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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스비, 너 어디서 뭐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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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스비, 너 어디서 뭐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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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스비, 너 어디서 뭐 하니?" 10일 삼성전자 '갤럭시S8' 사용자가 '하이, 빅스비'를 외친 지 100일 하고도 이틀이 지났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1일부터 인공지능(AI) 비서 빅스비의 음성인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첫날 빅스비를 부른 사람만 무려 16만명. 당시 빅스비 개발을 이끈 이인종 삼성전자 부사장은 "빅스비는 완전하지 않은 말도 인식하고, 손가락이 하던 모든 일을 대신할 수 있다"며 "스마트폰과 사람이 소통하는 새로운 방식을 열 것"이라고 장담했다. "빅스비, 우리 끝말잇기 해보자." "좋아요. 시작할게요. 그릇!" 게다가 유머까지 갖추다니, 빅스비가 바꿔놓을 장밋빛 미래에 적지 않은 사용자들이 마음 설레었을 테다.


헌데 지금 빅스비의 존재감이 사라진 게 사실이다. '갤럭시노트8' 출시가 임박했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한 뼘 더 자랐을 빅스비 보다는 화면 크기, 카메라 사양에 더 관심을 둔다.

결국 문제는 성능이다. 갤럭시S8 사용자 A씨는 "민감도를 낮추면 빅스비를 불러도 답이 없고 민감도를 높이면 남의 전화나 매장 배경음악에도 반응해서 애매하다"고 말했다. 물론 빅스비를 유용하게 쓰고 있는 이들도 있다. 음악이나 손전등을 켜는 단순 노동은 빅스비에겐 거뜬하다. 하지만 우리가 상상한 빅스비의 모습은 단순 음성인식 서비스 그 이상이었다.


이 부사장은 빅스비의 특징을 '완전성', '상황인식', '인지범위' 세 가지로 요악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빅스비는 손가락 터치를 거의 대체하고, 사용자가 원할 때만 반응하고, 앞선 행동을 설명하지 않아도 명령을 수행해야 했다.


그러나 아직은 시기상조인 듯하다. 삼성전자는 음성인식 민감도 조절 등을 포함한 업데이트를 열 번 넘게 진행하며 빅스비 키우기에 몰두하고 있지만 사용자 만족도는 높지 않고 기능을 꺼두는 경우도 적지 않다. 사용자들은 불편함을 즉시 개선하는 삼성전자의 빠른 피드백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했다.


빅스비의 더딘 성장은 자체 성능뿐 아니라 사용자 문화와도 관계가 있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가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8%가 "AI 비서를 사용해 본 적이 있지만 평소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49%가 "재미 삼아 사용한다"고 답했고 "필요에 따라 사용한다"는 답은 소수에 불과했다.


빅스비는 사용하면 할 수록 똑똑해지는 '딥 러닝' 방식의 AI다. 하지만 사용자는 못 알아 듣는다며 빅스비를 소극적으로 활용하고, 빅스비는 결국 성장할 기회를 놓치게 되는 악순환에 빠질 우려를 안고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네이버지도, 삼성뮤직 등 지원 앱을 늘려가고 있지만 명령 수행 능력이 떨어진다면 큰 시너지를 얻을 수 없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는 "PC 시대에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로, 모바일 시대에 구글이 안드로이드로 ICT 시장을 주도했다면 다가올 미래에는 AI 비서가 그 자리를 대신할 것"이라며 "더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고 이들로부터 생성된 빅데이터를 분석해 AI 비서의 자연어 처리 기능과 음성 인식률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진단했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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