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국내 화학무기 전량 폐기…美도 의무 이행해야”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교외 노보오가료보 관저에서 열린 내각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옛 소련시절부터 보유해왔던 화학무기의 전량을 폐기하며 "미국은 국제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본 NHK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 교외 노보오가료보 관저에서 내각회의를 열고, 화상 통신을 통해 키즈네르 화학무기 저장소에 마지막 화학무기 폐기 명령을 내렸다.

그는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라며 "화학무기금지조약에 따라 국내에 남아 있던 마지막 화학무기를 폐기한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 1992년 9월 3일 마련된 화학무기금지조약(CWC)에 따른 의무를 전면 이행하게 됐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와 함께 가장 많은 화학무기를 보유한 미국에 대해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을 쏟아냈다.

겨자가스 등 화학무기는 지금까지 전 세계에 약 7만5000t이 생산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 가운데 러시아가 약 4만t, 미국이 2만7000t 등이다.

그는 "미국은 재원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세 차례에 걸쳐 화학무기 폐기일정을 연기하고 있다"며 "러시아는 대량살상무기의 비확산 등을 포함한 국제적 의무를 이행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러시아의 화학무기 폐기 노력이 다른 나라에도 모범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북한에 핵·미사일 개발 포기를 요구하는 미국이 먼저 모범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것을 촉구한 것이라고 NHK는 보도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