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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박눈에 칼바람까지…폐지 줍는 노인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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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바람 부는 영하의 날씨에도 생계위해 거리로
'폐지 노인' 약 150만명 추정…대부분 고령에 빈곤층
"늙어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이것 뿐…"

함박눈에 칼바람까지…폐지 줍는 노인 어쩌나 오전 한 때 함박눈이 쏟아졌던 지난 13일, 서울 동대문구에서 최기훈(가명) 할아버지가 폐지를 가득 담은 손수레를 끌고 가고 있다. (사진=이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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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아이고 허리야, 벌써 젖어서 들지도 못하겠네."

지난 13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에서 만난 최기훈(가명ㆍ76) 할아버지는 폐지를 주우며 연신 신음을 내뱉었다. 이날 오전 서울 전체에 쏟아져 내린 함박눈은 오후가 되자 대부분 녹았다. 하지만 눈이 녹아 생긴 물이 폐지에 스며들어 무거워졌고, 최 할아버지의 마음도 무거워져만 갔다.


최 할아버지는 칼바람이 매섭게 불어 체감온도가 영하로 떨어진 날씨에도 조금이라도 더 많은 폐지를 줍기 위해 연신 발걸음을 재촉했다. 최 할아버지는 "오전에 눈이 너무 많이 내려 평소보다 늦게 나왔다"며 "눈이 녹으면 폐지가 무거워지고, 그러면 힘에 부쳐 하루 모으는 폐지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하면서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가 하루 12시간 넘게 폐지를 모아 버는 돈은 1만원 내외. 그마저도 겨울철은 폭설과 한파 등 때문에 쉬는 날이 많아 다른 계절에 비해 수입이 20%가량 줄어든다. 최 할아버지는 "늙어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폐지를 줍는 것밖에 없다"며 "영하 10도 밑으로 떨어지는 날씨가 아니면 나와서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폐지를 줍는 일은 현재 최 할아버지의 유일한 생계수단으로, 외부활동을 하지 못할 정도의 건강상태가 아니라면 그는 계속 폐지 줍는 일을 이어갈 생각이다.

함박눈에 칼바람까지…폐지 줍는 노인 어쩌나 서울 동대문구의 한 고물상에 걸려 있는 가격표. 파지의 경우 200kg을 내다 팔아야 1만2000원을 손에 쥘 수 있다. (사진=이승진 기자)


최 할아버지와 같은 처지에 놓여 있는 노인들은 거리에서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이날 동대문구의 한 고물상을 30여분 지켜보는 동안 5명의 노인이 손수레에 폐지를 한가득 싣고 드나들었다. 고물상을 운영하는 이모(37)씨는 "고정적으로 폐지를 팔러 오시는 노인분들은 20명 정도고, 비정기적으로 오시는 분들까지 하면 30여명은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자 파지의 경우엔 1㎏당 60원으로 많이 가져오시는 분들은 200㎏ 정도를 가져와 하루에 1만2000원 정도 벌어 가신다"고 전했다.


전국고물상협회는 폐지를 주워 생활하는 노인을 150만명 가량으로 추정한다. 대부분 70대 이상의 고령으로 기초연금 20만원 이외 마땅한 생계 수단이 없는 상황이다. 서울시가 지난해 24개 자치구(강남구 제외)에서 만 65세 이상 폐지 수집 노인 2417명에 대한 실태를 조사한 결과 월 10만원 미만을 버는 응답자가 51.9%에 달했다. 결국 이들은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매서운 칼바람이 불어닥치는 날씨에도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함박눈에 칼바람까지…폐지 줍는 노인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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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할아버지는 "자식들도 다들 힘들어 손 벌리기 어렵고, 그렇게 하고 싶은 생각도 전혀 없다"며 "다들 이렇게 사는 것 아니겠나"고 말하곤 씁쓸한 미소와 함께 거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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