일본대표부 대사는 "한국에 적용했던 간소한 절차를 원상복구한 것뿐이며, 이런 조치가 WTO 규범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안보상의 우려에 근거한 무역관리의 재검토로, WTO 규범상 전혀 문제없다"고 주장했다.


일본 NHK방송이 격렬하게 대립했다고 표현한 이번 공방은 시작에 불과하다. 우리 정부는 오는 23~24일 예정된 WTO 일반 이사회에서도 일본 보복 조치의 부당성을 다시 설명할 계획이다. 우리 정부가 일본의 조치에 대해 WTO 제소를 검토하고 있는 만큼 어느 쪽이 WTO 회원국의 지지를 많이 받느냐가 중요하다. 치열한 물밑 외교 경쟁이 예상된다. 백 대사가 "일본의 조치가 한국뿐 아니라 세계 전체 산업에 악영향을 준다"고 주장한 것도 각국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해 WTO 회원국들의 지지를 얻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WTO는 분쟁 처리 소위원회 설치 전에 먼저 양자 협의에서 해결을 모색하도록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일본은 제소를 전제로 한 우리 측과의 협의에는 응하지 않을 전망이다. 이하라 대사도 한국의 제소 가능성에 대해 "가정의 이야기는 대답할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두 대사는 회의장 바로 인근에 앉아 공격과 수비에 나섰지만 오히려 일본의 수비가 부각된 모습이었다. 이하라 대사는 이사회 이후 취재진과 만나 이사회에서 한 발언을 또다시 주장하며 언론홍보에 적극적이었지만 백 대사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 없이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백종민 선임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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