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마음에 들면 그 자리에서 사라" 패션업 혁신의 아이콘 '자라'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49초
뉴스듣기 글자크기

[히든業스토리]SPA 대명사 '자라' 96개국, 2259개 매장 보유
중개상을 뺀 획기적인 유통구조로 비용·생산기간 단축
'스피드마케팅'으로 '공정 2주, 진열 4주' 원칙

"마음에 들면 그 자리에서 사라" 패션업 혁신의 아이콘 '자라'
AD

[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스페인 패스트 패션 브랜드 '자라(ZARA)'는 전 세계 96개국에 2259개 오프라인 매장을 보유한 세계 최대 SPA브랜드(상품 제조부터 유통까지 하는 소매점)다. 자라 소비자들은 연 평균 17회나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한다. 3주에 한 번 방문하는 셈인데, 경쟁 의류업체 평균(3.5회)의 5배 수준이다. 왜 소비자들은 자라에 열광하는 걸까.


자라는 창업자인 아만시오 오르테가(Amancio Ortega)와 그의 부인 로살리아 메라(Rosalia Mera)가 1975년 스페인 라코루냐에 작은 옷가게를 내면서 시작됐다.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Zorba the Greek)'에 영감을 받아 옷가게 이름을 '조르바(ZORBA)'로 지었으나 근처 술집과 간판 이름이 같아 글자를 재배치해 지금의 '자라'가 됐다고 한다.

중개상을 없앤 획기적인 유통방식

10대 때부터 옷가게 점원으로 일했던 오르테가는 기존 옷가게들의 유통 방식을 따르지 않았다. 오르테가는 점원으로 일할 당시 옷이 만들어지고 판매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많은 중개상이 개입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오르테가가 보기에는 어리석은 유통방식이었다. 그래서 원단업자에게 직접 소재를 구입하는 방식으로 옷을 팔았다. 그만큼 기간과 비용은 줄었고, 저렴한 가격의 다양한 신제품이 빨리 출시되는 '자라'는 순식간에 입소문이 났고 스페인 전역으로 매장을 확장해갔다.


1988년 포르투갈로 첫 해외 진출한 이후 미국, 프랑스, 멕시코, 스웨덴 등 영역을 넓혀갔다. 지금은 전 세계 96개국에 오프라인 매장이 진출해있으며, 온라인으로는 사실상 전 세계인이 자라의 고객이다. 한 해 매출만 166억 유로(약 22조 2000억원)에 달하며 아만시오 오르테가는 2016년 빌 게이츠를 제치고 전 세계 부호 1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마음에 들면 그 자리에서 사라" 패션업 혁신의 아이콘 '자라' 아만시오 오르테가

큰 성공을 거둔 오르테가는 거만하지 않았다. 패션업계 거물이 된 그는 절대 유행을 예측하거나 유행을 창조하지 않았다. 그는 "사람들은 지금 당장 입고 싶은 옷을 산다. 자라는 유행을 만들지 않는다. 유행을 따라갈 뿐이다"고 말한다. 이것이 자라의 성공비결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유행 지난 옷은 어제 잡은 생선과 같다"

"옷 장사는 생선장사와 같다. 유행이 지난 옷은 어제 잡은 생선처럼 신선도가 떨어진다." 아만시오 오르테가가 창업 당시부터 지금까지 강조해오고 있는 신념이다. 실제로 옷이 부패하지는 않지만 유행이 지난 옷이나 잘 팔리지 않는 옷은 썩은 생선처럼 가치가 떨어진다는 얘기다.


그의 경영철학은 자라 제품의 기획부터 배송까지 전 과정에 녹아있다. 먼저 자라에서 생산하는 모든 옷의 디자인과 제작, 유통 등 공정은 단 2주면 끝이 난다. 경쟁사인 에이치엔엠(H&M)도 6개월이 걸리는 과정이다. 공정 과정 대부분을 자회사를 통해 진행하면서 제작비용과 생산기간을 줄였기에 가능했다. 기간이 줄어든다는 건 그만큼 많은 양의 상품을 제작할 수 있다는 도출이 가능한데, 실제 대다수 SPA브랜드가 최대 4000여 종의 신상품을 내놓는 반면 자라는 이에 3배 수준인 1만2000여 종의 신상품을 내놓고 있다.


상품 회전도 빠르다. '자라에서 마음에 드는 옷을 보면 그 자리에서 바로 사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가질 수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실제로 전 세계 자라 오프라인 매장은 일주일에 두 차례 신상품을 입고하는데, 일주일 동안 상품들의 판매 추이에 따라 진열 지속 여부가 결정된다. 잘 팔리지 않는 상품은 곧바로 진열대에서 빠진다. 단 잘 팔리는 옷이라고 해도 절대 4주 이상 진열하지 않는 것도 자라만의 경영스타일이다. 자라 제품들이 가격은 저렴하지만 '희소가치'를 갖추고 있는 셈이다. 자라 고객들이 1년에 17회나 방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마음에 들면 그 자리에서 사라" 패션업 혁신의 아이콘 '자라'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배송 시스템도 업계 최고다. 전 세계 모든 매장에서 주문한 자라 제품은 48시간 내에 배송된다. 축구장 90개 규모의 초대형 물류 기지에서 비행기를 이용해 전 세계 모든 매장에 48시간 내에 도착하도록 하고 있다. 비행기 배송은 천문학적인 수준의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대다수 패션브랜드들이 배를 이용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대신 '노 마케팅' 전략으로 마케팅 비용을 줄인다. 일반적으로 상당수 패션 브랜드들은 유명 스타를 광고모델로 내세운다.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지만 그만큼 홍보효과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라는 다르다. 자라는 광고를 옷값을 부풀리는 쓸데없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지금까지도 자라는 일반 모델을 제외한 헐리우드 스타나 배우들을 광고모델로 기용한 적이 없다. 자라에서 발생하는 비용 중 마케팅이 차지하는 비율은 0.3~0.4% 수준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자라를 "스페인의 유일한 안전자산"이라고 평가한다. 전 세계 1위 명품브랜드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의 다니엘 피에트 패션 총괄 디렉터는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이다. 패션업계의 패러다임을 바꿀 정도로"라고 평하기도 했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