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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할 수 없는 탈모] 당신의 머리가 빠지는 진짜 이유
최종수정 2019.06.25 13:58기사입력 2019.06.24 19:05

탈모 원인 90% 이상이 유전…머리카락 가늘어지면 탈모 시작 ‘신호’
탈모약 먹으면 성기능 저하된다? “1~2%에 국한, 복용 중단하면 원복돼”

[피할 수 없는 탈모] 당신의 머리가 빠지는 진짜 이유 위로 2대 째 탈모가 있는 필자는 늘 탈모가 두려웠다. 조금씩 얇아지는 모근, 점점 줄어드는 머리숱 까지. 현대 사회에서 탈모는 누구나 조금씩 겪고 있지만, 아무도 자신이 탈모라 말하지 않는 '말할 수 없는 비밀'이 되고 있다. 사진 = 김현우 PD




[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필자가 처음 탈모를 경험한 것은 고3 수험생 때였다. 아침 샤워 중 머리카락이 한 움큼씩 빠지기 시작하더니, 어느 날 머리를 묶자 고무줄 2바퀴면 됐던 두께가 3~4바퀴로 줄어들어 있었다. 대학 입학 후 다행히 어느 정도 회복은 되었으나, 얇아진 모근은 지금까지도 마지막 잎새처럼 가느다란 뿌리에 매달려 간신히 버티고 있을 뿐이다.


그러던 중 팀 동료의 심각한 탈모 고민 이야기를 듣게 됐고, 문득 그 연원이 궁금해졌다. 탈모의 원인은 유전일까 스트레스일까? 치료제로 각광받고 있지만 남성 환자들이 기피한다는 경구 탈모약은 정말 복용 시 성기능이 저하될까? 유독 대한민국이 탈모 인구가 많은 것일까? 궁금증을 가득 안고 먼저 국내 탈모 치료계의 거두로 손꼽히는 강동경희대병원 심우영 교수를 찾아가 그 원인을 물었다.


먼저 심 교수는 취재차 함께 간 동료의 머리를 살펴보며 “좀 더 일찍 (치료받으러)오지 그랬냐”며 현재 탈모 진행 상태를 진단했다. 필자 역시 예외 없이 머리를 내보였는데, 약간의 징후가 보이고 있으니 바르는 약을 처방받아 미리 대비(?) 하라는 조언을 얻을 수 있었다. 심 교수는 탈모의 원인은 대체로 ‘유전’적 요인이 크며 나머지 부분에서 증상의 발현 여부를 가르는 환경적 요인이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피할 수 없는 탈모] 당신의 머리가 빠지는 진짜 이유 국내 탈모치료 전문가로 알려진 강동경희대병원 심우영 교수는 탈모는 90% 이상 유전적 요인이 원인이며 식습관, 생활패턴 등의 환경적 요인이 뒷받침 된다고 분석했다. 사진 = 김현우 PD

역사 속 ‘탈모 인’의 신세한탄

역사 속 탈모 인물을 찾던 중 발견한 고려 시대 문인 이규보의 경우 “털이 빠져 머리가 온통 벗겨지니 나무 없는 민둥산을 꼭 닮았네”라며 자신의 탈모를 자조하는 시조를 남겼고, 조선 개국공신 권근은 자신의 친구 김진양을 두고 “자신이 스스로 대머리 된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도리어 호를 동두(童頭)라 지었는데 인품이 훌륭한 사내였다”고 칭찬의 글을 남긴 바 있었다. 이렇듯 우리 조상들 역시 대머리의 공포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것.


이에 심 교수는 한민족의 유전자에 분명히 탈모의 원인이 있었으되, 일제강점기를 거쳐 생활 환경이 변하고 식습관 역시 서구적으로 변하는 과정에서 외적으로 드러나는 탈모의 요인이 보다 많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심 교수는 국내 쌀 소비량은 해를 거듭할수록 감소하고 있으나 육류 소비량은 급증하는 추세를 그 근거로 짚었다.


실제 인구 대비 탈모 발병률로만 따지면 세계적으로 탈모 인구가 많은 것은 동양보다는 서양이 압도적이라고 분석한 심 교수는 다만 오히려 발병인 수가 적어 사회생활에서 눈에 띄는 경우가 많아 이를 치료하려는 사례가 많다고 덧붙였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 동료에게 혹시 집안에 탈모인 어른이 계시느냐 물으니 부친, 조부, 증조부까지 알고 있는 것만 5대째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나도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버지, 외조부의 반짝이는 두상이 떠올랐고, 일순 삐끗했다간 간신히 부여잡은 머리카락들마저 잃게 될까 두려움이 엄습해왔다.


남성의 경우 먹는 치료제가 보편화 됐지만, 여성은 달랐다. 누구는 먹는 약을 같이 먹어도 관계없다 하고, 누구는 탈모 예방 샴푸만 쓰면 좋아진다고 추천했지만 신뢰가 가는 곳은 한 곳도 없었다. 다급한 마음으로 최근 탈모 치료로 주목받고 있는 중앙대학교병원 김범준 교수를 찾았다.


함께 간 동료의 머리에 김 교수의 카메라가 닿는 순간, 이 광경을 촬영한 PD는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에 비견할 만했다”며 경탄의 눈으로 동료의 모근 화면을 지켜봤고, 필자 역시 내 두피를 들여다보는 심정으로 진료 내용을 차분히 경청했다.


[피할 수 없는 탈모] 당신의 머리가 빠지는 진짜 이유 탈모 전문가인 중앙대병원 김범준 교수는 항간에 알려진 성기능 저하를 이유로 탈모약 복용을 망설이는 사례에 대해 "부작용은 1~2%에 그치며, 복용을 중단하면 원래대로 돌아온다"며 의사와 상의 후 처방 받을 것을 조언했다. 사진 = 김현우 PD

탈모약 먹으면 성기능 장애? “1~2%에 불과”


김 교수 또한 탈모의 원인으로 유전이 90% 이상이라고 지적했다. 가족력이 없는 집안에서는 잘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 아울러 잠재적 보인자들 중 스트레스나 식습관, 생활패턴 등 환경적 요인을 받은 사람에게서 탈모 증상이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남성 환자에게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치료제의 성기능 저하 부작용은 실제 발현되는 것일까?


김 교수는 실제 복용 환자 중 98~99%는 정상이나 간혹 1~2%가 부작용을 느끼기도 한다며 실험에서 해당 약 대신 밀가루 위약을 먹인 그룹에서도 성기능 저하가 나타난 바 있어 심리적 요인을 가장 큰 부작용의 원인으로 언급했다. 그리고 복용 시 부작용이 나타나더라도 복용을 중단하면 대부분 정상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처방 전 부작용이 염려될 경우 의사와 상담 후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취재를 마치고, 촬영에 협조해 준 동료의 과감한 출연과 호의에 보답하고자 가발의 달인으로 유명한 고승연 원장을 찾아 동료의 부분가발 제작에 나섰다. 고 원장은 약 복용은 탈모의 정도를 늦춰줄 뿐이며 이식 수술 역시 그 결과를 보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 가발을 애용하는 탈모인의 수가 제법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암도 50% 이상 정복한 최첨단 의료기술의 시대, 아직도 완전히 정복하지 못한 탈모의 벽 앞에 국내 추산 천만 탈모인은 처방 약과 이식 수술, 가발과 식습관 개선 등 의학과 생활의 영역에서 오늘도 한 올의 머리카락을 사수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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