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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백년가게]30년 단골이 믿고 먹는 이유 "비싸도 국산 산낙지만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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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년째 낙지전문점 운영하는 이현의 대표
산낙지는 장흥·무안에서 공수 10년째 가격 동결
"먹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 먹거리는 정직해야"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30년 이상 도ㆍ소매, 음식업을 영위하는 소상인 중 전문성, 제품ㆍ서비스, 마케팅 차별성 등 일정 수준의 혁신성이 있는 기업을 발굴해 '백년가게'로 육성하기로 했다. 대(代)를 이어가며 100년 전통을 자랑할 한국의 백년가게를 소개한다.


[한국의 백년가게] <26>서울 강동구 '청해진'


[한국의 백년가게]30년 단골이 믿고 먹는 이유 "비싸도 국산 산낙지만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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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가격, 맛, 영양 모두 자부심을 가지려 노력하고 있어요. 한식은 재료가 뻔해서 가격을 비싸게 받기도 어렵고 가격을 10년째 유지하고 있어요. 제가 좀 더 움직이면 좋은 음식을 대접할 수 있으니까요."


청해진은 서울 강동구 성내동에 자리한 낙지전문점이다. 60대인 이현의 대표가 스물 일곱살이던 1987년 4월에 '청해진'이 문을 열었고, 33년째 같은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대표는 "당시에는 낙지전문점이 흔하지 않았다"며 "낙지는 집에서 직접 손질하기도 어려운 재료여서 승산이 있겠다고 생각해 낙지전문점을 시작했다"고 했다.


명일동에서 시작된 청해진은 세 번의 이전을 거쳐 지금의 자리로 왔다. 일반적 낙지전문점들과 다르게 청해진은 깔끔한 인테리어를 자랑한다. 흰 벽에 천장에는 검은색 조명을 설치했고 곳곳에는 그림이 걸려있어 레스토랑 같은 인상을 준다. 이 대표는 "인테리어가 인테리어도 못 미치거나 넘치면 손님들이 불편함을 느낀다"며 "대한민국 평균 생활수준에 맞추면서도 주변 주거 수준과 맞출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청해진의 메뉴는 30년 전과 동일하다. 낙지불고기와 전골이 주 메뉴이고 낙지탕탕이ㆍ해물전 등도 판매하고 있다. 대표 메뉴는 낙지불고기와 산낙지전골이다. 특히 산낙지는 전남 장흥과 무안, 신안 등에서 공수해온다. 이 대표는 "초창기에는 1년에 두 번 전라도에 내려가서 낙지를 구입해왔다"며 "씹는 맛은 국산이 월등히 뛰어나서 비싸더라도 산낙지는 국산만 쓴다"고 말했다.


[한국의 백년가게]30년 단골이 믿고 먹는 이유 "비싸도 국산 산낙지만 쓴다"


이 대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은 '정직함'이다. 30년 단골들도 싱싱한 재료를 쓴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 이 대표는 "먹거리는 정확하고 정직해야 한다. 해산물은 특히 재료가 중요해 무엇보다 신경을 쓴다"며 "밑반찬이나 소스를 만들 때도 가급적 조미료를 덜 사용하려고 노력하고, 먹는 사람 입장에서 부족하지 않게 갖추고 채우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현의 대표는 가게에 있을 때 항상 운동화를 신는다. 예약 전화부터 서빙, 주차까지 직접 도맡기 때문에 앉아서 쉴 여유도 많지 않다. 손님용 외에는 의자도 두지 않았다. 청해진은 추석과 설날 연휴 4일만 쉬고 1년에 361일을 영업한다. 이 대표는 "주인은 밝고 에너지가 넘쳐야 한다"며 "매일 아침에 출근해서 가게를 열고 밤 10시에 문을 닫는 게 쉽지 않지만 손님에게 좋은 에너지를 드리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한 가정의 가장으로 누구보다 책임감이 남달랐다. 건물주가 바뀌거나 주차공간이 없어 가게를 이전해야 하는 상황에 부딪혔을 때에도 청해진을 포기하지 않았다. 집을 사려고 모은 돈으로 가게 이전 비용을 댔다. 이 대표는 "가게를 한 번 이전할 때마다 최소 2억~3억원이 드는데 집을 사려고 모아둔 돈을 가게 이전비용으로 다 썼다"며 "특히 딸의 마지막 학기 등록금을 낼 때는 눈물이 났다"고 했다.



음식은 기본을 지키고, 가게 운영만큼은 인내심을 발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 대표는 강조했다. 그는 "식당을 운영하는 일은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솔찬한 인내심이 필요하고 끈기와 꾸준함, 자신만의 철학 없이는 운영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노년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고 가게에서 오래오래 일하고 싶어서 백년가게로 신청했다"며 "자식들이 가게를 맡아준다면, 건강이 허락될 때 카드 하나 들고 세계여행 떠나는 게 작은 소망"이라고 말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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