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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운동장 막아 주차장 만드는 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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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1인당 운동장 1평도 안돼
종로구서 면적 가장 작은 혜화초
이달 교직원용 주차장 공사

"뛰놀 공간도 없는데…"
학부모들 공사 중단 청원

"협의 필요 없지만 소통부족"
학교측 일시적 공사 중단

아이들 운동장 막아 주차장 만드는 초등학교 서울 종로구 혜화초등학교는 이달 4일 부터 운동장 대지 위에 주차면수 26면 규모의 주차장 공사를 시작했다. 학생들이 이용할 운동장 위에 교직원과 외부인을 위한 주차장이 지어지면서 학부모들이 거센 반발이 이어졌고 현재 공사는 중단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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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 서울 종로구 혜화초등학교가 운동장 상당부분을 매워 아스팔트 주차장을 만드는 공사를 강행해 학부모와 학생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 학교는 현재에도 운동장 대각선 길이가 70m가 되지 않을 정도로 작아 변변한 체육활동이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또한 학교 측은 운동장 크기를 줄여서 교직원용 주차장을 설치하는 여부와 학생 수백여명의 등ㆍ하교와 체육수업이 이뤄지는 학기 중 공사를 진행하면서도 학부모들의 의견수렴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


이 같은 사례는 최근 안전 문제를 이유로 학생들의 운동장 개별놀이를 금지하는 흐름과도 이어진다. 우리 교육이 아이들을 교실에만 가두고 체육활동을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교 측은 지난 4일부터 학교 정문 방향 운동장과 놀이터 주변에 주차면수 26면 규모의 주차장 공사를 시작했다. 전체 운동장 크기의 3분의 1 정도를 잘라내는 규모였지만 사전 협의도, 안내도 없었다. 주차장 조성 공사는 한달 정도 이어질 계획이었다. 공사가 시작된 지 열흠쯤 지나서 학부모들의 반발이 거세졌다. 일부 학부모들은 교육청에 공사중단 청원을 냈다. 그러자 이 학교 교장은 19일 긴급 학부모 설명회를 갖고 일시적으로 공사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학교 앞에서 만난 학부모 A씨는 "서울 시내에서 일상적으로 흙을 밟고 만질 수 있는 곳이 학교 운동장외에는 거의 없다"며 "자녀가 두명이나 학교에 다니는데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아이들 운동장 막아 주차장 만드는 초등학교 주자창 건설로 바뀌는 혜화초등학교 운동장 설계도.


학교 측은 행정 절차상 문제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이규상 혜화초 교감은 "학내에 주차장 공간이 없어 운동장 가장자리에 주차됐던 차량으로 인해 학생들의 안전문제가 발생해 이번 공사를 하게 됐다"며 "주차장과 운동장을 정확히 분리해 안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관할 중부교육지원청 이봉종 시설2팀장은 "교육환경개선사업의 하나로 시행된 이번 주차장 공사는 학부모 단체와의 협의 등을 절차상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서도 "공사 진행에 있어서 소통에 부족한 부분 있었다"고 밝혔다.


주차장 공사로 논란이 되고 있는 혜화초는 종로구 13개 초등학교 중에서도 학생 1인당 운동장 면적이 두번째로 작은 학교로 꼽힌다. 주차장 공사가 완료되면 학생 1인당 운동장 면적은 2.27㎡로 줄어든다. 주차장 공사가 시행되기 전에도 2개 학급 이상이 운동장에서 체육수업을 정상적으로 진행하기 힘들었고, 100m 달리기는 할 수 없다는 게 학부모들의 설명이다.


혜화초의 운동장 축소 사례는 쉬는 시간의 옥외 체육활동을 학교가 나서 금지하는 흐름과도 무관하지 않다. 최근 점심 급식시간 이후나 쉬는 시간, 방과 후 등 학생들의 운동장 사용을 금지하는 학교가 늘고 있다. 미세 먼지, 학습 분위기 유지 같은 명분도 있지만 운동 중 부상이나 외부인 침입 같은 안전 문제를 이유로 운동장을 못 쓰게 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만일의 사고에 학교가 책임을 피하려는 의도도 있다.



손천택 인천대학교 체육교육학과 교수는 "갈수록 신체활동이 감소하는 현대의 생활양식에서 학교 체육의 중요성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며 "공간이 한정적인 도심의 학교들이 체육활동을 온전히 하기는 힘들지만 청소년 건강과 체력 증진이라는 우선 순위를 두고 체육활동을 권장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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